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지역균형발전 위해 파급력 큰 사업 집중하겠다”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 |
| 2017년 05월 11일(목)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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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기간 선거 10일전 총리직을 제안 받았다고 했는데, 이 후보자의 장점은.
-저도 잘 모르겠다. 대통령과 저는 개인적으로 만나거나 교감하거나 식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20명 안팎의 국회의원과 정책간담회를 하면서 도시락을 먹은 적은 있다. 차를 마신적도 3번 이내다. 그러나 의정활동을 하다보면 서로를 관찰하게 된다. 그런 관찰기회는 있을 수 있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말씀하는 것은 온화하고 합리적이어서 탕평과 화합의 적임자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경험이 두루두루 있어 안정적으로 내각 운영 판단이 가능하다 등의 말씀이 있었다. 이런 것들이 저를 쓰시기로 한 이유가 아닌가 싶다.
▲전남도정의 좋은 정책 중 중앙정부에 반영될 정책은 무엇인가. 야당과 협치는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
-예를 들어 저의 대표적인 공약이었던 100원 택시가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채택된 적 있다. 그뿐만 아니라 넓은 의미의 도정(서민)시책만 50가지가 넘는다. 그 모든 것을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말을 못하겠지만 가능성 있는 것은 유관부처에 권고할 생각이다. 지방행정을 해보니까 정책 또는 시책이 확립된 것만 가능한 게 아니라 틈새에 수많은 시책들이 잠재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총리실에 있는 국무조정실을 통해 ‘이런 것을 해봐서 괜찮더라’ 유도해 국가 또는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것을 권유해보겠다.
제도를 바꿔야 하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 장관이나 경제주체들의 결심으로 바꿀 수 있는 게 많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등 주체자들의 결의가 있다면 상당히 변할 수 있다고 본다.
야당과의 협치는 소통에 노력을 하겠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야당에 말하고, 협력을 구하고, 야당이 ‘도저히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하면 다소간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책을 수정해서 접점을 찾겠다. 어제부터 축하전화를 받으면서 “걱정이 태산입니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총리공관이 자리한) 삼청동과 인사동의 지역경제활성화다. 이 곳은 막걸리의 종류와 질이 달라질 것이다. 기존과는 달리 파격적으로 서민과 가까이 가는 방식으로 소통할 것이다.
▲대통령이 정경유착을 끊겠다고 말했는데 총리 지명자로서 실천 로드맵을 밝혀달라.
-제도 뒷받침을 지원 받아야 하는 분야는 제도 만들어 하고, 그렇지 않는 분야는 경제주체로부터 상당히 가능한 분야가 있다. 제가 총리 지명되기 훨씬 전부터, 작년 국정농단 사태가 표면화 될 때부터 여러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대통령이 기업총수에게 정치자금을 받거나 또는 활동을 제한하거나 할 시간에 오히려 대기업 총수에게 “회장님, 내가 청와대 있는 동안 청와대 신경 안 써도 된다. 정치자금 신경 안 써도 된다. 그 대신 협력관계에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 완화, 저소득층 아이들 공부하는 데 도움 주는 게 낫지 않겠냐”고 말했으면 어떻게 변했을까 상상해봤다. 그렇게 5년 동안 했다면 우리나라는 많이 바뀔 것이다.
제도 이전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게 많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사에서 “빈손으로 청와대 갔다가, 빈손으로 나오겠다”는 말을 했는데 매우 매력적인 말이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
▲기자회견 과정에서 감정이 북받쳤는데….
-목이 메는데 제가 일부러 한 것은 아니다. 오늘 아침 가방을 싸서 관저를 나서면서 불현듯 생각나는 것이 ‘전남에 좀 더 있고 싶은데’였다. 어제도, 그제도 며칠간 뒤척여 잠을 못 잤다. 오늘 아침은 몸이 가벼웠다. 집이 산 밑에 한옥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아침이 상쾌했다. 이런 곳을 빨리 떠나야 하는 것인지 마음에 걸렸다. 3년이 안 되는 동안 도정을 이끌었던 감회가 표출된 것 같다.
▲전남 현안 사업 중 긍정적 반응이 예상되는 사업은.
