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물의 전언 이길옥 시

2017년 06월 01일(목) 19:30

냄비에서 물이 끓으며
뜨겁다고
너무 뜨겁다고
온몸을 뒤틀고 비비꼬며
말문을 튼다.

덮었던 뚜껑을 들썩이며
속에 담은 본심을 뜨겁게 헐떡이며
더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연다.

세상살이는
불 맛을 봐야 익는 거라고
펄펄 끓으면서 맛이 드는 거라고

화상을 입을 정도는 되어야
남을 꿇릴 수 있다고
화끈하게 데워지라 전한다.

<해설>시는 발견의 미학이다. 일상의 수많은 현상을 보고 그 이면에 숨겨진 감동과 교훈을 찾아내는 것이 시인의 과업이다. 시인은 라면을 먹기 위해 물을 끓이다가 뜨거워져 요동치는 물굽이를 바라본다. 그리고 치열한 인생현장이 그곳에 투영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깨달음과 함께 먹는 라면은 얼마나 맛있었을까.

<약력> 1974년 통일생활 신춘문예 시부 당선, 1975년 교육자료 시 3회 추천 완료, 자유문예 외 5개 문예지 시 부문 등단, 현재 광주문인협회 사무국장, 광주시인협회 부회장, 아시아 서석문학 신인상 심사위원, 사직도서관 시 창작 강의, 시집 ‘하늘에서 온 편지’, ‘물도 운다’, ‘出漁’, ‘아부지 아라리오’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