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산업혁명도 사람을 중심으로 이종환 |
| 2017년 09월 03일(일) 19: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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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시대를 준비하자는 열기가 뜨겁다. 지자체들도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자고 다투어 선언하고 있다. 마침 무역협회는 4차산업혁명에 대한 우리나라의 경쟁력순위를 19위로 제시하면서 민관학이 참여하는 중장기계획 수립, 기반기술 연구투자 강화와 지역별 혁신센터 구축, 그리고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기업·연구기관간 네트워크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기술혁신과정에서 뒤처져도 안되고 국가성장의 새로운 기회도 창출해야 하는 만큼 국가적 추진체계 구축과 구체적인 발전계획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어야 할 것이다. 다만 4차산업혁명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있는 만큼 이러한 준비과정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점은 무언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 생각해본다.
먼저 용어사용과 관련하여 생산과정과 제품의 혁신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사물인터넷과 센서, 빅데이터의 생성과 활용, 생산과정의 스마트화는 많은 진전이 있었고, 기술간·산업간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나 중국의 제조 4.0이 IoT, 인공지능 인터넷 융합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량의 정보를 다양한 기기들이 빠르게 공유하게 되고,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짐으로써 나타나는 것이므로 지나치게 용어에 민감할 필요는 없다. 자칫 연구개발 투자 선점을 위한 수사처럼 보이는 것은 그런 연유이다.
또 하나는 일자리에 관한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의 융합과 연결로 이루어지는 제조기술의 변화는 결국 로봇과 인공지능의 결합으로 나타나고 이에따라 생산설비의 자동화가 가속화된다. 이렇게 되면 단순노동을 주로 하는 노동자들은 자동화설비에 밀려나 고용불안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제조공정 자동화 등에 기인한 고용없는 성장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전자산업의 매출액은 10.2% 증가한 반면 고용은 1.9% 증가에 그쳤고, 자동차의 경우도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 생산량이 29% 증가한데 반해 종사자 수는 10% 증가에 그치고 있다.
유통, 서비스분야의 일자리 역시 불안할 수밖에 없다. 물류자동화, 드론배송시스템 등을 도입해서 일자리를 줄여가고 있는 아마존이 공개한 인공지능 편의점 ‘아마존 고’는 상점에 들어가 원하는 물건을 선택한 뒤 그냥 밖으로 나오면 자동으로 계산이 끝난다. 이 같은 AI 마트가 본격 도입되면 미국에서만 900만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4차산업혁명의 기수처럼 거론되는 자율주행자동차는 또 어떤가.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기술 집합체인 자율주행자동차는 운전자를 필요로 하지 않으니 이 많은 유휴인력을 어느 분야 어느 단계에서 흡수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류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증진에 기여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거론되는 4차산업혁명은 산업현장에서 노동의 퇴출과 상품시장에서 계층간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광주는 자타가 인정하는 인권도시이다. 일자리에 대한 대안이 적극적으로 논의되어야 하고, 기본소득 문제 역시 같은 맥락에서 논의됐으면 한다. 아울러 재정여건이 허락한다면 광주만이라도 서민들의 편의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제품을 시범적으로 개발·보급함으로써 4차산업혁명이 보편적 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