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대통령은 누구인가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ssnam48@kjdaily.com

2017년 05월 03일(수) 18:28

대통령 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모든 후보가 5월9일 이후 대한민국이 확 달라질 것처럼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장 자크 루소는 ‘유권자는 선거일 이전에만 주인이고 선거가 끝나면 노예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모든 유권자가 ‘내 삶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불평등 해소, 공정·정의로운 사회구현, 일자리와 경제회생, 복지 등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가 산적해 ‘내’가 체감할 정도의 개선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크빌은 ‘정부 수준은 국민의 수준을 넘을 수 없다’고 했다. 응용하면 대통령 수준은 유권자 수준이란 말이다. 박근혜전대통령 탄핵을 지켜보면서 많은 국민이 절망했던 이유도 투표권을 행사한 국민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다.

이제 선거운동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후보마다 각종 공약을 발표하며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선거기간이 워낙 짧아 국민 유권자의 책임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공약(公約)과 공약(空約)을 구분하고 포퓰리즘을 가려볼 시간도 부족하다.

그래서 호남 유권자는 우선 호남 현안 해결에 누가 더 적극적이고 적합한 지 잘 살펴보고 있다. 공약의 구체적인 실천 계획까지 따져보고 있다. 더 이상 장밋빛 청사진에 현혹되지 말자는 지역여론이 팽배해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지금 혼돈과 혼란 속에 있다.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대통령 부재 상태다. 며칠 남은 기간 동안 바르게 헤아려 봐야 한다. 그리고 투표 당일 바르게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대통령은 명실상부하는 행정부의 수반 또는 수장(首長)인 동시에 국가대표기관으로서의 국가원수이다.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지고 있다. 국가를 보위하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해야 한다.

이처럼 중차대한 임무를 맡은 차기 한국대통령! 필자는 차기 대통령의 가슴에 권력이 아닌 ‘사람’이 새겨졌으면 좋겠다. 퇴임시 지지율이 65%나 되었던 우루과이 무히카 대통령은 유럽발 경제위기의 어려움에도 4%의 경제성장을 달성했으며, 빈곤타파와 일자리창출에 큰 성과를 이룬 분이다. 그는 자신과 경쟁했던 정치인 아스토리를 부통령에 임명, 통합의 정치를 시작했으며, “최악의 협상이 최선의 전쟁보다 낫다”며 투쟁보다는 대화와 협치를 중시했다. 또한 정치인으로서는 “우리가 틀렸다면, 우리가 잘못했다”라고 말할 것과 “방향을 바꾸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라는 용기를 보여줬으며,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는 거리가 없어야함으로 이를 위해 대통령을 지나치게 받들어 모시는 풍조를 없애야 한다”며 소박함과 소탈함을 실천했다. 그는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제공되는 대통령궁을 노숙인들에게 제공, 본인은 취임 전에 살았던 20여평의 농장에서 생활했으며, 퇴임 후에도 이곳에서 살고 있다. 그는 임기 중에도 자신의 봉급 1만2000달러(약 1350만원) 중 87%를 사회에 기부하며 검소한 생활을 지켜나갔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꼭 원하는 대통령은 누구인가. 미래를 향하여 대동단결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통합리더십을 가진자를 원한다. 진보와 보수 대립과 갈등에서 상생으로 선순환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이해타산을 버리고 국민을 위해 경쟁자를 임명하는 리더십은 바란다. 의견이 다른 정당이나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따뜻한 리더십은 기대한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지역간 격차, 빈부격차 해소 등에 대하여 확실한 소신을 가지고 사회혁신을 이룰 수 있는 용기있는 리더십을 원한다. 특히, 이 모든 것을 ‘혼자’하지 않고 ‘국민’과 함께하고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그런 좋은 대통령을 기대한다.

더군다나 역사의식이 좀 있는 대통령이면 더 좋겠다. 역사의식이 없으면 국민에게 힘과 긍지를 갖게 할 수 없다. 대통령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가 무언지를 정확하게 알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유구한 한반도역사를 관통하고 민족사적인 역사관 위에 미래 대한민국의 비전을 세워야 한다.

대통령은 누구인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고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하고 국가경제를 키워나가는 하는 자다. 국가관도 없고 민족애도 없고 책임감도 없고 거짓말만 일삼고 변명만 늘어놓는다면 국민이 다시 절망할 것이다. 이 시대는 정직한 국정운영, 공정한 사회를 이끌어주는 대통령을 간절히 원한다.

우리는 한때, 촛불을 들고 ‘이게 나라냐’ 물은 적이 있다. 더 이상 국가가 망가져서는 안 된다. 더 이상 기둥이 썩어서는 안 된다. 더 이상의 교육이 비뚤어져서도 안 된다. 더 이상 사회가 질서를 잃어서도 안 된다. 이보다 더, 국민의 자존심이 무너져서는 더욱 안 된다.

이번만큼은 진정으로 국가를 사랑하고 국민을 아끼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국민 개개인이 주인이다. 민주주의 역사를 바꾸고 발전시킨 것은 투표였다. 한 표, 한 표가 모여 집단적 의사를 표출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결정체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투표가 탄환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바른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는가.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훼손된 우리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사람, 잘 가려보고, 투표해야 한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