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원형의 보고 '광주 사직동'] (6) 사라진 흔적들 광주읍성 위성 마을…1천년 광주 역사·문화 산실 |
| 2017년 06월 14일(수) 18: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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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동에는 광주의 역사와 다양한 문화가 있다. 사직단과 광주향교는 광주를 대표하는 전롱문화이며, 청년 예술인 지원센터와 광주문화재단은 미래 광주문화를 이끌어갈 문화허브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직동은 예로부터 광주문화의 중심에 있었다. 사직동에는 찬란하고 자랑스러운 광주의 이야기와 흔적들 중 많은 것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우리나라 국악의 중심에는 남도소리가 있다. 남도소리의 맥을 이어 1946년 사동 97번지에 설립한 광주국악원은 최종숙과 임석윤이 설립한 풍류방이었다. 남동에 있던 권번과는 달랐다. 안채봉, 박종선, 한애순, 공대일 명창 등이 활동했던 사동의 광주국악원은 광주·전남의 많은 명창들이 교습하고 강습하던 우리국악의 중심이었다. “판소리를 배우려면 전라도사투리를 먼저 배워라”라고 할 정도로 남도소리는 국악의 중심이었다. 광주시립국악원이 1990년대 초 운암동 문예회관으로 이전했지만 지금도 사직동에는 소리교습소가 여러 군데 운영되고 있다. 광주국악원이 있었던 사동 인근에 통기타 거리가 조성돼 또 다른 음악의 풍류가 이어지고 있다.
▶ 이웃 보호하고 봉사한 붕남정
성거사지오층석탑인근에는 이 지역의 토후였던 지응현이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세운 붕남정이 있었으나, 1980년대 체육회관 건립을 위해 철거됐다. 붕남정의 사적을 기록한 원기·원운 등의 문헌과 이를 증빙할만한 구전상의 기록 또한 없어 현재는 어떠한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지응현은 송사 기우만 선생의 병신(1896년)의거를 돕기 위해 의거비용을 독담했다. 원효사 대중건과 응세농업학교와 수의학교를 설립해 후진을 양성하고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등 다양한 구휼사업과 지역사업을 펼쳐 그의 선정을 기리는 송덕비가 광주·전남 지역에 17기가 남아 있다. 붕남정의 ‘붕남’(鵬南)이란 상상의 큰 새인 붕새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일거에 구만리 장정을 날아간다는 그의 큰 뜻을 가리키는 지응현의 아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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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세월 광주를 관통하며 도도히 흐르던 광주천은 1926년 일제에 의해 직강이 돼 버렸다. 4대강이 훼손되듯이 80년 전에 외세에 의해 아름다운 모습은 사라져 버렸다.
광주천은 구비치는 아름다운 강이었다. 지금의 금동 앞을 흐를 때는 비단같이 아름다워 금계라 했으며, 조금 흘러서는 대추여울 같다해 조탄, 읍성의 서쪽으로 흐르는 강이라 해 서천 등의 이름으로 불렸다.
조탄에는 농업용수로 쓰기위해 보를 막았고 이 물을 이용해 계림동에 있었던 경양방죽 인근 농민들이 농사를 지었으며, 쉼없이 흐르던 강물은 양림동에서 사직동 최부집 쪽으로 흘러 지금의 광주공원 어린이 놀이터 앞쪽을 지나갔다.
최부자집 부근의 광주천을 넘나들던 다리를 옛 광주의 이름을 딴 노지다리라 했으며, 다리는 통나무를 세우고 그 위에 잔가지로 얼기설기 만들어 흙으로 다져서 만든 가장 오래된 광주천 다리로 알려졌다.
1896년 광주를 방문한 오횡목은 자신이 남긴 ‘지도총쇄록’에 운교, 즉 구름다리로 소개했다. 직강화로 노지다리가 철거되고 부동교가 준공되던 1933년, 국도 1호선이 지나는 광주대교의 준공 때도, 광주의 어느 다리에서도 하지 않았던 의식을 부동교준공식에서 일제는 일본신관을 불러와 초도식(다리를 새로 놓고 처음 건너는 의식)까지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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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서문은 물류의 왕래가 활발한 곳으로, 서문 밖의 큰 장과 작은 장은 광주에서 가장 붐비는 장시였으며, 이곳은 광주의 크고 작은 역사의 현장이었다.
1908년 음력 1월2일 서천교 다리 밑 큰 장에서는 구 한말 항일투쟁을 이끌었던 호남창의회맹소 영수 기삼연 의병장이 체포돼 일제에 의해 총살이 집행된 아픈 현장이다.
기삼연 의병장이 체포되자 호남지역 의병들은 의병장을 구출키 위해 광주로 집결했고 이에 놀란 일제는 재판절차도 없이 만 하루가 되기도 전에 총살을 집행했다.
