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야생화 오명규 시

2017년 08월 07일(월) 19:06

1.
야생화가 사는 마을엔 울타리가 없다
야생화가 사는 마을엔 지붕이 없다
머리 위로 아슴한 지구 밖 은하로 가는
하늘 한 칸 열어놓고
여린 가지 끝에 노을같은 꿈 하나 걸어놓고 산다

2.
야생화가 사는 마을엔 법원이나 방송국으로 가는 길이 없다
야생화가 사는 마을엔 병원이나 교회로 가는 길이 없다
찬이슬 비바람이 풀섶에서 춤을 추는
우주가 버리고 간 공간 한 자락에
별빛 같은 그리움 하나 심어놓고 산다

<해설> 인간은 거대한 자연계의 작은 생명체다. 그것도 지상에 잠시 머물다 가는 유한한 존재다. 어쩌면 야생화와 다를 바 없는 잠시 피었다가 지는 들풀같은 존재다. 시인은 한 떨기 야생화에서 자신이 꿈꾸는 유토피아를 발견한다. 미시적인 세계에서 거대한 우주를 길어올리는 게 시인의 상상력이다.

<약력> ‘시문학’ ‘현대문학’ 등단, 광주문학상, 광주시민대상(예술분야), 광주문화 예술상, 박용철문학상 본상 수상, 광주문협 고문, 광주향토사랑회 회장, 시집 ‘환웅신화(민족서사시)’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