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로 5월 진실 알려야 정겨울 문화부 기자

2017년 05월 26일(금) 06:48

‘한번은 그들이 쌓아놓고 간 열 몇 사람의 몸들에게서 얼굴을 찾을 수 없었어. 목이 잘려나간 게 아니란 걸, 흰 페인트칠로 얼굴이 지워졌다는 걸 깨닫고….’ ‘헤드라이트를 켜고 거대한 물결처럼 밀려들어오는 버스와 택시들을 향해 환호하던 군중 속에….’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 속 한 구절이다. 한강의 여섯 번째 장편 소설인 이 책은 2014년 발간됐다. 5·18 당시 상황을 낱낱이 담아낸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열흘간 상황과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가 설정한 등장인물과 상황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철저하게 ‘팩트’에 입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흰 페인트칠’, ‘버스·택시기사들이 펼친 헤드라이트 행렬’ 등 당시 역사적 사실을 소설 군데군데 심어뒀다.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무엇이 사실인지 헷갈릴 때엔 섬뜩함마저 든다.

지난 주 극단 토박이의 연극 ‘오! 금남식당’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금남관’의 주인이 되기 위한 요리사들의 좌충우돌 대결 장면이 주제다. 극 초반엔 코믹 요소가 주를 이룬다. 이후 절정, 결말로 치닫을 쯤엔 ‘5월 주먹밥’ 이야기가 눈물샘을 자극한다.

연극은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학생과 시민군, 그리고 그들에게 총구를 겨눈 계엄군 등 5월의 상황을 전달한다. 특히 ‘5·18훌라송’, 시민군의 구호, 헬기 기관총의 무차별적 총성 등은 ‘그날’을 떠올리게 한다.

5살 어린 아이부터 60-70대 어르신 등 다양한 연령대가 공연장을 찾았다. 아이들은 숨죽이고 지켜보며 두려움을 느꼈을 터다. 5월을 겪은 어르신들은 눈물을 훔치고 흐느꼈다. 37년 전을 회상하며….

5·18을 소재로 한 소설과 연극은 5월의 진실을 알리는 데 문화예술 장르가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래 세대가 ‘아프지만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체득하는 자리를 더 만들어야 한다. 지역 문화계와 지방자치단체가 고착화된 행사를 넘어 ‘5월’을 시민 생활 속으로 뿌리내리게 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이유다. 결국 그 매개체는 문화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