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전교육의 필요성 조민우 |
| 2017년 07월 23일(일) 19: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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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이의 십만양병설에 대해 진위 논란도 존재하고, ‘역사에 만약은 없다’라는 말도 있지만, 역사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역사에 가정을 두고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 즐거움을 뿌리치기 어렵다. 만약 당시 조선에서 십만양병설이 채택되어 사전에 전쟁 대응력을 갖추고 국방을 튼튼하게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전국통일 과정에서 상당한 전쟁 경험을 갖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에 세작을 보내 미리 사정을 알아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조선의 방비가 굳건함을 알았다면 일본이 전쟁에서 이기기 어렵거나 승리하더라도 많은 피해가 있음을 고려해 어쩌면 임진왜란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후의 전개가 문제된다. 율곡 이이는 전쟁을 예방한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당시 조선의 국력으로 10만의 상비군을 갖추고 유지한다는 것은 큰 어려움이고 많은 고통을 동반하는 일이었다. 때문에 율곡 이이는 나라를 어렵게 한 죄가 빌미가 되어 정치적 어려움을 겪고, 어쩌면 유배의 길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일이 벌어지고 그에 대한 책임을 논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훨씬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다. 예측하기 어렵고, 예측해 대비하더라도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쓸데없는 낭비로 비추어져 비난 받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고 후 대처보다 예방이 우선’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막상 예방해야하는 상황을 마주할 때 비용이 들어서 혹은 번거로워서라는 이유로 애써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을 보면 예방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감히 말하자면 도로교통공단에서는 교육을 통해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음주운전 등 법규에 위반된 운전을 하신 분들, 교통사고를 겪으신 분들에게 더 큰 어려움이나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을 한다. 그리고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을 하신 분들이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도 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교통안전을 위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 가운데 ‘사전교육’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한다.
사전교육(벌점감경반 또는 교통법규반)은 처분 벌점이 40점 미만 이신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으로, 벌점 감경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교육프로그램이다. 만약 벌점을 40점 이상 받게 되면 1점당 1일씩 정지처분을 받게 되면서 해당 벌점은 3년 간 유지되므로, 정지처분을 받지 않도록 미리 벌점을 감경시키는 등 이른바 벌점관리를 하시고자 하는 분들이 이 교육을 받는다. 4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면 벌점 20점이 감경되는데, 만 1년에 단 한 번만 수강이 가능하다. 이 교육은 계속 변화하고 있는 도로교통 환경 및 도로교통법령을 설명하고, 교통참여자로서 의사소통기술 등을 알게 하는 등 자칫 일어날 수 있는 더 큰 불행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현장에서 보면, 교육생들 대부분 달갑지 않은 기분으로 오시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교육을 받게 된 이유가 거액의 벌금을 지불하지 않았고 큰 사고를 겪은 것도 아닌, 사소하게 생각되는 위반이기에 언짢아하시는 듯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할만한 내용을 제공하고, 운전을 하며 놓쳤거나 모르던 사항을 알려 드린 후에는 만족해하신다. 교통안전과 사고예방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며 교육을 정기적으로 받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보이신다. 감사할 일이다.
우리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 과정과 개혁·혁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마치 ‘효율성의 거대한 실험장’과 같았다. 물론 효율성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특정 가치에 많은 비중을 둔 과정은 다른 중요 가치의 훼손으로 이어졌다. 특히 우리 일상과 밀접한 교통에서는 ‘안전성’이라는 가치가 알게 모르게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 같다. 하지만 사고가 난 뒤의 비용은 예방하는 비용보다 더 크기 때문에 이를 무시한다면 오히려 더 큰 효율성마저 잃을 수 있다.
1:29:300으로 대표되는 ‘하인리히의 법칙’에 따르면 큰 사고 1건이 발생하기 전, 같은 원인으로 경미한 사고가 29번 발생하고,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 약 300번 발생하게 된다. 단순한 상황으로 그쳐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예방하는 노력에 힘써주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