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여수 하화도 꽃섬길 꽃섬엔 유채꽃…쪽빛 바다엔 ‘섬꽃’ 피었네

2017년 05월 09일(화) 20:30

유채꽃 너머로 보는 해안의 기암절벽도 노랗게 채색이 됐다.

꽃섬이라는 이름부터가 매력적이다. 얼마나 예뻤으면 꽃섬이라 했을까? 꽃섬에 가고 싶다. 게다가 두 개의 꽃섬 중 하나인 아래 꽃섬(하화도)에 꽃섬길이라는 걷기 좋은 길까지 생겼다. 승객을 가득 채운 여객선은 백야항을 출발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다도해를 헤쳐 나간다. 우리를 태운 배는 제도와 개도를 거쳐 하화도로 향한다. 개도와 제도 사이 바닷길을 달려가는 배 위로 드디어 하화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화도 선착장에 도착하니 23가구가 사는 하화마을이 반갑게 맞이한다. 조용하던 마을은 관광객의 발길로 갑자기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꽃섬길은 장화 모양으로 생긴 섬을 한 바퀴 도는 길이다. 마을 뒤쪽 비탈을 오르다보니 하화도와 비슷한 크기의 상화도가 마주보고 있다. 상화도 남쪽 비탈에 둥지를 튼 상화마을과 이곳 하화마을이 푸른 바다를 가운데 두고 손짓을 한다.

하화도 꽃섬길을 걷다보면 주변의 섬들이 거대한 꽃을 피우고 있다.

이 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임진왜란 때로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 당시 성명미상의 인동장씨가 난을 피하기 위해 뗏목에 식량과 가족을 싣고 이곳을 지나다가 섬에 동백꽃과 섬모초가 우거져 있고 은신하기 좋아 정착했다는 기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후 주민들은 동백꽃과 선모초, 진달래꽃이 섬 전체에 만발한 모습을 보고 꽃섬이라 불렀다. 마을 앞 북서쪽 1㎞ 지점에 비슷하게 생긴 꽃섬이 하나 있어 그 섬을 웃꽃섬, 이곳을 아래꽃섬이라 불렀다.

선바구 정상을 지나 완만하게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 해변은 가파른 비탈을 이루지만 위쪽 산줄기는 완만한 곡선을 그으며 이어진다. 길은 그 곡선을 따라서간다. 길을 걷다보면 개도와 제도, 백야도가 푸른 바다에 떠 있는 모습이 가슴에 안겨온다. 다른 쪽에서는 하화도와 상화도, 더 멀리는 사도·낭도 같은 섬들이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꽃처럼 피어있다.

길을 걷다보면 유채꽃이 화사하게 펴 우리를 유혹한다.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밭에서 사람들은 꽃 속의 나비가 된다. 노란 유채꽃은 에메랄드빛 바다, 푸른 하늘과 색상의 대비를 이뤄 아름다운 수채화 한 폭이 됐다. 유채꽃길을 걷다보니 마치 꽃가마를 타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다가가는 것 같다. 눈부신 유채꽃은 고혹적인 향기를 내뿜으며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기암절벽 위로 유채꽃이 피어 있고, 뒤로 개도라 불리는 섬이 우뚝 솟아 있다.

유채꽃밭 너머에서 넘실대는 바다가 우리를 해변으로 초대했다. 우리는 바다의 정중한 초청을 받고 낭끝전망대로 내려선다. 해변의 바위들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낭끝전망대에 서서 주변을 바라보니 바다가 사람들을 부른 이유를 알 것 같다.

하화도 남쪽해변을 바라보니 그 모습이 천하절경이다. 억겁의 세월동안 파도와 만나면서 씻기고 깎여서 만들어진 해식애는 아름다운 기암절벽이 됐다. 바다는 파도를 섬에 보내 장구한 세월 동안 갈고 다듬어 아름다운 해안을 만들어냈다.

낭끝전망대로 불리는 바위 위에 앉아있는데, 드넓은 바다가 푸르고 거침이 없다. 금방이라도 헤엄쳐 가고 싶은 개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남서쪽 멀리 고흥 나로도가 자기 존재를 알려온다. 해변에서 다시 위쪽으로 올라오니 유채꽃이 길안내를 자처한다. 노랗게 핀 유채꽃 사이를 걸어가며 아름다운 해변을 바라본다. 유채꽃 너머로 보는 해안의 기암절벽도 노랗게 채색이 됐다.

