꽃샘추위 지나면 봄 오는가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ssnam48@kjdaily.com

2017년 03월 08일(수) 20:26

지난 5개월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의혹의 계절’이었다. 뇌물의혹 비선의혹 사찰의혹 개입의혹 방관의혹 등 온갖 의혹이 쏟아져 언론에는 기사가 넘치고 넘쳤다. 결국 한없이 쏟아져나온 의혹과 의심으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특별검사가 도입돼 전방위 수사를 벌였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6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 “한정된 수사 기간과 주요 수사 대상의 비협조 등으로 특검 수사가 절반에 그쳤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또 “남은 국민적 기대와 소명을 검찰로 되돌리겠다”면서 “특검이 수집한 수사자료를 토대로 검찰이 훌륭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검은 이날 브리핑을 크게 수사 결과와 의혹사항 조사 결과로 나눴다. 특검이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사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최순실을 거쳐 박 대통령한테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고리가 이 부회장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박특별검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뇌물액수도 433억여 원으로 특정했다.

또 하나, 특검 결과발표중에 눈에 띄는 것은 최순실씨 일가가 보유한 재산 규모다. 최소 2천7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자 6명을 포함한 최씨 일가 70명의 재산을 석 달간 추적한 끝에 이같이 파악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그러나 시간 부족 등으로 이들이 부정하게 재산을 모았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특검에 따르면, 최씨 일가의 부동산 재산은 토지·건물 178건으로 국세청 신고가 기준 2천230억 원에 달했다. 예금 등 금융자산도 약 500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개인별로는 최씨의 동생 최순천씨의 재산이 1천600억 원대로 가장 많았다. 최씨가 직접 소유한 토지와 건물도 모두 36건으로 신고가 기준 228억 원이었다. 그동안 추측만 난무했던 최씨 일가의 재산 규모가 특검에 의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의미가 있다. 최씨의 아버지 고최태민씨는 1970년대부터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을 이용해 새마음봉사단, 육영재단, 영남학원 등의 자산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특검조사중에 국민이 특검에 특별히 전달한 내용중 하나는 ‘전대미문의 최순실 국정농단이 그의 아버지 최태민 씨로부터 배태된 것 아니냐는 국민적 공분과 끝 모를 부정 축재 의혹을 풀어달라’는 것이었다. 특검도 이를 의식한 듯 ‘최태민’을 거명하며 “범죄의 원인이 됐다면 들여다보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윤석열 수사팀장이 정두언 전새누리당 의원을 만나 최태민 씨 비리 관련 수사 단서를 찾고, 재산 추적 경험이 많은 변호사와 역외 탈세 조사에 밝은 전직 국세청 간부를 특별수사관으로 채용해 전담반을 꾸렸던 배경이다. 이 때문에 국민은 특검이 어떤 성과를 내놓을지 많은 관심을 가졌다. 국정 농단을 단죄하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자는 새로운 과제의 시작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검은 재산추적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큰 성과는 내놓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에 관련자 40여명의 재산 내역 조회를 요청하고, 최순실의 이복 오빠인 최재석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며 재산 관련 자료를 건네받았다. 특검에 부친 사망 이전의 재산 상황과 차명 관리 실태 등을 밝혀 국고 환수를 돕겠다던 그 사람이다. 최태민씨로부터 40여년에 걸친 최씨 일가의 재산형성과정을 전방위적으로 훑으며, 박 대통령과 어떻게 이익을 공유했는지 살펴봤다. 시간이 너무 짧아서인지 특검은 제한된 활동기한내에 완성을 못하고 검찰에 자료를 넘겼다.

이제 검찰이 특검 자료를 발판으로 최씨 일가의 불법 재산형성과 은닉 의혹 조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최씨 일가의 재산형성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도 검찰이 밝혀야 할 부분이다. 검찰 수사에서 최씨 일가가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은 사실이 확인되면 반드시 몰수 등의 법적 조처를 해야 한다. 관련법이 미비하다면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부정 축재한 재산을 환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두환 추징법’처럼 최순실 일가 재산 형성 과정에서의 위법성 여부를 따지고 부정하게 모은 재산이 있다면 환수하는 특별법 제정의 꼭 필요해 보인다.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는 최순실이 공무원이 아니고 공소시효가 지난 사안을 조사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공소시효에 매이지 않는 정밀한 조사와 함께 ‘재산 증식의 불법성 문제는 범죄자가 재산 형성 과정을 소명하도록 하고, 안 되면 재산을 몰수한다’는 프랑스 형법의 취지를 반영한 특별법이 필요하다.

특히 ‘최순실 일가 재산 환수 특별법’은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 의원들이 앞장서야 한다. 국회 안팎에서 논의 중인 이 관련 법안은 여·야의 정파 이해관계를 떠나 모든 국회의원이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지만, ‘불의에 항거한 광주정신’을 이어야 할 광주 국회의원들이 더 앞장서서 만들어야내야 한다.

꽃샘추위에 눈까지 내린걸보니 이제 봄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왔지만 봄 같지않다는 뜻)이지만 우리 마음과 관계없이 꽃은 피고 봄바람도 불 것이다. 역사의 봄바람 앞에 우리가 소망하는 바는 ‘의혹의 계절’에 규명된 죄가 있다면 꼭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 부정축재한 돈이 있다면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순실일가재산환수특별법’은 빨리 재정되어야 한다. 역사는 바로잡을 기회가 있을때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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