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진해 드림로드

벚꽃·복사꽃 화려하게 만나 세상에 향기 내뿜다

2017년 04월 25일(화) 18:51
장복산조각공원에서 마진터널로 이어지는 옛 도로의 벚꽃터널. 다니는 차량도 거의 없어 조용히 걷기에 좋다.
봄꽃들이 서둘러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매화가 하얀 꽃을 선보이며 포문을 열기 시작하더니 산수유와 개나리가 노랗게 꽃을 피웠다. 마을 근처 야산에서 진달래가 소박하게 꽃을 피우고, 전국의 도로변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이에 뒤질세라 복숭아도 붉은 색상의 꽃을 피워 사람들의 마음을 우아하게 해준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부활의 꽃잔치는 위대한 생명활동의 일환이다. 동토의 겨울공화국을 보내고 꽃향연이 펼쳐지는 봄이 오면 사람들의 가슴에도 꽃이 활짝 핀다. 우리들의 가슴에 꽃이 피면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진다. 이럴 땐 만사 제치고 집을 나설 일이다.

봄바람타고 떠나는 여행은 봄꽃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나는 오늘 벚꽃을 따라 진해로 떠난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마산을 거쳐 진해로 가는 길은 아예 벚꽃이 길안내를 자처한다. 마산 쪽에서 장복터널을 지나면 진해다. 장복터널을 통과하자 넓은 도로가 아예 벚꽃터널을 이루고 있다. 진해벚꽃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안내자 같다.

진해에서 창원으로 넘어가는 5.6㎞에 이르는 안민도로에 벚꽃이 피면 산자락에 하얀 띠를 둘러놓은 것 같은 풍경이 된다.
사람들은 진해벚꽃을 구경하기 위해 여좌천과 내수면환경생태공원, 경화역을 찾는다. 하지만 진해시내를 둘러싸고 있는 장복산과 웅산 사이에 있는 안민고개로 가는 길의 벚꽃 또한 만만치 않다. 안민도로에서 웅산과 천자봉 산허리를 따라가는 임도의 벚꽃은 조용히 걸으며 감상하기에 그지없이 좋은 곳이다. 사람들은 이 임도를 ‘진해 드림로드’라 부르고, 벚꽃 흐드러지게 피는 요즘에 가장 인기있는 트레킹코스로 이용한다.

진해구민회관 앞에서 출발해 장복산조각공원으로 들어선다. 공원에 들어서니 1만여 그루의 벚꽃이 별천지를 이루고 있다. 이곳 벚꽃길에는 화강암, 철, 청동 등을 재료로 만든 유명 작가들의 조각품 10여점이 전시돼 장복산조각공원이라 부른다.

장복산조각공원을 지나 마진터널 쪽으로 구도로를 걷다보면 ‘진해 드림로드 시점’이라 쓰인 안내판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서 벚꽃터널을 벗어나 삼밀사 방향으로 임도를 따른다. 삼밀사 입구 삼거리를 지나니 숲은 그동안의 벚나무 숲에서 편백나무 숲으로 바뀐다. 임도 양편 경사지에는 곧게 뻗은 편백나무가 마치 열병을 하고 있는 것처럼 질서정연하게 서 있다. 삼림욕을 하기에는 그지없이 좋은 곳이다.

진해 드림로드 2코스는 하얀 벚꽃과 붉은 복사꽃이 모자이크를 이룬 환상의 길이다.
그윽한 편백나무 향기에 취해 걷다보니 삼밀사 천왕문이 중생을 맞이한다. 삼밀사에서 인상적인 것은 큰법당 뒤편에 있는 석조 오백나한상이다. 자연석 기단 위에 세워진 오백나한상이 부처의 향기를 품어준다.

오백나한상에서 내려와 큰법당 앞에 서니 부처님의 자비가 사람 사는 세상으로 퍼져나가라는 듯 진해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진해만과 저도·부도 같은 진해만에 떠 있는 작은 섬들이 정답고, 진해를 둘러싸고 있는 산자락과 진해시내의 벚꽃이 꽃잔치를 벌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길게 이어지는 여좌천 벚꽃과 호수주변을 하얗게 장식한 내수면환경생태공원이 눈에 띈다. 하얗게 핀 벚꽃들이 봄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장복산 6부 능선으로 이어지는 드림로드를 걷다보면 위로는 장복산이, 아래로는 진해시내가 바라보인다. 하늘마루전망대 가는 길을 지나면 안민도로의 벚꽃길이 내려다보인다. 진해에서 창원으로 넘어가는 5.6㎞에 이르는 안민도로에 벚꽃이 피면 환상의 길이 된다. 산비탈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벚꽃길은 산자락에 하얀 띠를 둘러놓은 것 같다. 이제 막 피어난 연두색 연잎과 하얀 벚꽃의 어울림은 봄이 만들어낸 최고의 수채화다. 이런 수채화만으로도 눈이 부신데, 진해시가지와 진해만을 이루고 있는 바다까지 함께 어우러지니 아름다운 풍경화에 다름 아니다.

