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과 통합 정준호 |
| 2017년 03월 19일(일) 19: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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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지난해 말 새누리당의 분당 과정에서 보수진영 역시 ‘혁신과 통합의 보수연대’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또다시 ‘혁신과 통합’이라는 단어가 5년만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혁신과 통합’은 이제 더 이상 야권만의 명제가 아닌 가히 진영을 초월한 정치권의 화두가 되어 버린 셈이다.
각자 다른 진영에서 ‘혁신과 통합’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난 5년 동안의 변화된 정치 지형은 매우 이채롭다. 사상 초유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와 보수정당의 분열로 보수정치의 텃밭은 그야말로 콩 한 줄기 심기 어려울 정도로 척박하다. 야권 역시 지난 5년 동안 이른바 ‘통진당 사태’를 겪으면서 진보진영의 한 축이 상처를 입었고, 제도정치권의 한 축이었던 민주당 역시 국민의당 분당 사태를 겪으면서 호남의석을 국민의당에게 모두 내어주고 말았다.
이렇게 지난 5년간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세력 분화에만 주목해본다면 현재 제도정치권에서 ‘통합’은 앞으로 자주 등장할 정치권의 화두임이 분명해 보인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던지 이번 대선 이후에도 여러 가지 정계개편과 관련된 움직임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각 진영별로 정계개편을 통한 통합의 움직임이 강력히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3지대’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개헌을 화두로 하는 부분통합의 움직임이 추진되고 있다.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는 이와 같은 통합의 움직임이 다소 다른 측면에서 전개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대연정론’이다. 이미 분화되어 버린 양 진영의 세력구도를 전제로 ‘개혁과제 수행’을 위한 ‘연정’이라는 약한 의미의 ‘통합 체제’를 활용하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안지사의 ‘대연정론’이 흥미로운 것은 ‘혁신’의 방법론으로서의 ‘개혁 과제 수행’을 위해 진영을 초월하는 ‘통합’적인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그 통합의 대상이 탄핵 심판으로 지리멸렬해진 보수진영을 포함하고 있어서 정권교체론의 강한 근거였던 ‘정권 심판론’의 기조가 흐려진다는 점이다. 국정 농단 세력과의 야합이라는 수위높은 비난이 실재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세력의 심판 기조가 비등한 최근에도 야권은 절대 다수의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도 특검법 연장 안건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이미 참여정부 시절 겪었던 것처럼 150석이 넘는 과반의석을 가지고도 4대 개혁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지금은 국회선진화법으로 쟁점법안의 강행처리에는 최소 180석이라는 의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미 총선을 치룬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120석의 제1당 세력만으로 어떻게 개혁과제의 수행이 가능한지 의문일 수밖에 없다. 다음 총선은 새로운 정권이 출범한 이후 3년이 지나야 되는데, 그 때쯤이면 이미 정권의 성패는 사실상 결정난 이후일 것이다.
현재의 분열된 양 진영의 세력구도만을 놓고 보더라도 정권 초기의 개혁과제 수행을 위해서는 세력 내부의 통합에서 나아가 진영을 초월하는 공감대의 형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탄핵 심판으로 지리멸렬해진 보수세력의 상황만을 놓고 볼 때 정권교체의 가능성과 명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지만, 그만큼 정권출범 이후의 보수세력의 재편과정에서 나타날 혼란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10년간의 민주정부 수립 이후 이어진 10년간의 보수정권 체제 아래의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 현재 정권교체론의 중심임에는 의문이 없다. 그러나 적폐청산만으로 자연스럽게 개혁과제 수행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보수세력이 지리멸렬해진 지금이 어쩌면 가장 개혁과제 수행을 위한 적기일 수 있다.
각 진영간의 통합과 정계개편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인수위를 대신하는 제 세력이 참여하는 개혁과제 입법협의체를 구성하자. 그렇게 합의된 개혁과제를 정권 초기에 이를 모두 통과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 이후 기본권과 통치구조를 아우르는 개헌논의를 통해 새로운 민주정부의 기틀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혁신을 위한 통합’이라는 솔직한 고백에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