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의 사주칼럼] 지풍승(地風升)

2017년 07월 05일(수) 18:42

환갑을 모두 넘긴 동갑의 노(老)부부(夫婦)가 방문을 했다. 그런데 두 부부의 스타일이 외관상으로 너무나도 차이가 났다.

우선, 여자 분은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외모에 척 봐도 명품가방에 귀티 나는 옷과 액세서리로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남편은 이제 막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가 상경한 사람처럼 소탈함을 떠나서 가난하게 보이고 외모가 귀티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실 두 사람은 굉장히 부자로 살고 있다. 자기 소유의 빌딩만도 몇 채가 있고 월 임대료로 들어오는 수입도 대단히 많은 풍족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돈을 벌어서 여자는 마음껏 쓰고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사치도 하고 살았고 남자는 유일한 취미가 등산이었고 화분 가꾸기였다.

상담 진행 중에 부인이 말했다. “이 사람은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사는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제가 같이 여행을 가자고 해도 안 간다고 하고 저렇게 매일 스님처럼 산에만 가고 농부처럼 화분만 가꾸고 살아요”라고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여행가면 재미있는가, 다 쓸데없는 일이지”라면서 허허 웃는 것이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렇게 살아가는 모습이 사주에 나온다는 것이다.

여자의 사주는 재물이 많고 오감이 발달돼 있는 식상생재격(食傷生財格)이므로 돈을 쓸 줄도 알고 맛있는 것을 먹고 옷으로 자신을 꾸미고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사주였다. 하지만 남자는 사주에 정신적인 세계와 학문 연구에 관심이 있는 인성(印星)이 있고 또한 사주에는 돈이 없었다. 독자들은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다. ‘아니, 사주에 돈이 없다는데 어떻게 부자로 산단 말인가?’ 실제로 자신의 사주에 돈이 없어도 재산상으로는 돈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부모 복이 좋거나 배우자의 재복으로 재산상으로는 부자일지 모르나 돈을 쓸 줄도 모르고 사치를 하라고 해도 절대로 안하게 된다. 돈이 통장에 있다고 해도 그 돈을 자신은 못쓰고 자식이나 부인, 그리고 주변 사람이 쓴다면 과연 그 사람을 부자라고 할 수 있을까.

주역(周易) 64괘(卦)중 지풍승(地風升)괘(卦)가 있다. 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뜻으로, 땅속에서 씨앗이 작용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의 운명이란 오랫동안 꾸준히 자신의 타고난 성품의 씨앗이 성격을 만들고 습관을 만들고 그것이 운명이 되는 것이다. 은밀한 곳에서 쉬지 않고 꾸준히 준비돼 있는 우리의 운명,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이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