하화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갈리는 곳에서 북쪽을 바라보니 상화도와 바다가 행복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해식애를 이루고 있는 남쪽해변과 완만한 경사지에서 마을을 품고 있는 북쪽 풍경은 사뭇 대조적이다. 유채꽃밭을 걷다가 철쭉꽃을 만나니 그 모습이 요염하고 화려하다. 북쪽 멀리 여천반도를 이루고 있는 여수시 화양면의 산줄기가 리드미컬하다.

하화도 남쪽해변은 파도에 씻기고 깎여서 만들어진 해식애가 천하절경을 이루고 있다.

하화도에서 가장 높은 큰산(118m)에 올라서니 길게 이어지는 하화도 몽돌해변과 하화마을이 정답게 내려다보인다. 하화도 뒤로 백야도가 우뚝 솟아있다. 상화도는 항상 이웃처럼 가깝다. 서쪽 장구도 뒤에서는 사도와 추도, 낭도가 손을 흔든다. 바로 아래로는 최근 개통된 꽃섬다리가 위용을 과시한다.

이름도 예쁜 꽃섬다리를 건넌다. 70m 정도 높이의 기암절벽이 마주보는 협곡에 길이 100m, 폭 1.5m짜리 출렁다리를 놓아 그 이름을 꽃섬다리라 했다. 주민들이 큰굴이라고 부르는 협곡에 설치된 꽃섬다리는 높이가 65m에 이르러 밑을 바라보니 아찔하다.

꽃섬다리를 건너 솔숲길을 걸으니 막산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멀리 고흥 나로도가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그 옆으로는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전망대 바로 앞에는 장구도라 불리는 무인도가 껑충 뛰어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가깝다. 장구도 뒤에서는 낭도와 고흥반도가 선명하다. 고흥 팔영산 바위봉우리들도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화도 끝자락에 서서 장구도를 바라보고 있는데 파도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바닷바람이 내 이마를 스치며 땀방울을 닦아준다. 이제 우리는 하화마을 쪽으로 방향을 튼다. 큰굴이라 부르는 꽃섬다리 아래쪽에 닿는다. 큰골은 마주보고 있는 기암절벽이 협곡을 이루고, 협곡에서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출렁인다. 바위절벽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작은 나무들이 생명의 신비로움을 일깨워준다. 절벽 아래에는 굴이 하나가 있는데, 이 굴을 마을사람들은 큰굴이라 불렀다.

기암절벽이 협곡을 이루고 있는 큰골 사이로 바닷물이 출렁인다. 절벽 아래에는 큰굴이 있다.

잠시 숲길을 지나 마을과 선착장으로 이어지는 몽돌해변을 만난다. 이곳 몽돌해변은 하화마을 앞까지 600m 정도 이어진다. 반질반질한 몽돌들은 억겁의 세월동안 파도가 조탁해 만들어놓은 것이다. 야생화공원 정자 아래에서는 유채꽃이 요염한 향기를 내뿜으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이곳 야생화공원에서는 계절에 따라 야생화들이 꽃을 피우는데, 오늘은 금낭화가 예쁘게 폈다.

하화마을로 들어서니 꽃섬길을 걷고 나서 백야항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왁자지껄하다. 마을 앞 선창가에 작은 식당과 마을회관이 있는데, 트레킹을 마친 사람들이 여기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오징어를 섞은 부추전에다 시원한 막걸리 몇 잔 마시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뱃고동소리를 내며 우리를 태우고 갈 배가 하화도 선착장으로 들어온다. 동네를 시끌벅적하게 했던 외지인들이 떠나면 마을은 다시 한적해질 것이다. 갑판에 앉아 섬과의 이별을 아쉬워한다. 상화도와 하화도 사이로 늦은 오후의 햇살이 비췬다. 바다에서 금빛으로 반짝이는 윤슬이 사도와 낭도까지 이어진다.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다.


※여행쪽지

▶아래꽃섬이라고 불리는 하화도는 여천반도와 백야도 남쪽에 숨어있는 작은 섬으로, 윗꽃섬(상화도)과 1㎞ 사이로 마주보고 있다. 하화도 꽃섬길은 하화도를 한 바퀴 도는 길로, 6㎞ 거리에 3시간 정도 걸린다.
▶코스 : 선착장→낭끝전망대→시짓골전망대→순넘밭넘구절초공원→큰산전망대→꽃섬다리→막산전망대→야생화공원→선착장
▶배편 : 백야항→하화도 : 08:00, 11:30, 14:50 (40분 소요) 하화도→백야항 : 10:10, 13:40, 17:00(동절기 16:40)
▶하화도엔 몇 군데 식당이 있다. 와쏘식당(010-9281-2461)에서는 서대회무침, 부추전과 식사를 할 수 있다. 꽃섬길펜션식당(061-666-5892)에서는 우럭매운탕(사시미)과 백반정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