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기업 氣 살리자](1)광주·전남 주류업계 역사 ‘산증인’ 보해양조 ‘좋은 술 만들기’ 67년 호남대표 주류명가 1950년 목포서 태동…‘술 잘 만드는 기업’ 인정 국내 최초 ‘무사카린 소주’로 주류업계 변화 주도 천연감미료 메이플시럽 첨가 ‘잎새주’ 주력 성장 최권범 기자 coolguy@kjdaily.com

2017년 07월 24일(월) 19:51

지역 토종 자본으로 오랜시간 지역민들과 함께 해 온 향토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지속된 경기불황과 대기업 진출 등의 여파로 경영난이 심화되서다. 이에 본보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향토기업을 되살려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향토기업 기(氣)살리기 캠페인’을 전개한다. 지역민들의 향토제품 애용을 통해 향토기업을 성장시키고, 이것이 일자리 창출과 지역 소비활동, 사회공헌활동으로 이어져 지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이 향토기업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지역의 대표적인 향토기업과 제품 소개를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註

호남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인 보해양조㈜는 지난 1950년 목포에서 설립됐다. 창업주인 故 임광행 회장이 설립한 이후 67년간 광주·전남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임 회장은 목포시 대안동 15번지 현 보해양조 본사 자리에서 보해양조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소금과 김 등 잡화를 취급하는 광림상회로 출발해 광림주조장을 인수했다. 1956년에는 회사명을 호남주정주식회사에서 보해양조 주식회사로 변경했다. 보해라는 이름은 ‘보배로운 바다’를 상징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게 보이는 바다처럼 넓고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보해양조 목포공장 과거 모습(왼쪽)과 현재 목포 본사 전경.

보해양조는 그동안 무사카린 보해소주, 보해 골드, 김삿갓, 매취순, 곰바우, 천년의 아침, 보해 복분자주, 부라더 소다, 잎새주 등 수많은 히트상품을 제조했다. 주류업계에서는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술 잘 만드는 기업’으로 인정받으며 지난 1988년 코스피에 상장했다.

1991년에는 장성으로 생산본부를 옮겼다. 술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재료인 좋은 물을 찾기 위해서다. 장성군 장성읍 영천리, 이곳은 청정 자연으로 유명한 장성 노령산맥에서 깨끗한 암반수가 솟아나는 곳이다. 보해는 지하 253m에서 나는 암반수를 재료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제품은 수도권 등 전국으로 유통된다. 보해 복분자주, 매취순, 순희, 잎새주 등은 일본과 미국, 중국, 유럽으로 수출된다.

보해양조는 호남에 뿌리를 둔 기업이지만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호남을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보해 정신이 담긴 제품 중 소비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은 제품은 ‘무사카린 보해소주’로 1989년 3월 출시됐다. 알코올 도수 25%, 용량 360ml, 왕관 모양 뚜껑을 사용한 서민을 위한 소주였다. 보해소주는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내 최초로 선보인 무사카린 소주였기 때문이다. 당시 소주들은 단맛을 내기 위해 소주에 사카린을 넣었다.

보해양조는 소비자들이 믿고 마실 수 있는 안전한 소주를 만들기 위해 ‘무사카린 보해소주’를 만들었다. 이후 타 소주 업체들 역시 사카린을 뺀 제품을 선보이며 주류업계 전체가 달라졌다. 이러한 노력은 90년대 중반 각종 히트상을 수상하며 소비자들로부터 또 한 번 인정받기 시작했다. 특히 1996년 3월 출시된 프리미엄 소주 ‘김삿갓’은 한 해에만 12개 부분에서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매일경제, 세계일보, 한국능률협회 등 12곳에서 히트상품으로 선정되며 ‘소주 위의 소주’라고 불릴 정도로 전국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당시 소주는 올리고당 같은 감미료를 넣는 게 대세였다. 보해는 제대로 된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려면 기존 소주와 뭔가 달라야 한다고 여겼다. 차별화를 위해 선택한 것이 ‘벌꿀’이었다. 감미료 대신 아카시아 천연벌꿀을 넣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출시 한 달 만에 150만병을 팔았다. 소주 신제품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느라 직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3교대로 근무했다. 지역 애주가들은 “우리는 나중에 먹을테니 호남의 술 김삿갓이 수도권을 석권하라”며 응원해주기도 했다.

보해양조는 지역민들의 든든한 응원 속에 지난 2002년 2월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다. 메이플 시럽을 넣은 ‘메이플 소주’ 잎새주다. 잎새주는 맛과 품질을 모두 잡기 위해 캐나다산 천연 감미료인 메이플 시럽을 넣었다. 메이플 시럽은 단풍나무에서 채취된 천연 감미료로 샐러드나 제과 등을 만들 때 사용된다. 달콤한 맛과 함께 입맛을 회복하는데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해양조가 만든 잎새주는 우수한 품질 덕분에 2010년 6월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가 주관한 전통주 품평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잎새주는 몇 차례 리뉴얼을 거쳐 현재까지 15년 동안 보해양조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지역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보해양조가 67년 동안 좋은 술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지역민들의 관심과 격려 덕분이었다”며 “지역민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좋은 제품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권범 기자 coolguy@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