기삼연 의병장이 순국하자 광주읍성사람들은 당시 가장 큰 설 명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색이 있는 옷을 입지 않았고 큰소리를 내지 않았다 한다. 그 만큼 기삼연 의병장의 순국은 광주호남인에게는 큰 아픔이었고 슬픔이었다.
기삼연 의병장 순국 후 호남의병은 심남일, 안규홍, 전해산이 중심이 돼 일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었고 구한말 의병투쟁의 46% 이상이 호남에서 전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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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0년이 지난 1929년 11월 3일, 음력으로는 10월3일 개천절에 명치왕의 생일에 강제 동원돼 신사를 참배하던 학생들은 일본학생과 상인들과의 충돌이 있었다. 당시 작은 장에서 전국잠업대회를 취재하던 기자들에 의해 전국으로 전해지며 확산된 광주학생독립운동은 3·1운동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로 번졌다.
천년을 흐르던 사직동 앞 광주천은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광주정신을 품으며 말없이 흐르고 있다.
직강화로 변한 광주천 사직공원 입구(사동 105번지)에는 1931년에 건물 벽에 에스페란토어로 평화와 희망을 상징하는 녹색별이 붙은 녹성상회가 들어서고, 이곳에서 김후옥은 유도·권투 등 근대 스포츠를 보급한 선각자로 체육을 통한 민족계몽운동, 물산장려운동을 했다. 김후옥은 광주에 소년척후단(보이스카우트)을 창시했던 인물이다.
▶ 대성학원과 현충탑
1945년 8월 15일 광주일고 학생들과 시민은 화랑단을 만들어 신사본관을 부쉈다. 신사 주변의 부속건물들은 1947년 9월 사립대성대학의 강의실로 사용됐다. 대성대학은 전남의 유림들이 설립한 민립대학이었다. 이 대학이 훗날 발전해 전남대학교 인문대학이 됐다.
신사 부속건물은 그 뒤에도 시각장애인 수용시설인 영광원과 경찰관 양성시설인 경찰전수학교로도 사용됐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통치 이념을 위한 수단인 신사가 사라진 자리에는 해방 이후 또 다른 의미의 정치적 상징으로서 반공호국의 상징인 현충탑을 1963년 5월 세우고 그 좌우에 각각 48평의 철근 콘크리트 단층건물 2동을 건립해 5월29일 전남도립광주박물관으로 개관했다. 전남지방의 유일한 광주박물관은 1987년 8월 소장 자료를 용봉동 시립민속박물관으로 이전 후 1990년대 초 건물이 철거되며 흔적조차 없다.
사동 63-2번지에는 1830년경에 만들어진 함풍이씨 효열정려문이 있었다.
함풍이씨(1806-1828)는 어려서부터 효성이 지극한 효녀였고, 19세에 정호직에게 출가해 3년 만에 병든 남편을 위해 자신의 허벅지를 베어 대추에 고를 내어 먹여 수개월을 연명했으나 남편이 죽자 식음을 전폐하고 혼례패물을 팔아 남편의 묘를 손보고 자결하면서 합장해 줄 것과 향사(享祀)의 대를 이어지도록 하고 죽었다. 이를 가상히 여긴 나라에서 정려를 명했다. 정려각 안에는 효열이씨 정려기와 제효열질부 이씨정려 병서의 제액이 걸려있었지만, 관리 부실과 서석교 신설로 인해 고향 함평으로 옮겨졌다 한다.
사직동물원이 개장한 1972년 당시 광주인구는 50만이었지만 개장 첫날 동물원을 찾은 사람은 53만이었다 한다. 사직동물원 일대는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윗 곳바실과 아랫 곳바실의 이야기, 대구가 고향이지만 광주에서 목회활동을 하며 공안탄압을 받았던 유연창 목사와 5·18때 희생된 그의 아들 유동훈열사의 혼이 깃든 신광교회도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이외에도 사직동엔 많은 이야기와 사라진 사적이 많다. 사직동은 광주읍성의 위성 마을로 천년 광주문화의 숨결이 있다. 이제 사직동은 전문가와 주민들의 관심과 연구로 재조명되고 있다.
광주의 역사, 광주정신을 품은 성거산 사직골이 제대로 평가될 때 문화광주는 다시 빛을 발할 것이며, 국적도 역사도 없는 문화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며 문화융성을 주장하기에 앞서, 온고지신의 미덕이 필요할 것이다.
광주 유일하게 현존하는 효자문인 ‘남평문씨쌍효문’은 지금 이 순간에도 허물어져 가고 있다. 영혼 없는 차디찬 콘크리트 구조물만 남은 문화도시 광주를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