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시인에게 시 문인호

2017년 09월 04일(월) 19:33

한 자루의 연필이라도
심지 곧게 세우면
천 자루 칼도 녹여내고
심지 한 번 더 세우면
천 년의 세월도 더 정의로우리

천 자루의 칼로도
연필 심지 하나 자를 수 없다는
곧음의 진리가
눈 떠 있는 세상이라 믿는다면
빈손이라도 꽃은 들리리

시인들이여
양지의 고요를 깨뜨려라
찬바람 몰아친 음지에 귀 기울이고
깃발보다 낮을지라도
곧은 심지 세운 연필이 되어라.


<해설> 시인은 누구인가? 시대에 따라 저마다 다른 정의를 내리지만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만의 개성있는 언어로 세상을 밝게 비추는 존재다. 오로지 펜 하나로 세상의 어둠을 밀어내고 이웃의 아픔을 따뜻하게 보듬는 존이다. 때로는 순교자처럼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정의의 깃발을 들고 앞장서는 존재다.

<약력> 한국문협, 국제펜본부회원, 광주문협 부회장 역임, 광주문학상 수상 외, 저서 ‘내 언어의 화려한 외출’ 외 6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