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보다 무서운 FTA 이호행 사회부 기자

2017년 08월 02일(수) 19:43

최고 35도가 넘는 폭염특보로 인해 야외활동은 물론 일상생활까지 어려울 정도의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폭염특보가 내린 나주는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강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이러한 폭염에도 이날 복숭아 농사를 하는 이동구씨는 수확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노약자들이 더운 날 농사일을 하다가 쓰러진 사고를 매번 접했기에 걱정이 앞섰지만 이 씨는 젊은 나이에 이정도 더위는 끄떡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정작 일조량이 적고 장마가 계속되면 복숭아에 물맛만 난다고 한다. 더운 만큼 맛있어지고 작황도 좋기에 이씨에게 있어 햇볕과 더위는 복숭아 농사를 위해서도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다.

이씨는 정작 무더위보다 더 무서운 것은 따로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복숭아 농사를 짓는 이들이 몰리면서 물량이 급증해 복숭아 가격 폭락이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기존에 포도·블루베리를 농사를 하던 이들이 수입농산물의 물량을 이겨내지 못해 대체 품목을 찾다가 복숭아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복숭아 가격이 작년보다 30%나 하락해 이씨처럼 속이 타들어가는 농민들이 많다. 가마솥더위에도 끄덕 없던 이들도 FTA 앞에서는 가슴이 타들고 새까만 숯덩이가 된다. 20년간 복숭아 농사만 지으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농민에게도 FTA는 어느 자연재해보다 무서운 존재가 됐다. 당분간 복숭아 과잉생산이 우려돼 다른 품목을 알아보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또 이번 폐업농가의 품목전환이 도미노처럼 이어져 타 품목에도 연쇄적인 가격폭락과 물품 과잉사태가 예견되고 있다. 포도 농사가 실패한 농민들이 복숭아로 몰려가고 있는데 현재 복숭아 가격이 떨어지면서 또 다시 농민들이 특정품목으로 몰리게 돼 2차·3차 피해를 보는 이들이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농민들도 품목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정부 또한 수급 여건을 고려해 농민들이 올바른 작목전환을 할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