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재준 박사의 책으로 세상읽기] 바로잡지 못한 역사는 반복된다 ‘근대를 말하다’ 이덕일 지음 역사의 아침 1만6천원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
| 2017년 03월 26일(일) 19: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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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상가 조제프 드 메스트르는 “모든 국가는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했다. 이 말을 곱씹어 볼수록 우리의 처지가 한없이 애처롭고 처량하다. 우리나라의 역대 불행한 정권(대통령) 뒤에는 이를 용인하고 지지한 국민들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덕일 작가는 ‘근대를 말하다’를 통해서 우리의 아픈 과거의 상처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그는 “역사의 모든 현상에는 원인이 있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조선 퇴락의 전조가 1623년 인조반정 체제로부터 시작되고, 이를 주도한 서인(노론)은 급변하는 대외정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들만의 기득권 유지 수단으로 숭명외교를 고집한 탓이다. 이로 인해 조선은 제국주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강제로 근대에 편입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나라가 기울어지기 시작하자 매국노들이 넘쳐난다. 일진회와 이완용, 이인직 등의 치졸한 행동은 너무나 비굴하고 역겹다. 이완용의 비서였던 이인직은 통감부 외사국장 고마쓰에게 “역사적 사실에서 보면 일·한병합이라는 것은 결국 종주국이었던 중국으로부터 일전(一轉)해 일본으로 옮기는 것”이고 “조선 국민은 대일본제국의 국민으로서 그 위치를 향상시키는 일이 될 뿐”이라는 망언을 늘어놓는다. 일본은 병합하기 전 ‘남한 대토벌 실시계획’을 세워 의병 진압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특히 “호남은 다른 도에 비해 적세가 창궐하고 수괴가 각지에 할거해서 그 세력이 강대하다. 대병력으로 일거에 이를 탕진하는 방책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대대적인 탄압을 실시한다. 이때 이완용은 1910년 8월16일 데라우치를 방문해 단 30분 만에 ‘500년 종사’를 파는 매국협상을 끝냈다. 그리고 8월22일 한일합방이 조인됐다. 이때 76명에 달하는 왕족과 지배층이 일제에서 주는 귀족 작위와 은사금을 받았다. 이중 56명은 집권당 노론이었다.
나라가 오욕과 암흑의 시대에 잠겼지만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에서 단죄했으며, 황현 선생은 “내가 죽어야 할 의무는 없지만, 나라가 선비를 기른 지 500년에 나라가 망하는 날, 한 사람도 죽는 사람이 없어서야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라는 말을 남기고 망국 조국에 몸을 바친다.
이후, 독립운동의 열망이 불꽃처럼 번져 간다. 이건승, 홍승헌은 만주로 망명해 독립운동의 기반을 닦는다. 이회영 6형제는 광복자금 600억을 들고 집단 망명한다. 그리고 항일 무장투쟁의 중심이 되는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해 독립군을 양성한다.
일제강점기의 식민통치는 우리사회 전반에 악의 씨앗을 잉태한 원죄를 가지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영토였던 간도를 빼앗겨 버렸고, 헝클어진 나라의 운명 때문에 민족성과 주체성이 퇴색됐다. 급기야는 남북 분단을 야기했다.
지난 100년 전 우리 외교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이로 인해 식민지로 전락하고 긴긴 세월 고통 속에 시달려 왔다. 바로 잡지 못한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현재 우리나라 외교가 어려운 처지에 빠진 느낌이다.
중국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설치와 관련해 당사자 미국을 제쳐두고 애꿎은 우리나라만 견제하고 있다. 일본과 체결한 위안부 협상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말도 안 되는 독도영유권 문제로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미동맹 역시 예전 같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는 한·미동맹을 ‘핵심축’이라는 의미로 린치핀(linchpin), 미·일동맹을 ‘주춧돌’이라는 의미로 코너스톤(cornerstone)으로 대등한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한국은 ‘중요한 파트너’, 일본은 ‘가장 중요한 동맹’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의 속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외교는 자국의 이익에 따라 철저히 좌우된다. 때문에 외교에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음을 새삼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도시·지역개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