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마당] 물길 숲길 따라 떠난 문학기행 임청자 수필 |
| 2017년 08월 21일(월) 19: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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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물 이루며 재잘거리는 섬진강을 바라보자 도시빌딩 숲에서 쌓였던 피로가 스럼스럼 사라져 맑아진 정신에 싱그러움이 온 몸을 감싼다.
나무숲과 강물이 조화를 이뤄 푸르름이 물결치자 내 마음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 포근함 속에 푹 젖어들었다.
굽이굽이 흘러가는 섬진강, 초록의 들판, 지리산 자락 숲들의 넉넉함이 은은한 향내로 어머니의 품속을 연상시켜 정겨움에 안기운다.
우리 앞에 전개되는 산, 강, 들판의 풍경에 푹 빠져 한없이 달리고 싶은데 구례 압화 박물관이 나왔다.
강의실에 들려 ‘한글 맞춤법’ 강의와 ‘국토를 노래한 조태일 작가의 시세계’를 청강하였다. 태일 작가의 문학세계를 들으면서 이곳에 앉아 수강하는 청강자 중에서도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많이 탄생되기를 기원하면서 들었다. 그곳에서 나와 압화 박물관으로 향했다.
압화란 꽃과 열매, 잎, 줄기를 눌러 건조시킨 후 이를 이용해 만든 회화, 공예 등의 예술작품을 탄생시킨다.
구례군은 세계 여러 나라의 압화 작품을 수집 보존하여 2002년부터 매년 전국 압화 대전을 개최해 오고 있었는데, 2층에 조성된 전시실에 200여점의 풍경, 정물, 디자인의 예술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압화를 이용한 자개장, 장신구, 수저받침도 있어 예술품 창조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공헌하고 있어 찬사의 박수를 보냈다.
그 곁에 유전자원 온실이 있었다.
지리산의 야생화를 수생습지식물, 다육식물, 희귀고산식물 등으로 분류한 645 점의 식물이 온실 6동에서 잘 자라고 있었다.
지리산에 가지 않아도 여러 야생화를 보면서, 구례사람들의 식물학 연구에 대단함을 보고 야생화 연구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방문자들에게도 좋은 탐구심을 심어주고 있음을 깨닫게 하였다.
섬진강 어류 생태관에 들어서자 토속어종과, 희귀어종을 분류하여 기르고 있었는데, 서식어류, 멸종위기어류, 민물고기 등 5만 여종 물고기가 커가고 있는 모습들이 물속 유리관에 전시되어 보게 하였다.
자세히 들어다 보고 있는 내 머릿속에서는 머지않아 세계의 이목을 끌어당길 연구가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물고기 야외 학습장으로 향했다. 초등학생들이 물고기를 잡고 있어, 그 옛날 황룡강의 추억이 떠올라 물속에 있는 고기를 잡아보니 재미가 쏠쏠하였다.
하지만 잡았던 물고기를 놓아주면서 머지않아 손자들과 함께 오리라 다짐한 후, 깨끗한 물에서만 산다는 수달을 보러갔다.
가까이 다가서자 “천연기념물 수달이”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 분이 “수달아 물속에서 나오너라.” 말하지만 무반응이다. 내가 다시 큰 소리로 “수달이가 보고 싶어 왔는데 나오너라.” 하자 물속에서 철망 울타리까지 나와 깜짝 놀랐다. 간식거리 준비 못한 것이 안타까웠고, 지나가는 남자가 “수달이는 여자를 좋아한다.”라고 말을 하여 웃음바다가 되었다.
식사 시간이 되었는데 가랑비가 내렸다.
남자 문인들이 다리 밑 조약돌 세멘바닥에 비닐의 깔개를 펼쳤다. 여자 문인들은 만들어 온 음식을 접시에 담아내 상차림을 하는데, 맛깔스런 김치, 홍어회, 생선구이, 돼지머리 상추쌈 등이 혀끝을 감미롭게 하였다. 거기에 한국의 토속주 막걸리가 모든 사람의 입맛까지 돋구었다.
식사가 끝나자, 경쟁이라도 하듯 엉덩이를 부딪치며 뒷정리하는 모습들이 흥미롭고 근면성을 엿보게 해서 흐뭇하였다.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서로 돕고 껴안기에 모일 적마다 서로간의 우정이 쌓여 안보면 보고 싶어지는구나 생각했다.
식사가 끝난 후 섬진강 물처럼 웃음꽃 물결 띄우며 애국지사 백당 기념관으로 향했다. 백당 선생은 1919년 3. 1 독립만세 주도로 3 년간 옥고를 치른 분인데 옥중에서 고려사절요, 도해삼일선 등을 집필하신 역사학자이시다.
김학근 문인이 국조단군곡성숭모회 대표이사로 잘 관리하고 계셔 자랑스럽고 흐뭇하였다.
태안사 가는 길에는 울창한 나무, 시원한 계곡이 있어 물소리 들으며 입으로는 ‘발바닥이 다 닳아 새 살이 돋도록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라는 조태일의 시를 읊조리며 문학관으로 갔다.
국토시인인 그는 총 8권의 시집을 출판했는데, 그가 답답해서 일이 꼬일 때나, 즐거운 때는 고향의 정경을 끌어안는다는데, ‘나의 시는 고향 정서에서 출발 고향 정서에서 끝난다.’ 라는 말이 떠올랐다. ‘풀씨’의 시가 입안에서 맴돌아 문학관 관람 시 전시되어 있는 ‘풀씨’ 게시판 앞에서 눈 지그시 감고 끝까지 읽어 나가자 재미가 솟아났다.
이번 문학기행은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게 하였다.
문학세미나 내용도 좋았고 압화 박물관, 생태계견학이 우리 생활에 도움을 주는 내용들이 많았다. 또한 구례, 곡성 지역민들이 섬진강 물고기, 지리산 야생식물들을 연구 보존 발전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푸르름의 자연에 푹 잠겨 하루의 일과를 뜻있게 보내, 영과 육이 살찌고 거듭나게 함에 운영진들께 감사가 넘쳐나기도 하였다.
물속에 잠겨있던 수달이가 “나오너라.” 말을 듣고 꼬리 흔들며 나오듯, 문학기행이 언제 실시될까 지금부터 기다리게 만드는 2017년 7월8일의 문학기행이 의미 있는 감동을 주어 좋았다.
<약력> 전남대 대학원 졸, 수필문학 등단(1994), 문학춘추 시 작품상 수상(2007), 유럽 배낭여행 수기 대상(1992), 광주문학상(2006), 현 광주전남 유네스코 부회장, 저서 수필집 ‘그날의 그 사연’ 외 4권, 시집 ‘그들이 있기에 즐거운 나날’ 외 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