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천년! 내일을 준비하자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ssnam48@kjdaily.com

2017년 06월 14일(수) 19:07

2018년은 고려 현종 9년(1018년) 행정구역을 개편해 강남도(전주 등 지역)와 해양도(나주 등 지역)를 합쳐 전라도(全羅道)로 명명한 지 천년 되는 해다. 전라도의 명칭은 전주와 나주의 앞 글자를 합해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정권이 바뀌면 조그마한 조직명칭도 바뀌는데, 단일 행정구역 명칭이 그토록 오래 쓰였다는 것은 지역의 정체성을 역사적으로 증명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해서, 내년 2018년 전라도 정도 1000년을 앞두고 광주·전남·전북이 힘을 합해 ‘전라도 천년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전주·나주·호남을 넘어 진정한 ‘한국 속의 한국’으로 전라도가 다시 태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 천년을 위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새천년의 비전을 제시하고 토대를 만드는 것은 정말 중요한 책무다.

전라도는 지난 천년의 세월 동안, 동북아 경제와 문화의 국제교류 중심지였을 뿐 아니라 동학농민혁명, 의병항쟁 등 민중혁명이 일어난 한국정신의 본향이었으나, 경제차별로 산업화에 소외되면서 그 위상이 위축되고, 호남사상 광주정신 역시 폄훼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문화유산은 물론 호남정신도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지난 반세기의 낙후를 극복하고 호남의 자랑스런 위상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작금에 광주시, 전남도, 전북이 천년 역사를 담은 천년사(史)를 편찬하고 슬로건과 엠블럼을 제작하며, 언론 등을 통한 대국민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전라도 정도 천년을 단순히 기억하고 기념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라도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미래 청사진을 제시해 불평등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삼으려는 의지로 보여진다.

광주매일신문도 전라도 정도 1000년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6월 20일 신양파크호텔 대연회장에서 ‘전라도 천년의 얼굴’ 북콘서트를 개최한다. ‘전라도 천년의 얼굴’은 전라도 천년을 이어온 우리지역 대표인물들을 꼼꼼히 살피고 정리해 ‘호남역사인물 150명’을 한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현재·지금·오늘을 잘 정리하고 미래를 잘 설계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업력을 살펴 공과를 잘 따져봐야 한다. 전라도 1000년 동안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누가 살았을까? 백제-고려-조선-대한민국을 지켜온 의로운 인물들이 전라도 천년 동안 일어난 사건들을 잘 말해준다. 그 시대 이땅에 살았던 전라도 인물들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내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가슴 아프게도 전라도 정신·역사·인물은 제평가를 받지 못하고 왜곡되거나 폄훼 대상이 되었다. 광주매일신문과 필자가 펴낸 책 ‘전라도 천년의 얼굴’속의 150명 인물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잉태한 항일운동과 의병운동, 실학운동, 사림정신, 동학혁명, 개혁정신 주체자들의 삶과 정신이 복원돼 있다. 백제-고려-조선-대한민국을 관통한 전라도 천년의 인물 150명의 행적은 앞으로 전라도 미래 천년의 좌표로 삼을만한 지혜가 들어있다. 이 책은 호남 땅에 퍼져있는 전라도 1000년 인물벨트를 통해 ‘전라도의 힘’을 확인시켜준다. ‘정의’를 주제로 인물과 인물이 1000년 동안 의로운 정신을 되물림하면서 사회공동체-민주주의정신을 보여준 것은 ‘한국사상의 모범’이라 할 만큼 값진 정신유산이다.

필자는 전라도 천년 인물들이 내뿜는 ‘호남사상’과 ‘전라도정신’의 힘이 현대사회에 발휘될 때 우리 민족의 미래는 더욱 밝게 활짝 피어날 것이라 확신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러하며 미래도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세월 호남사람들이 갖고 있는 좌절감과 열패감, 소외감의 실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우리 스스로의 게으름 탓 아닌가 생각해봤다. 파헤쳐보면, 뿌리를 캐보면, 하등 꿀릴 것 없는 자랑스런 이 땅의 후손들이 경제논리에 허우적거리는 것은 지역을 이끄는 지도자들의 무성의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도 반성해봤다.

그렇다. 경상도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5백 년 전의 퇴계 이황에 못지않은 선조가 광산(기대승) 장성(김인후)에 있었고 조선 개혁을 이끈 선지자들이 이 땅에 있었다. 근대 한국을 바르게 이끈 선지자들이 수두룩하고 현대사 속의 민주화 주역도 이 지역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그들이 내려준 ‘광주정신’ ‘호남사상’을 가슴 속에 새기지 않았다. 바로 우리 곁에서 살다간 그 선각자들의 족적을 모르기 때문에 핍박한 이 땅이 한스러웠다.

이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잉태한 항일운동과 의병운동, 실학운동, 사림정신, 동학혁명, 개혁정신의 주체자를 되살려 우리 앞에 세우고, 그 역사인물들을 업고 기대고 보듬고 존경하며 우리의 존엄성을 회복할 시기다. 호남이 없으면 한국이 어떻게 있는가. 정말 자랑스러운 이 인물 알기에 나서서, 21세기로 가는 호남의 좌표를 가늠해 보자. 현재 진행형인 역사 속에 나와 똑같은 인물들이 1백년전, 5백년, 1천년전 이 땅에 있었음을 확인하는 즐거움처럼 큰 기쁨이 또 어디 있겠는가.

전라도 천년인물을 통해 호남사상이 다시 현대적으로 정립되는 날, 호남의 독특한 사상과 실천적 정신은 한낱 과거의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 우리 민족을 이끌어갈 미래사상이 될 것이다. 21세기 한국정신을 끌고 갈 정신으로 재창조될 수 있는 활력소를 얻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 호남인의 피 속에 흐르는 ‘호남사상’과 ‘전라도정신’의 힘이 현대사회에 발휘될 때 우리 민족의 미래는 더욱 밝게 활짝 피어날 것이라 확신한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