진해시내를 뒤덮고 있는 벚꽃은 진해만 푸른 바다와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그동안 위에서 내려다봤던 안민도로를 만나면서 드림로드 1코스가 끝난다. 안민도로는 벚꽃터널을 이루고 있고, 그 터널 속으로 자동차와 사람들이 꽃비를 맞으며 봄을 만끽한다. 도로 옆에 데크길을 만들어 사람들은 데크길을 걸으며 벚꽃과 하나가 된다.

잠시 안민도로를 걷다보니 임도가 나온다. 여기에서부터 드림로드 2코스가 시작된다.

임도로 들어서자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안민도로가 벚꽃일색의 길이었다면, 이곳 임도는 벚꽃과 복사꽃이 모자이크를 이룬 꽃길이다. 복사꽃 중에서도 빨간 꽃복숭아가 벚꽃 사이사이에 펴 강렬한 인상을 가져다준다.

홑꽃으로 피는 옅은 핑크색 복숭아꽃이 우아하다면, 겹꽃으로 피는 원색에 가까운 빨간 꽃복숭아는 요염하다. 여기에 하얗게 핀 벚꽃은 화사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산허리를 돌고 돌아가는 완만한 임도를 뒤덮은 벚꽃과 복사꽃은 벌과 새들의 놀이터가 됐다.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 못지않게 은은하게 다가오는 꽃향기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다. 향기는 꽃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진정 아름다운 향기는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벚꽃 향기를 맡으며 꽃처럼 향기로운 세상을 그리워한다.

삼밀사 큰법당 뒷편에서는 석조 오백나한상이 부처의 향기를 세상에 전해준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은 아름다운 꽃과 잘 어울린다.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걷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벚꽃과 복사꽃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풍경이 연상된다. 이 아름다운 길은 빨리 걸을 필요가 없고, 빨리빨리 걷는 사람도 없다. 천천히 걸으며 꽃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다 보니 잡다한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에 꽃비가 내린다. 꽃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축복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울창한 꽃으로 이뤄진 숲길을 걷다보면 가끔 진해시내가 펼쳐진다. 진해시내 역시 벚꽃으로 단장돼 있다. 바위 봉우리를 이루고 있는 웅산이 벚꽃으로 만들어진 사진틀에 들어와 작품이 되기도 한다.

바위 봉우리가 시루를 엎어놓은 것처럼 불쑥 솟아있는 시루봉이 벚꽃 사이로 바라보이고, 시루봉 아래에 천자암이라 부르는 암자가 고즈넉하게 앉아 있다. 암자를 지나 길을 걷다보면 가끔 진해시내와 안민고개로 오르는 벚꽃길이 펼쳐진다. 벚꽃 사이로 바라보이는 진해만의 풍경은 여전히 정답고 아름답다. 아름다운 꿈길을 걷는 것 같다.

‘드림로드’라는 이름이 실감난다. 이제 드림로드는 꿈속의 길이 아니라 현실의 길이 됐다.


※여행쪽지

▶진해드림로드는 진해시내를 감싸고 있는 장복산과 웅산 자락 임도를 따라 걷는 길로 27.4㎞ 거리에 4개 코스로 나눠져 있다.
▶그중 진해벚꽃을 아름답게 보며 걷는 길은 1, 2코스인데, 1코스(장복하늘마루길)는 장복산조각공원에서 안민도로(안민휴게소)까지 4㎞(1시간40분 소요), 2코스(천자봉해오름길)는 안민도로(안민휴게소)에서 대발령 만남의 광장 위 갈림길까지 10㎞(4시간 소요)에 이른다.
▶집중적으로 벚꽃길만 걸으려면 2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가는 길 : 마산 쪽에서 장복터널을 통과하면 곧바로 여좌검문소가 있는 장복로사거리를 만나는데, 이곳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마산에서 진해로 통하는 옛 도로를 만난다. 옛 도로를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장복산조각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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