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단 청빙제’ 다시 생각할 때 정겨울 문화부 기자

2017년 03월 16일(목) 19:35

대통령 탄핵으로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광주 무용계 인사들은 대선보다 광주시립발레단의 단장 자리에 더욱 관심을 갖는 듯 하다. 발레단이 지난달 28일 임기를 마친 신순주 단장의 후임자 선정을 앞두고 있어서다. 광주문예회관은 ‘청빙제 우수 사례’인 광주시향의 전철을 밟아 단원들의 의사를 묻고 발레단 단장을 선임하겠다는 방침이다.

광주시향은 지난해 11월 김홍재 마에스트로를 상임지휘자로 앉히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김 마에스트로는 9년간 울산시향 지휘봉을 잡으면서 단체의 수준을 높였고 클래식 저변 확대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광주시향 단원들은 그런 그를 원했고, 광주시립예술단 창단 이래 최초로 ‘청빙제’를 통해 단원들이 원하는 지휘자를 ‘모셔오는’ 일련의 과정을 거쳤다. 단원들의 의사를 물어 수장을 결정한 광주시향의 지휘자 위촉 사례는 청빙제의 ‘바람직한’ 예다.

그러나 ‘발레단 단장 청빙제’를 놓고는 내부적으로 말이 많다. 광주시향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광주 출신 무용수들로 구성된 단체의 상황으로 봤을 때 ‘그들이 지지하는’ 몇몇 사람 즉, 지역 내 무용·발레계 인사를 추천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예상대로 지역 출신 단장이 나온다면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계보’로 인해 발레단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한몫 한다. 또한 지난해 장기간 병가를 내는 등 단원으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자가 청빙위원으로 선정된 것도 문제다.

원로 인사들은 ‘그래도 지역 실정을 잘 아는 사람이 단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광주발레 발전에 기여할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십 년간 쌓인 무용계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생태계를 파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출신 단장이 선출된다면 또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다.

변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들려오고 있는 가운데 ‘발레단’이라는 소우주는 어떻게 꾸려질까. ‘도긴개긴’이냐 ‘탄탄대로’냐, 기로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