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호남권 공항 정책 로드맵 다시 짜야 광주군공항 이전 & 무안공황 활성화 광주·전남지역 매년 노선 줄고 이용객 감소 악순환 군공항 이전 정부 개입 필요…갈등 중재 역할 절실 무안공항 취지 걸맞게 ‘서남권 거점공항’ 육성 필수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2017년 06월 08일(목) 19:14

광주·전남지역 공항 정책은 기로에 서 있다. 지역 내에 광주공항과 무안국제공항이 있지만 어느 곳도 제대로 된 공항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책 부재에 기인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전남 공약으로 ‘광주군공항 이전’과 ‘무안공항 서남권 거점공항 육성’을 제시했다. 계획대로라면 당장 군공항 이전은 올해 안에 이전 후보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군공항 이전 대상인 전남의 반대가 거세다. 군공항 이전은 다른 의미에서 무안국제공항 활성화와 직결된다. 군공항 이전을 계기로 정부가 호남권 공항정책의 새로운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사진 왼쪽부터 광주군공항에서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는 모습과 한산한 무안국제공항.

광주·전남지역 공항 정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사실상 무너졌다. 2007년 무안국제공항 개항 이후 공항 기능은 광주와 무안으로 이원화됐다. 호남선 KTX 개통 뒤엔 철도 이용객 폭증으로 광주공항과 무안국제공항 모두 이용객 감소와 신규 노선 취항 실패 등 악순환의 연속에 허덕이고 있다. 현재 광주지역 최대 현안은 군공항 이전이다. 전남의 경우 무안국제공항 활성화가 급선무 중 하나다. 결국 광주 군공항 이전과 무안국제공항 활성화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패키지’인 셈이다.

◇주민 소음 피해 극심 현안 대두

광주 광산구 신촌동에 위치한 군공항(831만㎡)은 1964년 만들어졌다. 당시만 해도 군공항 주변은 허허벌판인 시절이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군공항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조성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광산구 송정·도산동, 서구 상무동, 남구 대촌동 등 10개 동 30만명에 달하는 주민이 항공기 소음 피해를 호소했기 때문이다. 군공항 이전이 광주시의 최대 현안사업으로 대두된 것이다.

시와 군공항 이전을 위한 범시민추진위원회는 2014년 10월 국방부에 군공항 이전 건의서를 제출했고, 이후 광주시와 국방부가 17차례 협의와 자문을 거쳐 2016년 8월 광주 군공항 이전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전 후보지 선정까지 ‘첩첩산중’

시는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별도 사업단까지 구성하며 군공항 이전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군공항 이전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발주한 ‘군공항 이전 검토 용역’은 오는 11월7일까지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 용역은 이전 적정지역 조사·분석, 이전·종전부지 개발계획 구상, 이전 적정지역 지원계획 수립 등의 과제를 수행한다. 오는 11월 말이나 12월 이내에 군공항 이전 후보지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군공항 이전 사업은 2025년까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되며 5조7천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다. 시가 새로운 군공항을 짓는 대신 현 대지의 소유권을 갖는 형태다.

군공항 이전의 선결 조건은 이전 후보지역인 전남의 동의다. 해당 지역에서 반대할 경우 군공항 이전은 장기 표류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군공항 이전 검토 용역’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11월이라는 점은 이전작업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내년 6월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의 정치권과 시민단체, 주민들이 반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전 부지 선정 절차는 예비이전 후보지 선정→이전후보지 선정위원회→이전주변지역 지원계획 심의→이전부지 선정계획 수립·공고→이전지역 주민 투표→유치 신청→이전부지 선정 심의에 이르기까지 복잡하다. 이 가운데 핵심이 주민 투표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군공항 이전 문제가 지방선거 이슈로 대두될 경우 사업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무안공항 활성화 ‘윈윈’ 전략 절실

이런 가운데 지역 내에서는 군공항 이전을 개항 이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무안국제공항 활성화와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군공항을 단독으로 이전하는 계획은 전남지역의 반대 여론을 뚫어내기 쉽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다.

전남의 여론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안국제공항을 서남권 핵심 공항으로 육성하는 게 전제조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2007년 개항한 무안국제공항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공항정책에서 뒷전으로 밀려나며 사실상 활성화에 실패하고 있다. 해외 노선 확보를 위한 기본 인프라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데다, 국내 노선이 광주공항과 양분화돼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무안국제공항의 활주로는 2,800m 밖에 안돼 보잉 747 등 대형 기종의 이·착륙이 불가능하다. 이는 중국과 동남아 이외에 취항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인천공항 4,000m, 김포공항 3,600m, 김해공항 3,200m, 제주공항 3,000m와 비교해도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은 턱없이 짧은 수준이다.

전남도가 KTX 2단계 무안공항 경유와 함께, 광주공항 국내선을 무안으로 통합하고 활주로를 기존 2,800m에서 3,200m로 연장해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호남권 공항정책 재검토를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기간 동안 광주 공약 중 하나로 광주공항(군공항 포함) 이전 지원 및 스마트시티 조성을, 전남 공약으로 무안공항을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광주 도시 발전을 위해 광주공항(군공항 포함) 이전이 필수 상황이며 국가 주도의 이전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해 지자체 비용 부담 완화 및 국가 지원 확대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리고 종전 공항 부지 및 인근 지역을 4차 산업을 선도하는 ‘스마트 도시(Global Smart Energy City)’로 조성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무안공항의 경우 수도권 인천공항, 영남권 김해공항과 함께 국토 3각축의 거점 공항으로 발전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중국·동남아 항공수요 증가, 2020년 흑산공항 개항과 광주·무안공항 통합에 대비해 무안국제공항을 국토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공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군공항 이전과 무안국제공항 서남권 거점공항 육성을 호남권 공항정책의 핵심 로드맵으로 함께 다뤄야 시너지 효과를 내며 ‘윈윈’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새 정부가 국가 주도의 군공항 이전을 약속한 만큼 이를 계기로 호남권 공항정책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첫 단추는 정부가 군공항 이전 후보지 선정 작업을 시에만 맡겨두지 말고 직접 광주-전남간 갈등 요인을 풀어내 이전 작업에 속도를 내는 일이다. 또 이전 대상 지역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뿐만 아니라, 기본 인프라를 갖춘 무안국제공항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발전 전략을 마련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이건철 동신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군공항 이전 시작 단계부터 광주시가 이전 대상 후보지역과 만나 설득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전폭적인 지원 약속은 당연한 일”이라며 “정부도 광주시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해 중재 역할을 하는 등 군공항 이전과 무안공항 활성화는 정부-지자체간 협치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무안공항 활성화 역시 서남권 거점공항이라는 무안공항의 건설 취지에 맞게끔만 정부가 공항 정책을 추진하면 어려울 게 없다”며 “그 시발점이 바로 광주·전남 뿐만 아니라, 전북, 충청권의 항공 수요를 무안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하는 KTX 무안공항 경유”라고 강조했다./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