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의 사주칼럼] 남산무표(南山霧豹)

2017년 07월 12일(수) 19:21

남산 안개 속에 숨어있는 표범이야기는 한나라 유향(劉向)의 열녀전(列女傳)에 나온다. 도답자(陶答子)라는 사람이 있었다. 3년간 질그릇을 구워 팔았다. 명예나 도덕심, 장인정신이 없이 오로지 돈만을 구하고 바라면서 재산만 세 배나 불렸다. 그의 아내가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남편에게 여러 차례 주변을 생각하고 상도덕을 잊지 말고 법을 지켜가면서 돈을 벌자고 간청했지만 도답자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부(富)의 축적에만 몰두하고 돈을 더 벌기 위해 집을 떠났다. 5년이 지나 그의 남편은 그가 바라는 대로 엄청나게 돈을 축적해서 100대의 수레를 이끌고 돌아왔다. 집안사람들이 소를 잡고 그의 금의환향을 축하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도답자의 아내만 아이를 안고서 슬피 울었다. 시어머니는 기쁜 날 재수 없이 왜 우냐며 그녀를 크게 나무랐다.

그녀가 대답했다. “남산의 검은 표범은 안개비가 7일간 내려도 먹이를 찾아 산을 내려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털을 기름지게 해서 무늬를 만들어 천적과 적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숨기 위함이지요. 가축으로 키우는 저 개나 돼지를 보십시오. 결국에는 잡아먹힐지 모르고 아무나 주는 대로 배만 채우고 살만 찌우고 있지요. 현재 이 나라는 가난과 환란이 끊이질 않습니다. 우리 남편이 돈을 벌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데 어찌 눈물이 안나오겠습니까. 앞으로 다가올 재앙을 개나 돼지처럼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저는 어린 아들과 함께 떠나렵니다”라고 하니 그 시어머니와 남편은 재수 없다며 그녀를 내 쫓았다.

그로부터 1년 후 도답자는 도둑질과 세금을 내지 않고 부정축재(不正蓄財)를 일삼았다며 관(官)으로부터 죽임을 당했다.

극단적인 얘기지만 눈앞의 이익만 쫓는 근시안(近視眼)적인 작태를 비판하는 일화다. 주역(周易)에도 ‘군자표변’(君子豹變)이라고 했다. 군자는 표범처럼 변한다는 뜻이다. 부스스 얼룩덜룩하던 털이 내면이 충실해지면 어느 순간 빛나는 무늬로 바뀐다는 말이다.

눈앞의 이익과 욕구만을 쫓을 때 인간사는 여러 가지 비극을 겪는다. 우선 먹고 싶은 것을 다 먹는다면 결국엔 비만이 오고 만병이 온다. 오직 일만 하고 가정을 돌보지 않는다면 부부간 불화는 물론이고 자녀도 비뚤어지게 된다. 뚜렷한 명분 없이 오직 자신들의 눈앞의 야욕만을 추구하는 정치를 하는 지도자는 결국엔 나라를 망하게 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영원히 잃게 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근시안(近視眼)적인 태도를 삼가고 군자표변(君子豹變)을 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