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관심 속에 사라지는 민주주의 흔적 임채만 정치부 차장 |
| 2017년 07월 16일(일) 19:13 |
|
지난 12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옛 도청 현판에서 5·18때 사용했던 M1카빈소총 또는 권총탄에 의한 함몰형태를 보인다는 의견을 전남도에 통보했다. 해당부위는 가로 31.5㎝, 세로 132.5㎝ 크기 황동 주물 현판에서 세로로 쓰인 ‘전라남도청’이란 글씨 중 ‘전’자의 ‘ㄴ’ 부분 옆에 생긴 함몰 지점이다.
국과수는 이 흔적에 대해 탄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탄흔으로 확정할 수도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 현판은 1980년 5·18 당시 전남도청(광주 동구 금남로) 정문에 부착됐다가 2005년 10월 도청이 전남 무안으로 옮길 당시 떼어졌다.
이후 10년 넘게 도청에 보관돼 있었지만 이 현판에 대한 존재 및 역사적 가치를 아는 이는 극소수였다. 최근 도청 내 현판에 대한 관심이 쏠리자 그동안 광주 동구 5·18기록관에서 진품이라고 전시해왔던 또 다른 현판의 진위여부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시점에서 5·18 당시 옛 전남도청의 현판 개수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없는 만큼 고증을 통한 역사 바로잡기가 필요하다. 또 현판 뿐만 아니라 도청 총탄 흔적 바로잡기 등 5·18 관련 역사 수호 작업이 늦은 감이 있지만, 광주시 등 관계기관들은 현 정부의 기조와 발맞춰 민주주의 역사 지키기에 나서 그마나 다행이다.
그러나 아쉽고 반성해야할 점이 적지 않다. 선조들은 독재타도를 외치며 목숨과 바꿔 민주주의를 이룩해 후손들에게 선물했지만, 후손들은 이 소중한 가치를 지키는 데 인색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된 국가들은 민주주의 상징물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없는 고귀한 산물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무관심 속에 사라져가는 민주주의의 흔적에 대한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