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의 씁쓸한 ‘그랜드투어’ 정겨울 문화부 기자

2017년 08월 03일(목) 19:16

5개월간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가 공석인 사이 재단 직원들이 예정에 없던 계획을 급조해 유럽 해외연수를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10년 만에 베니스비엔날레, 카셀 도쿠멘타, 뮌스터 조각프로젝트가 동시에 열리는 ‘미술 그랜드투어’를 다녀온 것. 이미 1·2차 팀이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상황이다. 1인당 300만원씩이 지원됐으며 광주비엔날레 추경예산으로 충당됐다. 일몰제로 정부 지원 예산이 12억원이나 삭감된 상황인 데도 말이다.

계획 급조 외에도 광주비엔날레·현대미술 전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이 연수를 다녀왔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재단 측은 “그동안 해외 연수·전시 관람 기회가 없었던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표 공석 상황에 당시 사무처장의 전결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선심성’, ‘위로성’ 연수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또한 이들이 ‘수박 겉핥기식 미술 투어’를 떠났다는 점에서 연수의 적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베니스비엔날레만 둘러봐도 최소 2-3일이 소요되며, 뮌스터와 카셀은 최소 2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이번 연수 참가자들은 10박12일동안 11곳의 미술 공간을 둘러봤다. ‘점찍기’ 식으로 단 몇 시간 머무른 게 전부였다.

사실 지역내 청년작가들 입장에선 10년 만에 한 번 열리는 ‘그랜드투어’를 참관하는 것이 소원이다. 지난해 만났던 한 청년작가는 “‘그랜드투어’는 전 세계 현대미술 트렌드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현지에서 2-3주 머무르며 숙박비·항공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3년간 돈을 모았다”고 말했다. 굴지의 미술행사가 열리는 동안 숙박비 등 현지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어려운 여건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청년작가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다.

유럽 미술 투어의 황금기에 이뤄진 비엔날레재단의 해외 연수. 1·2차 투어에 참가한 직원 8명에겐 총 2천400만원이 지원됐다. 그들이 사심만 채우지 말고 지역 청년작가들을 선정해 함께 투어에 나섰다면…. 비난이 아닌 박수갈채를 받지 않았을까? 재단의 근시안적 행태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