-주요 후보들의 공통된 공약 사안은 추진하기 쉬울 것이다. 예를 들면 KTX 2단계, 무안공항 경유는 예외 없이 공약했기 때문에 빨리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지사로 요구하는 것과 총리로서 여러 부처의 의견일치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중장기적 입장으로 그 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추진 시점이 문제다. 개인적인 믿음을 가지고 부처 장관들과 논의하겠다.
▲영남에 비해 소외된 호남을 배려하는 정책이나 사업은 무엇인가.
-저는 호남총리는 아니다. 대한민국의 총리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효과를 좀 더 빨리, 좀 더 강하게 낼 수 있는 방법, 좀 더 규모가 큰 파급력이 있는 사업에 집중해서 이뤄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광주·전남의 경우 에너지산업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전북은 호남 안에서도 소외감을 호소하고 있다. 전주혁신도시, 새만금, 군산조선소 등 그런 부진한 사업들이 현안일 걸로 알고 있다. 그런 부진을 빨리 탈피할 수 있는 지 고민해보겠다. 인재의 육성 면에서는 장관들은 제가 총리가 되기 이전에 후보자가 지명돼야 첫 내각을 빨리 구성될 수 있다. 현재는 시간적으로 기다릴 수 없다. 제청의 대상이 아닌, 장관 이후에 단계적으로 인사를 할 수 있는 하급부 직위는 충분히 인재를 파악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서 빨리 파악해 인재를 추천하겠다. 인재는 미리미리 키워야 나중에 끊임없이 크게 쓸 수 있다.
▲총리 의전문제에 대해서도 파격적일 수 있나.
-제가 의전을 참 싫어한다. 할 수만 있다면 제 주변에 감시인이 없었으면 좋겠다. 경호, 비서 다들 감시자로 느낀다. 보시면 아시게 될 것이다. 어제 대통령께서 총리, 국정원장, 비서실장 그리고 공개는 안 했지만 경호실장을 지명하시고, 그 이후 차담을 하면서 대통령이 특별히 당부했다. 경호를 약하게 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경호실장이 오히려 곤욕스러워했다. “그런 것 까지 안 하면 안 되는 데” 했다. 대통령이 광화문 시대를 열면서 국민들에게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는 것을 느꼈다.
어제 서울에서 일을 마치고 호남선 KTX를 타기 전에 단골 냉면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 와중에 종업원 아주머니들이 나를 못 알아보다가 하루 종일 TV에 나오니까 사인을 해주라며 난리가 났다. 방송국 아나운서 두 분이 냉면을 먹었다. 그 분들이 저를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총리도 ‘서민들 단골집에서 같이 밥도 먹는구나’ 이런 인식을 심어주면서 국민과 가까이 가려고 하고 있다.
대통령과 차담을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광장에 모인 국민의 민심은 대통령 선거 기간이던 끝났거든 그 흐름 하나가 ‘어쩌면 제2의 서울의 봄’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우리가 민주주의 꽤 발전했다고 자부하는 데 실제 국민들의 몸에는 민주주의에 대한 목마름이 쌓여 있었다. 이런 것들을 국정의 동력으로 삼으면서 늘 마음에 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책임총리제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은.
-책임총리제는 법적인 개념이 아니고 실제적, 정치적 개념이다. 사람들의 느낌 속에만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느낌은 총리는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권리를 행사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다.
예전 의전 총리, 방탄 총리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책임총리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불확정 개념이 아니라면 대통령의 의지, 대통령 주변의 이해, 총리의 자세와 의지 등이 삼위 일체돼야 책임총리제가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중요한 것 몇 가지만 말씀하시고 나머지는 실무자들에게 맡기는 스타일로 알고 있다. 그것은 국정방향에 맞게 시기를 놓치지 않고 그렇게만 한다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내각에 참여할 장관들께도 말씀드리겠다. 대통령과 의견이 다를 경우에는 꼭 말씀드릴 때는 말하겠다. 그런데 그럴 경우가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가 보기에 문 대통령은 신중하신 분이고 생각이 깊으신 분이다. 어떤 한 가지 방식의 외골수는 아니다. 생각이 다르거나 현장에서 나타난 일들을 아무래도 저희들이 (청와대보다) 더 많이 안다면 가감 없이 전달해 주는 것이 저의 책무다./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