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외씨버선길 1구간 (주왕산·달기약수탕길)

수많은 전설 스며있는 ‘한국의 계림’ 주왕산

2017년 08월 15일(화) 18:08
대전사를 광배처럼 받치고 있는 기암은 주왕산의 대표적인 풍경이다.
경상북도 동북쪽에 위치한 청송·영양·봉화는 산이 많은 고장이다. 산 높고 골 깊은 경상북도 청송·영양·봉화와 강원도 영월지역에는 강인하고 질박한 생활문화가 남아있고, 때묻지 않은 자연이 살아있다. 청송에서 시작해 영양·봉화를 거쳐 영월 땅에 이르기까지의 걷기 좋은 길이 있으니 ‘외씨버선길’이다.

외씨버선길을 걷기 위해 청송으로 향한다. 주왕산에 가까워질수록 가까워지는 기암괴석을 이룬 바위들이 신비감을 자아낸다. 줄줄이 늘어서 있는 상가를 지나 대전사로 들어선다. 작고 소박한 절 대전사가 눈길을 끄는 것은 광배처럼 절을 받치고 있는 기암이 있기 때문이다. 원래 기암은 폭이 150m에 달하는 거대한 암체였으나 수직으로 발달된 커다란 주상절리군을 따라 차별 풍화작용이 일어나 7개의 바위 봉우리로 분리됐다. 주왕산의 여러 바위들은 화산재가 용암처럼 흘러내리다가 굳은 단단하고 매끄러운 응회암이다.

보는 방향에 따라 떡시루 같기도 하고 사람 얼굴 같기도 한 시루봉이 병풍을 펼쳐놓은 듯한 병풍바위와 함께 장관을 이룬다.
주왕산 곳곳에는 당나라 주왕에 얽힌 전설이 깃들어 있다. 중국 당나라 때 주도라는 사람이 스스로 주왕이라 칭하고 반란을 일으켰으나 패하자 병사를 이끌고 신라 땅으로 넘어와서 산악이 험준한 이곳 주왕산에 은거했다. 당나라의 요청을 받은 신라가 마장군 5형제를 주왕산에 파견해 주왕을 공격토록 했다. 이 싸움에서 주왕은 생을 마감하지만 여기에 얽힌 이야기들은 주왕산 곳곳에 서려있다.

대전사를 뒤로하고 주방천을 따라 걷는다. 골짜기에는 티없이 맑은 물이 거침없이 흘러가고 완만한 길에는 울창한 숲이 그윽하다. 능선 쪽으로는 갖가지 모양의 바위봉우리들이 절경을 이룬다. 거대한 연꽃처럼 생긴 연화봉이 푸른 나무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주왕산 최고의 주상절리인 급수대도 넘어질 듯 뾰족하게 솟아있다.

급수대는 주방천을 사이에 두고 연화봉, 병풍바위와 마주보고 있다. 급수대 앞을 지나 계곡가에 우뚝 솟아있는 시루봉을 만난다. 사람들은 이 바위가 떡을 찌는 시루를 닮았고 하여 시루봉이라 불렀다. 시루봉은 위쪽에서 보면 사람얼굴 같다. 시루봉 위쪽 다리에서 바라보니 병풍을 펼쳐놓은 듯한 병풍바위가 시루봉과 함께 장관을 이룬다.

시루봉 앞 주왕계곡 건너에는 학소대가 수십m 높이로 기암절벽을 이룬 채 육중하게 버티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절벽 위에 청학과 백학 한 쌍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고 해 학소대라는 이름을 얻었다.

주왕계곡에 있는 세 개의 폭포 중에서 가장 여성스러운 절구폭포. 2단의 절구폭포는 1단에서 떨어진 폭포수에 의해 절구통 모양의 작은 탕을 만들고서 두 번째 폭포를 만들어낸다.
학소대와 시루봉을 지나면서 계곡은 수십 미터를 이룬 바위가 절벽을 이룬 협곡으로 빠져든다. 협곡으로 들어가다가 뒤돌아보면 학소대와 병풍바위, 연화봉이 바위꽃을 이룬다. 굽이돌면서 좁은 바위 아래를 지나자 폭포수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온다. 폭포수 소리는 사방을 감싸고 있는 기암절벽에 부딪치며 공명을 만들어낸다.

“한국판 계림이네.”

“우리나라에도 이런 신비한 풍경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사람들의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기암절벽을 이룬 응회암들은 좁디좁은 협곡을 이루며 우뚝우뚝 솟아있고, 협곡에서는 물이 하얀 비단을 펼쳐놓은 듯이 흘러간다. 용추폭포 주변 협곡은 아름다운 주왕산에서도 최고의 절경을 자랑한다.

