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장안산 생태탐방로

덕산계곡에 숨겨진 두 개의 아름다운 용소

2017년 08월 29일(화) 21:07
110m 높이에서 떨어지는 방화폭포는 암벽에 인공적인 폭포를 만들어 폭포수를 떨어뜨린다.
전북 무주·진안·장수는 산 많고 골 깊은 고장이다. 그래서 무주·진안·장수를 일컬어 ‘전라북도의 지붕’이라 한다. 무주를 대표하는 산이 덕유산이고, 진안을 대표하는 산이 마이산이라면, 장수를 대표하는 산은 장안산이다. 장안산에는 덕산계곡이라는 아름다운 골짜기가 있어 찾는 사람이 많다. 푹푹 찌는 무더위를 피해 아내와 함께 장안산 덕산계곡으로 향했다. 광주-대구고속도로를 빠져나가 장수 땅에 접어들자 산 많은 고장이라는 사실이 실감난다. 첩첩산중을 이룬 골짜기를 따라 구불구불한 길을 달려 방화동가족휴가촌에 닿는다.

방화동가족휴가촌은 우리나라 최초의 오토캠핑장이 조성된 곳이다. 물놀이장과 산림문화휴양관, 삼림욕장, 숲속의 집 등이 들어서 있어 사계절 찾고 싶은 가족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방화동가족휴가촌, 자연휴양림과 덕산계곡으로 나 있는 임도는 산림청이 선정한 ‘아름다운 임도 100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덕산계곡 숲길을 따라 걷다가보면 몇 차례 징검다리를 건넌다. 길은 좁을수록 다정하고 다리는 원시적일수록 자연스럽다.

덕산계곡을 따라 올라가는데 계곡은 짙은 녹음에 감싸여 있고, 맑은 물이 고요하게 흘러간다. 오토캠핑장을 지나 생태탐방로를 걷기 시작한다. 청아한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물소리는 매미들이 내는 고음과 음정을 맞춘다.

우리는 임도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덕산계곡의 내면으로 빠져든다. 임도를 따라 걷는데 계곡가에 기암절벽이 나타난다. 우리가 기암절벽 앞에 도착할 즈음 폭포수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방화폭포라 불리는 인공폭포로 오전과 오후 각각 2시간씩 물을 끌어올려 폭포수를 떨어뜨린다. 110m 높이에서 떨어지는 방화폭포는 물보라를 만들어내며 장관을 이룬다. 한참 동안 폭포를 바라보고 있으니 인공폭포라는 의식마저 사라져버린다.

조선 태종 때 양녕대군의 폐세자에 반대하다 고향인 장수로 유배온 황희정승이 마음이 울적할 때면 푸른 물을 바라보며 바둑을 뒀다는 윗용소 너럭바위에는 바둑판이 그려져 있다.
삼림욕장으로 들어가는 여울목교라는 다리에 서니 계곡 아래쪽에서 방화폭포가 하얀 물보라를 휘날리듯 쏟아낸다. 계곡을 건너 삼림욕장으로 들어선다. 울창한 숲속에는 천천히 걸으면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데크길과 삼림욕의자, 운동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잠시 삼림욕장에 들러 피톤치드로 몸을 씻고 나서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계곡 옆 산책로에서는 원추리가 담백하게 피어 여름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임도는 부담없이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걷기 좋은 이 길을 여러 사람들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걷는다. 임도가 끝나는 지점부터는 고요한 오솔길이 이어지고, 계곡을 건널 수 있도록 징검다리도 놓여 있다. 근래에 설치해놓은 징검다리지만 계곡의 자연적인 풍경과 어울리니 소박하고 친밀하다.

덕산계곡 최고의 비경인 아래용소는 암반의 홈통을 타고 내려오는 폭포수가 거대한 절구통처럼 깊이 패인 바위 홈을 만들어 아름다운 소를 만들었다.
계곡과 오솔길은 나란히 이어지면서 하나가 된다. 나무도 가지를 계곡 위로 뻗어 정감을 표시한다. 오솔길을 걷는 사람도 계곡과 한 식구가 된다.

자연미가 그대로 느껴지는 덕산계곡의 물줄기는 거침이 없다. 거침이 없되 낮은 곳을 향한다. 거침없이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향한 끝에 결국은 세상에서 가장 넓은 바다가 된다.

녹색 숲은 한없이 싱그럽다. 싱그러운 숲은 사람들의 삭막한 정서를 풍요롭게 해준다. 계곡 옆 숲길을 따라 걷다가 몇 차례 커다란 돌로 만든 징검다리를 건너기도 한다. 길은 좁을수록 다정하고 다리는 원시적일수록 자연스럽다.

