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주소 동시 김기리

2017년 06월 01일(목) 19:30

가람을 만날 때 마다 기와불사를 했다
이름과 주소를 그때마다 적었다
그 기와를 지붕삼아 속세를 옮겨 다녔다
그러던 중 문득,
부처의 주소가 궁금해졌다

큰 스님 친견했던 마음들마다
염화미소라는 주소가 있었다
그럼에도 번뇌라는 먼지 위에다
서슴없이 매번 기와를 얹었다

잘 생기거나 못 생기거나 형용할 수 없는
조악한 돌 속에라도
삭막한 그 어느 허름한 곳에서라도
부처는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

만나지는 절집마다 기와 상판에 주소를 적고
다소곳한 마음이 간절하게 부처를 불러 모신다
산 속 마애불이거나 노천 불상이거나 막론하고
눈앞에 나타나는 모든 불상은
경배의 대상으로 다가오는 것이니
나는 툭탁거리는 무릎으로 두 손 합장 절을 올린다

세상 천지에 부처 아니 계신 곳 없다는
말씀, 수도 없이 들었지만
도무지 부처 계신 곳 찾을 길 없어
내 몸 한 복판에 부처를 모시고
오늘도 부처의 주소를
방방곡곡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이다.

<해설>부처는 불교에서 ‘깨달은 자’라는 뜻이다. 깨달은 자는 누구든 부처라고 할 수 있지만, 보통은 석가모니불(Gautama Buddha)를 가리킨다. 부처님이 거처하는 주소는 수행자의 마음속이 아닐까 생각한다.
<약력> 1937년 구례 출생, 2004년 아동문예 동시 당선, 2004년 불교문예 신인상, 시집 ‘오래된 우물’ 외 2권, 동시집 ‘보름달 된 주머니’, ‘웃음보 터진 구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