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원형의 보고 '광주 사직동'] (9) 사직공원의 명물 전망대와 통기타거리, 관덕정…살아 숨쉬는 역사·문화·전통 |
| 2017년 07월 05일(수) 18: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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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동 토박이 김병은 어르신의 회고에 따르면 나무 전망대가 오랜 시간 전부터 있었고 20-30명이 동시에 오를 수 있었으며 10여개의 계단을 올라 시내 전체를 조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진술은 가족사진에 나타난 목조 전망대와 형태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현재의 전망타워 자리가 오래 전부터 광주를 조망하는 공간이었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목조 전망대는 1973년 시멘트 구조물인 팔각정으로 개축된데 이어 2015년 현재의 전망타워로 대체됐다. 전망타워 건립과 함께 철거된 팔각정 일부를 잔존시켜 그 존재를 증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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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주출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원형계단을 따라 올라갈 수 있다. 2층은 데크쉼터, 3층은 실내 전망대 기능과 함께 광주의 역사를 정리해 놓은 역사관으로 꾸며져 있다. 옥탑전망대는 개방형 공간으로 한 바퀴 돌면서 광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특히 광주를 품은 무등산, 무등산을 품은 광주를 바라보면서 관점의 분리를 느낄 수 있다.
1970-1980년대 팔각정, 회전목마, 허니문카를 운행했던 놀이동산, 동물원, 야외수영장이 한데 어우러져 유원지 기능을 했다. 별다른 놀이 시설이 없어 학교 운동장이나 골목과 공터에서 뛰어 놀았던 세대와 행락을 즐길 만한 여유가 많지 않았던 그들의 부모 세대에게 팔각정을 포함한 사직공원은 별천지였기에 소풍과 수학여행의 필수코스이자 명소였다.
1971년 4월19일자 경향신문이 소개한 전국 유명 공원 봄나들이 풍경 중 광주 사직공원에 관련된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광주 사직공원에는 18일 53만명의 상춘객이 몰려들었다.” 당시의 광주시 인구가 50만여명이었으니 사직공원은 광주시민들만 즐기는 공원은 아니었던 듯하다. 당시 동물원 입구에서 서동오거리, 향교, 광주공원광장까지 상춘객과 노점상들로 가득 차 있었다는 회고(주준섭씨, 채록 당시 81세)에서도 광주를 포함한 인근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였음을 알 수 있다.
사직공원은 광주의 주·야경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팔각정)를 비롯해 운치 있는 숲길, 광주 최초의 동물원, 봄바람에 흐드러진 벚꽃과 다양한 새들의 노래 소리가 어우러진 최고의 휴식공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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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타워의 명소화가 이루어진 것은 양림동이 품고 있는 문화적 요소의 영향도 있지만, 사직골이 갖는 문화적 잠재력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직골이 갖는 문화적 잠재력은 무엇일까? 먼저 양림치안센터 뒤편 언덕에 위치한 양파정을 언급해야 한다.
양파정은 양파 정낙교 선생의 호를 따서 명명했으며 백일장이 열리고 광주권번의 판소리가 불려지던 예술적 감성이 풍부한 장소였다.
양파정 아래에 조성된 통기타거리는 1980년 초반부터 형성됐다. 먹을 것, 마실 것이 풍성하지 않았던 시절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한 가운데 놓여 있었던 젊음들은 암담한 통로였지만 당시의 OB광장(현 사직골)으로 모여들었다. 손님들이 직접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던 모습은, 지금은 보기 힘들지만 당시에는 보편적인 모습이었다.
고(故) 이장순 선생, 박문옥, 김원중, 하성관, 김만준 등 잘 알려진 음악인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었다.