물줄기는 급할 때는 여울을 만들며 세차게 흘러가고, 여유가 있을 때는 소나 담을 만들어 쉬었다 간다. 아래용소 근처에 이르자 소박하던 풍경이 아기자기한 바위지대로 바뀐다. 그리고 덕산계곡 최고의 비경이 펼쳐진다. 몇 개의 층으로 너럭바위를 이룬 계곡은 암반의 홈통을 타고 여울과 작은 폭포를 만든다. 폭포수는 거대한 절구통처럼 깊이 패인 바위 홈으로 떨어져 용소가 된다. 폭포수가 억겁의 세월 동안 쉬지 않고 떨어지면서 암반은 지금처럼 깊게 패여 타원형의 소가 만들어졌다. 여기에서 200m 위쪽에 또 하나의 용소가 있어 이곳 용소는 아래용소라 부른다. 아래용소에 머물던 물은 방향을 90도로 꺾으면서 암반을 따라 흘러간다.

사람들이 통행하기 편하도록 계곡가에 데크길을 만들어놨지만 오히려 풍경미를 반감시켜버렸다. 약간 불편하더라도 데크를 설치하지 않고 암반 위로 그대로 통행하도록 했으면 좋을 듯싶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물줄기가 내 가슴으로 파고드는 것 같다.

무생물인 바위에는 파란 이끼가 끼거나 푸른 넝쿨이 뒤덮여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다. 아래용소에서 200여m 위쪽으로 올라가니 윗용소가 기다리고 있다. 아래용소보다도 훨씬 평평한 반석이 펼쳐지고, 암반위로 부챗살처럼 펼쳐지면서 여울을 이루며 흘러오던 물줄기는 검푸른 소를 만들어 암반과 어울린다. 햇살에 비친 물보라는 더욱 신비로워 보인다.

윗용소 암반에는 바둑판이 그려져 있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바둑을 두며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의 모습이 상상된다. 조용히 암반을 넘어오는 섬섬옥수 같은 물줄기는 감미로운 소리로 자연음악을 들려준다. 자연음악을 들으며 바둑을 두는 상상만으로도 내가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 듯하다.

조선시대 때 명재상이었던 이 고장 출신 황희정승이 이곳 용소에서 목욕재계하고 천지신명께 기도해 재상에 올랐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황희정승이 조선 태종 때 양녕대군의 폐세자에 반대하다가 고향인 장수로 귀향해 지내면서 마음이 울적할 때면 이곳 용소의 푸른 물을 바라보며 바둑을 뒀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덕산계곡은 빨치산 얘기를 다룬 영화 ‘남부군’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빨치산 출신 이태가 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남부군’에서는 한국전쟁 때 순창 회문산에서 철수한 조선노동당 전북도당 인민유격대와 덕유산에서 이현상 부대인 남부군이 합류하였는데, 이들 빨치산 500명이 1년 만에 처음으로 옷을 벗고 목욕하는 장면을 이곳 덕산계곡에서 촬영했다.

윗용소를 지나면서부터는 임도 수준의 길이 이어진다. 울창한 숲을 이룬 계곡을 따라 4.5㎞를 올라왔는데, 민박집이 있고 포장도로도 나 있다. 아내와 함께 민박집 평상에 앉아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물놀이하는 아이들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내 자신이 물속에 있는 것처럼 시원하다. 다시 승용차가 있는 방화동가족휴가촌으로 내려간다. 왔던 길을 따라 그대로 내려가는데도 아름다운 계곡이 자꾸만 눈길을 붙잡는다.

※여행쪽지

▶장안산 생태탐방로는 아름답고 고즈넉한 덕산계곡을 따라 걷는 길로 방화동가족휴가촌→방화폭포→아래용소→윗용소→장안산군립공원관리사무소까지 4.5㎞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승용차를 방화동가족휴양촌 오토캠핑장에 두고 왕복을 해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
▶출발지 네비게이션 주소 : 방화동가족휴가촌 오토캠핑장(전북 장수군 번암면 방화동로 778)
▶방화동가족휴가촌에서 11㎞ 거리에 있는 번암면소재지에 몇 개의 식당이 있다. 그중 전주식당(063-352-2862)을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흑돼지삼겹살, 오리불고기, 갈치백반, 동태찌개 등 메뉴가 다양하다.
이 기사는 광주매일신문 홈페이지(kjdaily.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jdaily.com/1504008425416972134
프린트 시간 : 2022년 01월 20일 17:3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