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 신드롬 김종일 광주전남연구원 사회환경연구실장

2017년 08월 29일(화) 20:21

경사가 급한 곳에서 케이블을 이용해 사람이나 물자를 운반하기 위해 만든 장치를 총칭해 케이블카라 한다. 케이블카란 말 대신에 각 나라마다 또는 운반 장치의 형태에 따라 케이블웨이, 로프웨이, 트램웨이, 푸니쿨라, 곤돌라, 리프트카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우리나라 ‘궤도운송법’에서는 삭도라 한다.

케이블카의 역사는 17세기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본격적인 상용화는 19세기 중엽 이후의 일이다. 초기에는 주로 광부와 광물을 수송하는 산업용으로 개발했으나, 점차 사람들을 수송하는 용도로 확대되었다. 20세기 들어서는 기술 발전에 힘입어 관광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최근에는 케이블카 자체가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부상하기에 이르렀다.

국내에는 1962년 서울 남산에 관광용 케이블카가 처음 설치된 이후 현재까지 40개소가 운영중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주로 내륙 산지에 케이블카가 설치됐으나, 이후 해안지역에 설치되면서 이용객이 크게 증가됐다. 특히 통영 케이블카는 2008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지난 해 누적 탑승객 1천만명을 넘어 케이블카 신드롬을 일으켰다. 2014년 운영을 시작한 여수해상케이블카도 2년만에 탑승객 400만명을 기록했다. 지난 6월에는 부산 송도 해상케이블카도 운영을 개시했다. 통영과 여수 케이블카가 새로운 관광수요를 창출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케이블카 붐이 일고 있다.

목포시는 유달산에서 목포 앞바다를 가로질러 고하도를 잇는 해상케이블카 설치를 추진중이다. 과거 세 차례에 걸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했으나, 경제성, 시민여론 등 여건 미성숙으로 사업이 시행되지 못했다. 이번에도 유달산과 고하도의 환경 및 해안경관 훼손을 우려하는 시민과 민간단체가 적지 않았지만, 여론조사, 간담회, 토론회, 공청회 등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왔다. 목포시는 유관기관과의 협의 절차가 마무리 되는대로 공사를 착공해서 내년 하반기에 완공할 예정이다. 해상케이블카가 본격 운영되면 유달산 및 고하도 일원에 새로운 관광명소가 창출되고 관광객 증가에 따라 지역경제가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바다를 건너면서 시가지와 다도해를 조망할 수 있지만, 단순한 경관 조망만으로는 지속적인 수요 확보가 불가능하다. 연계 상품개발이 미흡하고, 새로운 볼거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주지 못할 경우 일정기간이 지나면 탑승객이 줄어들 수 있다. 통영, 여수, 부산송도 등 유사 시설과의 경쟁으로 수요 확보의 어려움도 예상된다. 게다가 고하도에서 가장 높은 곳의 해발고도가 82m에 불과해 유달산(229m)에 비해 다도해 조망권이 좋지 못한 문제도 있다. 이에 대응해 목포시는 근대역사거리 조성, 목포역과 내항을 연계한 도심재생, 대표음식 개발 등 매력있는 관광자원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고하도에는 이충무공 역사유적을 복원하고, 육지면 목화단지, 해안 힐링랜드, 바다전망대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해상케이블카 설치를 계기로 도시관광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한다는 전략이다.

해상케이블카 운영 이후 관광객 집중에 따른 도심지의 교통 체증, 불법 주정차, 음식·숙박 등의 물가 인상 등의 문제점이 파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여수시민협이 여수시민을 대상으로 관광객 증가가 시민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의하면 “관광객은 늘었지만 시민의 실제 소득증대는 미미하고, 외식비·주거비 등의 상승, 교통 정체, 불법 주정차 등으로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고 강조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시민의 행복권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통영, 여수 케이블카 운영의 성공사례 뿐만 아니라 문제점도 철저히 분석해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