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인을 아시나요 주홍 |
| 2017년 08월 31일(목) 19: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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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을 맞이하여 고려인들의 삶을 아카이브하고 그들의 예술을 무대에 올리는 행사를 한다고 하여 본격적으로 고려인들의 삶을 추적해 보았다. 무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1. 나는 창작을 위해서 고려인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는 고려인이다’라는 제목의 공연… ‘고려인의 삶을 어떻게 샌드애니메이션으로 담아낼까?’ 일제강점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치루기위해 연해주로 갔을 때 그곳에는 우리민족이 살고있었다. 연해주를 중심으로 정착한 우리민족을 ‘고려인’이라고 부른 것이다. 19세기에 연해주를 중심으로 살았던 우리들의 조상들은 항일운동을 하고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함께했던 바로 고려인이다. 그들은 1937년 스탈린통치하에서 강제이주 명령에 의해 기차 짐칸에 실려 변방의 황무지로 이주하게 된다. 소련정부는 고려인들 중 지식인들을 먼저 감금하고 처형하였으며, 혹독한 여건에서 강제이주 도중에 2만 여명이 사망하였다고 하니, 얼마나 큰 시련을 겪었을지 그 처참한 상황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중앙아시아에서도 그 사회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고려인들은 “나는 고려사람이다.”를 외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제주 4·3항쟁도 역사책에서 배우지 못했고, 고려인의 고난사도 역사책에서 배우지 못했다. 우리는 도대체 어떤 것을 기록하고 가르치고 있을까?
농사도 지을 수 없는 황무지 우슈또베에 도착한 고려인들은 움막을 짓고 정착하여 살아남기위한 몸부림으로 그 황폐한 땅을 개간하여 5년만에 벼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우리민족의 끈질긴 생명력과 부지런함으로 살아남은 것이다. 그 고려인들이 광주에 우리와 함께 살고있다. 이주민의 이름으로. 광주 광산구 월곡동에는 850가정, 3천여명의 고려인들이 살고있는 마을이 있다. 유랑하면서도 민족의 문화를 유지하는 공동체, 디아스포라. 그들은 우리보다 더 한국적인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고려인들은 한국문화와 러시아, 우리와 중앙아시아의 문화를 연결하고 있다. 하지만 독립운동을 했던 할아버지의 조국에서도 중앙아시아에서 그랬듯이 사회 속에서 받아주지않아 거친 일을 하며 “나는 고려인이다.”를 외치고 있다. 나는 고려인 시인이 조국을 그리워하면서 창작한 리진의 시, ‘구부정 소나무’와 지식인 남편의 억울한 죽음과 명예 회복에 일생을 바친 구부정 할머니 이야기를 작품에 표현하기로 했다. 이렇게 작품이라는 미션을 통해서 가끔 역사책에서도 배우지 못한 비극적인 우리 역사의 한 복판을 견디고 살아서 우리 곁에 있는 핏줄들을 마주하게 된다.
창작을 하려면 그 주제를 관통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고려인들의 삶의 스토리에 귀기울이며 지난 시간의 흔적들을 찾아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광주에서 살아가는 고려인들의 현재 생활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나에게 창작이라는 기회가 없었더라면 내가 이렇게 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을까? 광주에서 살고 있는 그들의 고충과 함께 할 수 있었을까? 이런 자문을 해보면 분명 관심없이 살아갔을 것이다.
나는 아시아문화전당이 예술 창작자들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했으면 한다. 예술로 표현된 것은 택시운전사라는 영화 한 편이 5·18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 잘못을 바로잡듯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큰 힘이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고려인아카이브와 고려인을 주인공으로 무대를 만들어 공연을 한다는 것에 먼저 반가웠고, 우리 사회에 제대로 발딛지 못하고 있는 고려인들의 현실을 시민들이 알 수 있는 장으로 특히, 예술 표현의 장으로 마련했다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이 공연이 끝나고 나면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고려인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