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불법 밤샘 주차, 제도부터 손봐야 유대용 사회부 기자

2017년 03월 21일(화) 19:56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퇴근길 도로변에 자리한 대형 화물차 등으로 인해 불편을 겪은 경험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교통사고가 우려되는 만큼 일선 자치구는 해마다 불법 밤샘주차 단속을 늘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단속이 강화됨에 따라 적발 건수만 급증했을 뿐 화물차 불법 밤샘 주정차는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불법 밤샘 주정차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 사람들은 화물차 공영 차고지가 부족한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광주지역 차고지 확보대상 화물차는 1만778대인데 비해 공영 차고지 규모는 741면에 불과하다. 화물차 대비 7%가 채 되지 않은 규모다. 광주시가 화물업계의 차고지 부족과 도심 화물차 불법주차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2018년 완공을 목표로 평동 3차 산단에 247면 규모의 공영차고지를 조성할 계획이지만 화물차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불법 밤샘 주정차 문제는 공영 차고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광주시의 책임일까?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본다. 공영 차고지 확보는 지자체로서 시민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 개념에 가깝다. 광주시가 모든 차고지 확보대상 화물차에게 주차공간을 제공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차고지 확보의 의무가 화물차 운영자가 지는 것으로 지자체의 책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공영 차고지가 태부족한 상황에서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으나 근본적인 원인은 실효성 없는 제도에 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운송 사업자는 사업용 화물차량을 등록할 때 본인이 지정한 장소나 유료주차장, 공영차고지, 화물터미널 등에만 주차해야 한다. 하지만 적발시 10만-20만원의 과징금 처분이 고작이어서 불법 주차는 끊이지 않고 있다.

사비를 들여 마련한 차고지에 차를 두는 것보다 종종 적발돼 내는 과징금이 훨씬 싸다. 공영 차고지 부족을 문제 삼기 이전에 근본적인 제도를 손봐야 할 필요가 있다.

1만대가 넘는 화물차의 공영 차고지를 확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울뿐더러 매일 밤 단속을 실시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공영 차고지 확대 및 단속 강화 요구 이전에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눈을 돌리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