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公平)한 대통령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ssnam48@kjdaily.com

2017년 04월 26일(수) 20:21

25일밤, JTBC 대선후보초청토론회를 보면서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의 말투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네 분 모두 경상도 말씨가 숨어있었다. 실제로 경기도 말씨를 쓰는 심상정후보를 제외한 남성후보 네 사람 모두 경상도가 고향이다. 한국의 표준어가 경상도 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역대 대통령 10명 중 이승만, 윤보선, 김대중을 제외한 7명(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이 경상도 출신이다. 19대 대통령 역시 경상도 사람이 될 확률이 아주 높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이후 영남 출신들이 대한민국 국가 권력을 좌지우지 한 것이 50년 가까이 된다. 박정희 18년6개월 전두환 7년 노태우5년 김영삼 5년 노무현 5년 이명박 5년 박근혜 4년 등 49년6개월을 집권했다. 호남출신은 김대중 5년이 전부다. 그리고 이후 5년도 영남 대통령이 집권할 것이다.

인재를 기르지 못한 호남의 자책과 한숨, 호남 뿐 아니라 경기 충청 강원 제주 등 비영남 역시 같은 탄식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감정을 자극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고향을 저버리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출신지가 영남이 아니면 힘을 쓸 수 없는 차별이 일상화될까 두렵다.

필자는 대선 후보의 TV토론이 계속될수록 이번 대선은 ‘경상도 리그’라는 실감을 하고 있다. 문재인(경남 거제)·안철수(부산)·홍준표(경남 창녕)·유승민(대구)후보가 모두 영남에 유세를 가서 그곳은 자신의 고향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어떻게 합종연횡하든 영남사람들끼리 뭉치는 것이다.

현대 정치사에서는 1963년 5대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였던 박정희는 영남권 선거운동 중 ‘우리 경상도 사람 대통령으로 한번 뽑아보자’고 호소, 상대 후보 윤보선을 물리치고 당선됐다. 1987년 13대 대선에서도 영남의 노태우 후보, 호남의 김대중 후보로 지역 감정에 의한 투표가 이뤄지면서 노태우 후보가 당선된다. 모든 정치인은 지역주의에 기대려는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실제 선거에서 표결집에 효율적 선거수단임이 입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기 불황과 악화일로의 남북한 대결 등 하나로 뭉쳐도 대처하기 힘든 상황에서 모든 것을 동서로 나눠 대립케 하는 지역감정은 결국 국력약화와 서민들의 희생을 초래하고 정권이 바뀌면 똑같이 복수하는 피의 보복정치를 부르는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영남대통령’ 인식은 절대 반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략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호남으로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재벌개혁, 검찰개혁, 정치개혁 등 우리사회의 근본적이고 질적인 변화 요구를 수용해, 국민주권을 찾고자 한 국민의 처절한 몸부림을 이해하는 대통령을 뽑고자 한다. 이번 대선의 쟁점은 촛불민심이 말하고 있는 불공정, 부정부패 등으로 굳어진 사회체제의 개혁이고, 큰 틀에서 경제민주화와 사회안전망 확대다. 소득격차, 지역격차, 교육격차 등으로 표현되는 우리 사회의 격차를 해소시킬 수 있는 정치세력이 새로운 대한민국,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주기를 원하고 있다.

비록 호남후보 없이 치러지는 선거지만 여전히 호남은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이다. 현실적으로 호남의 목소리가 국정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시대다.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 다당제 하에서의 권력분점 등 관련 논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호남의 영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전략을 만들어 호남의 목소리가 강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가를 통치하는 자리이다. 전반적으로 국가 경제를 성장시켜야할 책무가 있다. 당연히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명확한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호남 낙후에 대한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갖고 있는 사람을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내년이 전라도 1000년이다. 다음 대통령은 향후 전라도 1000년을 위한 전략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반도 반만년의 역사 속에서 우리 전라도 천년의 역사는 지역주민들에게 무한한 자긍심을 드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서 전라도의 미래가 곧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이들이 자긍심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희망과 도전정신을 부여해줘야 한다.

전라도 1000년, 바로 천재일우다. 천년의 역사에서 향후 천년의 미래를 만들어 내야 한다. 역사가 선물한 천년의 자산을 디딤돌로 삼아 대한민국의 중심지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 다시 경상도 말투를 쓰는 이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하는 아픔이 있지만, 호남은 청와대를 영남향우회로 만들지 않는 탕탕평평책을 쓰는 대통령을 원한다. 권력 상층부를 영남 출신으로만 채우지 않고 인재를 고루 살펴 뽑는 대인배를 원한다.

출신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호남출신은 지난 50년 헌정사에서 단 5년 집권했다. 그 결과, 살림살이가 처참하다. 다음 대통령은 전라도 정도 1000년이 되는 해에 이 엄청난 호남의 경제불공평을 바로잡을 의무가 있다.

공평한 국가의 공평한 대통령을 기대한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