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 두암2동 ‘군왕봉 지킴이’ 10년째 마을 뒷산 지키는 환경정화 ‘눈길’ 60-80대 어르신 27명 쾌적한 등산로 조성 2007년부터 자발적 활동…쓰레기 주우며 산행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

2017년 07월 23일(일) 20:16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던 마을 뒷산을 쾌적하고 아름다운 등산로로 조성한 어르신들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광주 북구 두암2동 및 북구 주민 60-80대 어르신 27명으로 구성된 ‘군왕봉 지킴이’.

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격주에 한번 약속된 날이면 어김없이 이곳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6년 설립된 ‘군왕봉 지킴이’는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역 환경을 스스로 지켜나가자는 취지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 올 들어 10년째다. 초창기 8-10명으로 구성된 지킴이는 현재 27명까지 늘었다.

지난 8일 오후 광주 북구 두암동 체육공원.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군왕봉 지킴이’라고 쓰여 있는 조끼를 입은 어르신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검은·파란색 봉지와 쓰레기봉투, 집게를 든 채 군왕봉으로 향했다.

이날 ‘군왕봉 지킴이’ 15명은 2-3명씩 각각 조를 이뤄 등산로 5개 코스에 빠짐없이 투입됐다.

이들은 담배꽁초와 빈 음료수병 등을 주우며 한발 한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등산로에는 이들이 지난 10년간 가꾼 꽃길과 녹차 밭이 펼쳐졌고 정상에는 모과나무가 자리하고 있었다.

‘군왕봉 지킴이’가 매월 꼬박꼬박 회비를 모아 등산로를 꾸민 결과다.

오후 5시가 되자 회원들이 집결하기 시작했다. 2시간 동안 주운 쓰레기들을 한곳에 모으고 나서야 이들의 얼굴에 비로소 미소가 띄었다.

홍순광 군왕봉 지킴이 회장은 “마을 뒷산인 군왕봉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뭉쳐서 쓰레기를 줍다보니까 이렇게 군왕봉 지킴이가 탄생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재근(87) 회원은 “정기적으로 나서는 활동이 아니더라도 군왕봉에 오를 때에는 항상 장비를 챙겨 쓰레기를 줍고 있다”며 “맑은 공기를 마시러 온 사람들과 마음이 맞아 더욱 더 산행이 즐겁다”고 말했다.

최근 군왕봉 지킴이에 가입한 이대원(65) 회원은 “이전부터 군왕봉 지킴이 분들의 환경정화 활동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어 가입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산에 쓰레기를 안 버리는 게 가장 좋지만 버리더라도 주울 수 있는 곳에 버려 좋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등산로가 아닌 곳에 던지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그걸 줍기 위해 간혹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고 시민들에게 간절히 부탁하기도 했다.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