용연폭포로 가다가 잠시 절구폭포를 다녀오기로 한다. 절구폭포는 용추폭포나 용연폭포에 비해 여성스럽다. 2단의 절구폭포는 1단에서 떨어진 폭포수에 의해 절구통 모양의 작은 탕을 만들고서 두 번째 폭포를 만들어낸다. 절구폭포를 만나고 나서 용연폭포로 향한다. 용연폭포 역시 2단 폭포이고, 주왕산의 폭포 중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아래쪽 조망대에서 보면 두 개의 폭포가 동시에 보이고 폭포 아래의 용연이라 불리는 검푸른 소는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1단 폭포 아래 바위 벽면에는 침식작용으로 생겨난 세 개의 하식동굴이 있다.

용연폭포에서 세심(洗心)을 하고서 금은광이삼거리로 향한다. 이제부터는 다니는 사람이 적어 호젓한 산길을 걷는다. 용연폭포까지는 완만한 길이었지만 금은광이삼거리까지는 오르막길을 걸어야 한다. 울창한 숲속에는 실개천이 부드럽고 고요하게 흘러간다. 가는 물줄기는 크고 작은 바위를 넘으면서 작은 폭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계곡을 이루고 있는 바위에는 이끼가 파랗게 끼어 원시성을 느끼게 해준다. 새소리마저도 그쳐버린 숲속은 고요함을 넘어 적막하다. 깊은 산속에서 느끼는 적막감은 내 가슴에 여백을 만들어준다. 나는 적막한 산길을 걸으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낀다.

기암절벽이 마주보며 협곡을 이룬 용추폭포 주변은 ‘한국의 계림’이라 불릴 정도로 신비롭고 아름답다.
금은광이삼거리에서 달기폭포 방향으로 내려선다. 너구마을과 달기폭포로 내려가는 등산로는 새밭골 코스보다도 더 한적하다. 점차 임도 수준으로 길이 넓어지고 하늘이 터지더니 산속에 마을 하나가 나타난다. 너구마을이다. 띄엄띄엄 한 채씩 있는 너구마을은 현재 13가구가 살고 있단다.

너구마을에서 월외계곡을 따라 1.5㎞ 정도 걸으니 주왕계곡처럼 기암괴석이 협곡을 이루고 있고, 협곡에서 달기폭포가 남성적인 위용을 과시한다. 달기폭포는 11m 높이의 폭포수를 만든 후 검푸른 소를 이룬다. 명주꾸리를 다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을 만큼 깊다는 이 소는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고 해서 용소라 불린다.

달기폭포에서 주왕산 월외탐방지원센터로 가는 길은 바위들이 절경을 이루고, 계곡의 물소리가 음악처럼 들려온다. 월외리 마을 앞길을 지나 달기약수탕까지는 자동차 다니는 포장도로를 걸어야 하는 따분한 코스다. 달기약수터에는 위에서부터 상탕, 중탕, 신탕, 하탕이 차례로 나온다. 10여개의 약수터가 있는 달기약수탕은 탄산성분이 많아 톡 쏘는 맛이 있어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

외씨버선길은 달기약수터를 지나 하천둑을 따라 청송읍으로 이어진다. 청송읍내 소헌공원에서 외씨버선길 1구간은 막을 내린다. 소헌공원에서는 객사 건물인 운봉관(雲鳳館)과 객사 누각인 찬경루(讚慶樓)가 과거에서 현재를 이어준다. 찬경루에 올라보니 앞쪽으로 흘러가는 용전천과 기암절벽을 이룬 천변의 현비암이 눈길을 붙잡는다.

용전천을 건너서 읍내를 바라보니 1899년 청송부사 장승원이 지었다는 망미정(望美亭)이 절경이다. 망미정은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본다는 뜻을 가진 정자인데, 용전천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정자 풍경 또한 아름답다. 우리는 용전천과 천변 절벽위에 세워진 망미정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아름다운 풍경은 사람의 마음까지도 아름답게 해준다.


※여행쪽지

▶외씨버선길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청정지역인 경북 청송·영양·봉화와 강원도 영월을 잇는 200㎞에 달하는 길이며, 13개 구간으로 나눠져 있다.
▶그중 1구간 ‘주왕산·달기약수탕길’은 주왕산탐방지원센터(대전사)→용추폭포→용연폭포→금은광이삼거리→너구마을→월외탐방지원센터→달기약수터→소헌공원(운봉관)까지 18.5㎞ 거리에 6-7시간 정도 걸린다.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주왕산버스터미널(경북 청송군 부동면 공원길 146)
▶달기약수터에는 약수로 우려낸 닭백숙을 하는 식당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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