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식 축산 폐해…‘옥자’에 풀어냈다” 봉준호 감독, 22일 광주극장서 무대 인사 영화 상영 후 60여분 간 관객과의 대화 넷플릭스 논란 “예술극장 만나는 기회” 1년간 170명 협업해 CG생명체 만들어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7년 07월 23일(일) 19:01

봉준호 감독이 22일 오후 광주극장을 찾아 영화 ‘옥자’ 상영 이후 지역 관객과의 만남 시간을 가졌다. 봉준호 감독(왼쪽)과 조대영 광주영화영상인연대 이사가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이날 광주극장을 찾은 관객들(사진 왼쪽부터).

개봉하는 영화마다 국내·외에서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봉준호(48) 감독이 22일 오후 광주극장을 찾아 관객과 만났다. 봉 감독이 영화 GV(Guest Visit·관객과의 만남)를 위해 광주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봉 감독을 만나기 위해 영화 시작 1시간 전부터 광주극장 인근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광주극장 관계자는 “이날 현장예매·인터넷 예매 등으로 600여명 이상의 관람객이 극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오후 7시 영화 ‘옥자’ 상영이 끝난 9시부터 1시간 남짓 관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관객들은 영화에서 궁금한 부분을 직접 감독의 입을 통해 듣는 기회를 가졌다. 진행은 조대영 ㈔광주영화영상인연대 이사가 맡았다.

지난달 말 개봉한 이 영화는 ‘넷플릭스 논란’으로 대중의 입에 오르내렸다. 넷플릭스는 인터넷TV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인터넷이 연결돼 있으면 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600억여원의 투자를 받고 만든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영화인가, 아닌가’를 두고 논란의 대상이 됐다. TV와 영화관에서 동시 개봉한다는 점을 들어 국내 3대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옥자 상영을 보이콧했다. 광주에서도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상영하지 않으며 광주극장, 광주자동차극장에서만 관람할 수 있다.

“제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이를 계기로 전국 곳곳 예술영화관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광주극장은 물론, 인천 애관극장, 서울 아트나인 등 영화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분들에게 ‘옥자’를 선보인 것 같네요.”

영화 ‘옥자’는 글로벌기업 ‘미란도’에 의해 ‘슈퍼돼지 프로젝트’로 태어난 돼지 ‘옥자’, 옥자와 둘도 없는 친구이자 가족인 강원도 산골소녀 ‘미자’(안서현 분)와의 우정을 그려낸다. 자연 속에서 지내던 둘에게 글로벌 기업 ‘미란도’가 나타나 옥자를 갑자기 뉴욕으로 끌고 가고, 미자는 옥자를 구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여정에 나선다.

“영화 ‘옥자’는 육식을 반대하는 영화도 아니고, 당장 눈앞에 닥친 식량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내놓지도 않습니다. 다만 대형 공장식 축산 형태를 통해 인간과 동물이 함께 비참해지는 현실을 풀어냅니다.”

거대한 생명체 ‘옥자’의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옥자는 미자와 늘 함께 붙어있는 캐릭터입니다. 영화 ‘괴물’ 속 괴물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죠. 그래서 표현하기에 더 힘들었습니다. 오롯이 CG만을 사용해 실제 같은 느낌을 줘야 해서요. CG 캐릭터인 옥자를 만들어내기까지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호랑이를 만든 에릭 얀 드 보아가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에릭을 비롯, 170여명이 1년 넘게 협업해 만든 것이 바로 옥자입니다.”

봉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평범한 인간들의 이중적인 면모에 대해서도 말했다.

“육식을 한다고 해서 모두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는 없죠. 애완동물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사람도 삼겹살과 치킨을 먹죠. 사람들은 편의를 위해 애완동물과 식용 고기를 나눈 것입니다. 육식을 끊기는 어렵지만, 앞으로는 우리 인류가 점점 육식을 줄여가야 한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