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원형의 보고 '광주 사직동'] (7) 성거사터와 오층석탑의 비밀 광주 번영 위해 거북 등에 절 세웠던 선조들의 염원

2017년 06월 21일(수) 18:59

광주공원이 자리잡은 야트막한 동산의 옛 이름은 성거산이다. 거북이 형상인 성거산은 예로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여겨져 왔다. 현재 광주공원에 있는 보물 제109호 서오층석탑은 거북이 목에 위치한다. 이 곳은 옛 성거사 마당일 것으로 추정된다. /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광주에는 광주시민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산이 있다. 바로 무등산이다. 무등산은 현재 국립공원으로 승격돼 보존과 정비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광주에는 또 무등산과 더불어 백성들과 함께 했던 진산이 있다. 경양방죽을 메우며 허물어 버린 작은 산 태봉산을 비롯해 현재 광주공원이 자리한 성거산이다. 특히 성거산은 거북 형상을 하고 있어서 신령스러운 산으로 여겨져 왔다. 이 산에는 성거사라는 절이 있었고 그 절 마당에는 현재 보물 제109호로 지정돼 있는 문화재 서오층석탑이 서 있다. 이 탑이 언제 만들어 졌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통일신라시대에서 고려 초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성거사 역시 언제 지어졌고 언제 사라졌는지 공식 기록은 없다. 하지만 이 곳 성거산에 성거사가 있었고 성거사 마당에 사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오층석탑이 있어 지금까지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양봉모 BBS 기자

▶ 일제 치하 아픔 겪은 성거사

성거사와 서오층석탑에는 여기에 얽힌 전설이 있다.

성거사를 창건할 당시 거북이의 꼬리 쪽인 현 향교 쪽에 지을 때 건물이 자꾸 허물어져 고민이 깊어갔다. 그 때 한 스님이 나타나 거북의 꼬리에 절을 지으니 거북 꼬리가 흔들릴 때마다 절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거북이 목에 탑을 세우고 그 옆에 절을 지으면 만사가 다 해결될 거라고 일러줬다는 것이다.

그 후 거북이 목 자리에 오층탑을 세우고 거북이 등에 절을 지었더니 절이 허물어지지 않았다는 얘기가 전해 온다.

성거사 건립은 거북이 광주를 떠나지 않도록 붙잡아 두기 위한 백성들의 염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성거사가 있는 성거산은 을사늑약이 체결된 이후 일제에 의해 수난을 겪게 된다. 일제는 성거산에 포대를 설치하고 한말 호남 의병과의 전투 중에 죽은 일본 병사를 애도한다며 충혼탑을 세우는 만행을 저질렀다. 또 도로를 낸다며 성거산을 두 동강내고 신사를 세우고 공원화를 이유로 여기저기를 파헤치고 잘라내 진산의 위용을 무너뜨렸다.

일제에 의해 훼손된 성거산은 해방 이후에도 복원보다는 방치에 가까웠지만 현재 이만큼 정비된 것도 다행으로 여겨진다.

지금은 곳곳이 잘리고 건물들이 들어서 있지만 성거산은 서북쪽을 향해 헤엄쳐가는 거북 형국으로 서오층탑 위치가 거북의 목이고 현 빛고을시민문화관 입구가 오른쪽 앞발, 어린이 놀이터 자리가 거북의 뒷발, 서동과 사직공원을 잇는 도로가 꼬리, 광주향교의 오른쪽 서동이 왼쪽 뒷발이라고 한다.

예전 광주사람들이 이 곳 성거산을 소중하게 여겼던 것은 거북의 성스러움이 스며있는 곳으로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옛 구동체육관 모습. 원형의 지붕은 거북의 알을 상징한다. 구동체육관 자리엔 현재 빛고을시민문화관이 들어섰다. /사진출처=구글맵스 by 양재향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성거산 거북 오른쪽 앞발에 해당하는 곳에 얼마 전까지 거북 알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 알은 바로 구동체육관이다. 지금은 사라진 구동체육관은 특이하게도 돔형으로 지어졌는데 이 체육관의 돔지붕을 거북알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이는 거북알과는 별 상관없는 당시의 건축물인 장충체육관과 비슷하게 지은 것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건축가의 마음 이면에는 성거산의 거북을 붙잡기 위한 거북알 형상의 설계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즉 광주의 번영을 지켜온 성스러운 거북이 광주를 떠나지 못하도록 목에 탑을 세우고 등에 절을 세웠듯 거북 근처에 알을 둠으로써 거북이 광주를 떠나지 않도록 한다는 광주사람들의 염원이었을 것이다.


▶ 이제라도 복원 나서야

거북형상의 성거산은 현재 광주공원 자리이고 거북 목 자리에 석탑이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거북등에 위치해있던 성거사를 복원해야 하는 일이다. 성거사는 그저 광주에 옛 절 하나가 복원되는 차원을 넘어서 광주의 안녕을 빌고 광주민의 염원과 번영을 기원했던 거북의 신령스러움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성거산의 거북은 동쪽 무등산에서 떠오르는 태양의 정기를 받아 광주의 중심에서 만방에 빛을 펴고 머리를 서북쪽으로 향하면서 광주의 발전을 서북쪽으로 이끌었다. 그것이 바로 치평동이고 송정 나주 장성이다. 이는 성거산 성거사가 갖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의 성거사는 광주공원 뒤쪽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으며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영천 은해사 말사로 운영되고 있다.

주지 혜공 스님이 성거사라는 절 이름을 그대로 쓰면서 성거사의 옛 명성을 잇고자 복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공원으로 조성돼 있는 상황에서 그리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현재 석탑이 문화재로 보존돼 있어 광주의 번영을 바라는 민초들의 염원을 담고자 하는 행정당국의 의지만 있다면 복원에 별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거북 알 역시 그저 미신으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빛고을시민문화관 앞에 둥근 알 형상의 조형물이라도 놓는다면 어떨까. 서쪽에 있는 탑이라 해 서오층석탑이라고 이름 지어진 탑 명칭도 성거사석탑 혹은 성거사지석탑으로 변경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전설은 역사가 되고 역사는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된다. 번영을 상징하는 거북이 떠나가지 않도록 거북 등에 절을 세웠던 선조들의 염원과 지혜는 현재 광주의 발전을 이끌었다.

선조들의 작은 흔적 하나라도 찾아 복원하고 이를 후대에 남기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역사의 복원이자 자존심의 회복이다.

광주공원이 위치한 성거산 성거사와 거북 알 등은 앞으로 복원을 통해 광주의 소중한 문화 역사적 자원으로 보존해야 한다. 광주를 바로 알리는 ‘역사문화의 현장’으로 가꿔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