통기타 거리를 지나면 데크 위에 시비들이 배치돼 있다. 초입에 위치한 시비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 큰 공을 세우고 이괄의 난을 진압한 금남군 정충신의 시비이다. 그의 호는 현재 금남로라는 도로명이 됐다. 그 외에도 길이 된 사람들의 시비가 다수 놓여 있으니 데크에 올라 시비에 담긴 역사적·문학적 의미를 음미하면서 걸어보는 것도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전망대 아래 사직단에서 서동오거리 방향으로 내려오면 1천300평 규모의 활터와 관덕정이 자리하고 있다.
광중서 활터와 관련된 기록은 신숙주의 희경루기에 남겨져 있다. “1451년(문종 1년) 태수 안철석이 공북로를 증건하면서 그 동쪽에 관덕정이란 사장까지 뒀다”는 기록이 그것이다. 현재의 관덕정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오래 전부터 광주에 활터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활쏘기는 상고시대에 연회나 모임의 필수 오락거리로 여겨졌으며, 공자 또한 군자의 덕목으로 중요하게 다뤘다. 공자는 군자에게는 다툴 일이 없으나 만약 다툴 일이 있다면 그것은 활쏘기일 것이라고 하면서 상대방에게 절하고 겸양하는 자세로 활 쏘는 자리에 오르고 패자는 내려와서 벌주를 마시는 것으로 묘사하면서 그런 다툼을 군자의 모습이라 설명하고 있다. 선비들은 마땅히 배워야 할 육예(예, 악, 사, 어, 서 수)의 하나로 사(궁술)를 포함했다. 이러한 전통은 근·현대에도 이어져 지역 유지와 지역의 고급 공무원들이 활을 쐈고 시장, 군수가 부임하며 관덕정에 인사 올 정도로 관덕정의 위상이 높았던 것으로 국궁장인 김석제 명인은 회고하고 있다.
문헌과 전통에 바탕을 두면, 관덕정은 600년 된 대학으로 알려진 향교와도 관련성이 높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할 것 같다. 선비 또는 군자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학문 수양에 전력을 다함은 물론 활시위를 당기면서 군자의 도를 배우고 대궁인(大弓人)의 기상을 연마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고 보니 참으로 멋진 곳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관덕정은 사람의 덕을 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과녁을 적중시키기 위해서는 수양의 덕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입구에 궁도장이라 새긴 입석을 설치했다. 현재의 관덕정은 1963년 준공됐으며 본관인 관덕정과 시중당(時中堂)과 과녁터로 구성돼 있다. 본관 정자의 좌우측에는 정기발사와 읍양진퇴라는 문구가 걸려 있으며 활 쏘는 위치에서 과녁까지의 거리는 145m에 이른다.
이러한 시설 외에도 일부 진귀한 기록들이 보관돼 있다.
무진년 3월에 발간된 계안은 회원 규정과 회원 명단을 담고 있다. 계안의 첫 페이지에 관덕계 규약문을 담고 있어 관덕정에서 활을 쏘는 분들이 계를 이뤄 활동했음을 알 수 있고 제1조에서 계의 명칭을 광주관덕정 관덕계라 칭하고 친목을 도모하고 궁도를 장려할 목적으로 조직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유·무형의 역사를 품고 있는 관덕정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매우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상당수의 자료들이 소실됐다는 점이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궁도가 활성화되고 관덕정 활터와 기록들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기를 기원한다.
관덕정 관리책임자를 사두(射頭)라고 하는데 현재 노세균 사두를 중심으로 16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관덕정은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궁도인구 증가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2015년 유니버시아드 대회 기간 동안 궁도를 체험한 외국인들의 강렬한 반응이 인상적이었다고 노 사두는 회고한다.
관덕정은 연중무휴로 개방하고 있으며, 활쏘기와 더불어 전통정신의 승계를 지향하고 관련된 교육도 시행한다고 하니 관심을 갖고 한번쯤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관덕정 체험 프로그램과 사직동 역사문화투어와 양림동 근대문화 투어를 연계해 방문객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즐거움과 궁술과 전통문화에 대한 친근감을 더해주는 방법도 찾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