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이상봉 패션디자이너 “한국정서 담아낸 패션산업으로 신한류 선도하겠다” 사진=채창민 기자 ccm@kjdaily.com |
| 2017년 05월 07일(일) 19: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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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어떤 계기로 방문하게 됐는가.
-광주는 처갓집이라 가끔 왔지만 오랫동안 머물지는 못한 편이었다. 문화예술 중심도시 광주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이후 지인과 방문했던 것이 최근 방문했던 기억이다.
이번엔 광주매일신문 주최 창조클럽아카데미 강의를 위해 찾았다. 광주 경제의 한축을 담당하고 문화를 사랑하는 지역 리더들과 우리나라 패션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기 위해 참석했다. 특히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주제로 패션에 대한 정의와 새롭게 확장된 의미에 대해 토론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다.
▲최근 성공리에 마무리한 광저우 패션쇼의 현장분위기는.
-광저우는 중국을 대표하는 선진 패션문화 도시로 가장 현대적인 패션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쇼를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최근 사드배치 문제와 관련해 냉랭한 한중 관계 속에서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이번 쇼의 컨셉은 세계인의 겨울스포츠축제인 ‘평창 동계올림픽’이었던 만큼 한국문화를 전달하고, 한국과 전세계인의 화합과 우정을 연상시키기 위해 만전을 기했다. 오픈 영상으로 올림픽 장면을 응용해 스토리를 담아냈다. 태극기와 평창을 소개해야 했기 때문에 중국과의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보다 편안한 접근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영상은 대한민국의 대표 스포츠 선수의 활약상과 평창의 상징적 의미, 중국 우승선수의 영광의 순간을 함께 편집해 완성시켰다. 중국의 주최측과 패션관련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뿌듯했다. 쇼를 위해 다른 나라에 방문할 때 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 요소로 접근해왔고, 이것이 최적의 소통방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1988년 올림픽 이후 대한민국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역사적인 순간을 두 번째로 맞이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그러한 마음을 쇼에 투영시켰다.
▲패션업계에서 30여년간 몸담고 있는데, 한국 패션업계의 현 주소는.
-지난해 뉴욕, 파리,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초청을 받아 방문하거나 쇼를 진행해왔다. 이제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
저는 소위 양장점을 영위해온 패션업 1세대에 이은 2.5세대로서 기성복 세대이다. 해외 진출이라는 꿈을 안고 1998년 IMF 당시 파리에서 옷 장사를 시작했을 때만해도 막막한 현실에 부딪쳤다.
당시에는 벽을 보고 소리치는 것 같았고, 장터에서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소리를 지르곤 했다. 패션의 진원지라 불리는 유럽의 패션문화에 압도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러운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현재는 ‘한류’의 한 축으로 케이팝, 영화, 드라마, 화장품 등 한국의 영향력이 뻗치고 있으며, 이제 패션산업은 ‘신한류’로 도약하고 있다.
20여년 전 첫 해외진출을 했던 우리 시대는 유럽과 선진국들을 쫓아갔지만 지금은 옷을 판매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으로 해외에 접촉하고,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다.
▲한국 고유의 정서를 패션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패션쇼를 진행할 때는 5년 주기로 한국 고유의 전통 문화 요소를 접목했다. 우연히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적 수교를 위해 2005년에 한글 작업을 시작하면서 이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됐다. 우리 문화적인 요소 중 잊혀져 가는 것들을 현대 사회에서 끄집어내고 젊은 세대가 공유해야만 미래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문화를 당당하게 알려주기 위해 스스로 배우고,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전통 문화에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이 바로 디자이너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한글 작업은 패션디자이너로서 가장 큰 터닝포인트가 됐다. 외국의 바이어들이 한국문화를 많이 사랑해주고 한글을 글자가 아닌 그 모습 자체의 아름다운 작품으로 인식했다.
한글뿐만 아니라 무궁화, 단청, 바느질 등을 접목한 쇼를 수차례 진행해왔고, 지금도 새롭게 한국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구상을 벌이고 있다.
그 예로 지난해 중국 하얼빈에서 초청쇼를 진행할때 안중근을 떠올렸고 쇼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의 잊혀져가는 영웅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안중근 기념 사업회와 협력해 안중근 단지동맹을 표현한 티셔츠를 만들고, 기증사업도 진행했다.
▲패션과 다른 문화와의 융·복합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데.
-디자인이나 창조 산업은 다른 장르끼리 모여 새로운 것을 만드는 과정이다. 하나의 길만 가면 깊이는 깊을 수 있으나, 옆을 보지 못한다. 반대로 다른 문화와의 결합은 창의적인 생각을 접할 수 있다. 브랜드를 꾸리게 되면서부터 음악,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장르 친구들로부터 영감을 얻고 작업을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을 경험하곤 한다.
현재 다양한 컬레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다양한 분야· 연령대의 사람들이 서로를 파트너로서 존중하고, 기업과는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상황에 맞는 협력을 통해 새로운 창조적산업의 근간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패션과 다른 장르와의 융·복합은 향후 미래 4차 산업 혁명과도 함께 걸어가는 좋은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본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지도자에 바라는 점은.
-패션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이자 산업인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선진국은 국가, 도시 산업으로 나타나고, 개도국은 노동력, 생산력으로 국가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도자가 누가 되던 패션산업이 어마어마한 크기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안경, 화장품, 자동차, 가구, 주택 등 살아가는 라이프 스타일 자체가 패션이다.
패션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으로 스스로 홍보대사 역할에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패션은 현재를 살아가고,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 지도자들은 생각의 전환을 통해 패션산업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관심을 갖길 바란다.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조언해 준다면.
-현재 한류는 아시아의 중심이듯 소비의 중심도 아시아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동북아시장은 유럽이나 미국의 젊은 디자이너에게 가장 큰 과제로서 주 타깃층은 아시아 소비자들이다. 런던, 파리, 밀라노에서 오는 젊은 디자이너의 목표는 아시아시장 진출이며, 아시아시장의 중심은 이제 서울로 집중되고 있다. 이는 우리 한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후배 디자이너들은 자부심을 갖고 한류를 패션산업을 통해 ‘신한류’로 발전시켜 나가야한다. 끊임없이 도전한다면 세계의 패션업을 선도할 실력있는 디자이너들이 많이 배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이 한국의 자랑스러운 패션디자이너로서 성장하고 패션을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희망의 멘토가 되고 싶다.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30여년을 패션업계에 종사하면서 깨달은 것은 늘 새로운 것을 찾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 곧 자신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한 시즌의 쇼가 끝나면 다시 새로운 쇼를 구상하기 위해 창작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다.
현재 세계 패션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아시아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국의 거대한 시장과 한류 열풍으로 아시아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서울의 패션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더 다양한 시도와 만남,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의상의 한계를 뛰어넘어 주거공간, 자동차, 생활용품 등을 접목시킨 다채로운 협업과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의 정서를 담아내는 패션디자이너로서 한국 문화를 알리고자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 패션산업이 신한류를 선도할 수 있길 기대한다./글=오승지 기자 ohssjj@kjdaily.com
/사진=채창민 기자 ccm@kjdaily.com
사진=채창민 기자 cc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