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더 확대돼야 정준호 |
| 2017년 06월 11일(일) 19: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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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손해배상제도가 ‘입증된 손해액’을 기준으로 엄격하게 배상책임을 제한하는 책임법리를 강조하였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그 예외로서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책임을 부과하는 것이다.
지난 3월말 가습기 살균제 사건 재발 방지 등을 명분으로 제조업체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이 통과된 한편, 최근에는 프랜차이즈업계의 갑질 행위에 대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확대 도입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지난 2011년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7년만에 대폭적인 확대가 시도되고 있는 중이다.
당연히 재계에서는 그다지 반기지 않는 제도이다. 그렇다보니 최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쟁점이 되기도 하였는데,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상조 후보자는 보다 대폭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확대와 3배수 배상원칙을 10배수까지 확대할 필요성을 주창하기도 하였다. 그에 반해 헌법재판소장으로 내정된 김이수 후보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신중하게 도입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피력하기도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위헌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하며, 손해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제도로서의 확대도입을 적극 환영한다.
소송실무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손해액의 입증 절차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감정절차까지 진행하고서도 손해액의 산정 불가능 판정이 나오기도 하고, 손해액의 입증 곤란을 이유로 재판부에서 조정을 강권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3배까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오히려 피해기업에게 입증곤란을 구제하고 보완된 손해배상제도로서 기능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추정되는 손해액보다 입증된 손해액이 훨씬 적더라도 3배까지의 손해배상제도를 활용하면 현실화된 손해배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과잉배상 등으로 위헌성이 제기되지만 현실적인 제도 운용의 측면에서는 피해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기능이 우선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법원 역시 추정된 손해 이상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에는 대단히 신중한 태도이므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위헌성 문제는 그렇게 크다고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측면에서 ‘징벌적 성격’이 형해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상황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기업의 피해방지책을 유도하는 효과마저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하도급법 등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배상액을 산정하는데 고려하는 사정으로 “위반행위의 기간과 횟수‘와 ’원사업자의 피해구제 노력의 정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소송절차 이전에 기업이 피해발생과 관련한 예방책을 어느 정도 마련하였는지를 따져본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존슨앤드존스사의 베이비파우더로 인한 난소암 발생과 관련하여 1970년대부터 제기된 과학자들의 위험성을 무시하였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피해자 1인에게 500억원이 넘는 배상책임을 인정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정착이 될 경우, 기업에서는 위험성 경고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과 피해방지에 관한 노력을 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하기 때문에 자체적인 예방수단을 마련할 개연성이 높다.
이러한 점을 보더라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확대도입은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한가지 더 당부하자면, 이미 하도급법 등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된지 6년이 지났지만 징벌적 손해배상과 관련된 법원의 판결은 찾아보기 어렵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적용대상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과정에서 이미 피해자와의 합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으로 추측하지만, 제도의 보다 적극적인 활용 또한 필요해 보인다.
다시 한번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확대도입과 실효적 정착을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