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죠 ‘1억엔금괴’와 함평군 ‘황금박쥐’ 이정록 전남대 교수·前 대한지리학회장

2017년 08월 22일(화) 19:56

일본 고베시 아래쪽에 아와지섬(淡路島)이 있다.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 동쪽에 위치한다. 세토나이카이에서 가장 큰 섬(592.55㎢)이고 일본에서 11번째다. 효고현에 속한 섬엔 3개 도시가 있다. 북쪽 아와지시(淡路市), 중앙 스모토시(洲本市), 남쪽 미나미아와지시(南あわじ市)다.

아와지시에는 2005년 4월 합병된 쓰나죠(津名町)가 있다. 합병 당시 쓰나죠 인구는 1만 6천여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때 관광객 호기심을 자극해 유명세를 탔던 지역이다. ‘1억엔금괴(1億円金塊)’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1988년∼1989년 전국 3,240개 시(市)·정(町)·촌(村)에 ‘고향창생사업’ 명목으로 교부금을 1억엔씩 나눠줬다. 지역 발전 사업을 하라는 이유에서다. 쓰나죠는 그 돈으로 금괴를 임대해 공원에 전시한 것이다.

금괴 마케팅은 성공했다. 쓰나죠는 미츠비시(三菱)머티리얼에 1억엔을 보증금으로 맡기고 금괴를 임대했다. 1989년 3월 금괴를 공원(靜の里公園)의 자료관에 전시했다. 특이한 전시 방법은 화제가 됐다. 방문객이 손으로 금괴를 직접 만져보는 방법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관광객이 접근성이 불편한 세토나이카이 이와지섬을 찾았다. 공원 인근 식당과 숙박업소는 관광객으로 북적거렸다. 1998년에는 가장 많은 39만여 명이 방문했다.

쓰나죠 전략은 탁견이었다. 당시 쓰나죠는 교부금을 당장 써야할 마땅한 사업이 없었다. 주민 선호 사업이 결정될 때까지 원금을 맡기고 대신 금괴를 임대해 전시하는 방식을 택했다. 사업비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임대한 금괴를 반환하고 보증금을 받으면 됐기 때문이다. 임시변통(臨時變通) 전략치고는 대박이었다. 금괴를 반납한 2010년 5월까지 누적 방문객 377만여 명이 이를 증명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금괴 전시 공원이 영국 축구 대표팀 캠프로 사용돼 영국 선수들이 금괴를 만져봐 유명세도 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금시세(時勢)에 따라 전시할 금괴 크기가 달라졌다. 첫해였던 1989년 무게는 63㎏이었다. 1999년엔 금시세가 하락해 107㎏ 금괴가 전시됐다. 2006년엔 금값이 올라 53.5㎏으로 줄었다. 쓰나죠 고민이 시작됐다. 방문객 집객을 위해선 큰 금괴가 필요했다. 하지만 임대 회사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큰 금괴를 전시하고 싶으면 돈을 더 내라고 요구했다. 추가보증금 지출이 어려웠던 아와지시는 결국 2010년 5월 15일 금괴를 임대했던 회사에 반납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쓰나죠처럼 교부금으로 금 조형물을 구입한 일본 지방 자치 단체가 많았다. 11개 시정촌이 교부금으로 금괴를 구입했다. 그렇게 구입한 조형물이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는가. 아오모리현 구로이시시(黑石市)는 ‘순금 목각인형’를 구입해 전시하다 400억엔이 넘는 빚을 갚으려고 팔았다. 야마나시현 시라네마치(현 南アルプス市)는 ‘50kg 금괴’를 구입했지만 2003년 매각했다. 고치현 나가토사마치(中土佐町)은 ‘순금 가다랑어’를 만들어 사카모토 료마 기념관에 전시하다 1993년 도난을 당했다. 기후현 수노마타죠(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