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침내 ‘세월오월’을 마주하다 정겨울 문화부 기자 |
| 2017년 03월 30일(목) 19: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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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제1·2전시실에 전시된 ‘세월오월’을 실제로 만났다. 이 전시는 2014년 선보이려 했었던 가로 10.5m, 세로 2.5m 크기의 캔버스에 그려진 원본 작품을 공개하는 것이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두 눈을 크게 뜨고 가까이서 그 작품을 들여다봤다.
‘닭’ 형상으로 표현됐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얼굴을 ‘허수아비’ 모습으로 바꾸는 등 거듭된 수정 요구와 상황을 반영하듯 얇은 비닐이 붙어 있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 닭으로 그렸던 부분을 오려내고 그 부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얼굴을 삽입한 부분이었다. 깊었던 그날의 상처를 그대로 안고 있는 듯 했다.
많은 논란을 가져왔던 ‘박 전 대통령의 얼굴’ 부분 이외에도 4대강 사업,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아베 총리, 김정은과 북한군, 사이버 댓글 부대, 무등산과 광주천 등 우리네 근·현대사를 모두 담고 있었다.
전시를 관람하며 광주시립미술관에 ‘세월오월’을 재전시 되기까지의 길었던 3년을 돌이켜 봤다. 참 많은 일들이 ‘세월오월’을 거쳐 갔던 것 같다. 3년 전 전시 무산으로 이용우 당시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가 사퇴하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기록된 ‘홍성담 배제 노력, 제재 조치 강구’ 문구가 발견된 것 뿐 아니라 윤장현 광주시장이 폭로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전시 철회 외압까지.
‘세월오월’이 이처럼 고통의 시간을 겪은 이유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기 때문이다. 탐욕과 부패에 찌든 최고 권력자들의 눈에 거슬릴 만한 소재가 여럿 담겨 있어서였다.
지난 3년간 진도 맹골수로에 잠들어있던 세월호가 수면 위로 떠오름과 동시에 ‘세월오월’도 우리 곁으로 왔다. 선체 인양은 완료됐으니 이제 진실 규명만 남았다.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전시가 갖은 외압에도 마침내 재전시될 수 있었던 것처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 미수습자 가족들도 이제 제대로 된 진실을 마주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