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환자의 한방치료 권영달 원광대학교광주한방병원 교수

2017년 09월 07일(목) 19:06

교통사고 상해 증후군은 다양한 교통사고 후 발생하는 골격의 손상 및 충격, 연부조직 손상, 내상 타박, 정신적 고통 등의 전신적 증후를 의미하며, 특히 사고 당시의 급가속 또는 급감속으로 인하여 탑승자의 머리가 급격하게 과신전 또는 과굴곡되어 목 부위에 발생한 임상적 문제들을 일컬어 편타성 상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교통사고 환자들의 1/3은 3개월 이내에 초기 증상에서 완전히 회복되고, 1/3의 환자들은 경미한 통증과 장애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며, 나머지 1/3은 심각한 통증과 장애가 3개월 이후에도 지속된다.

1999년 변경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으로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한의 치료가 시작된 이후,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매년 증가됨에 따라 교통사고 상해 증후군이나 후유증으로 한의 진료를 이용하는 환자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 8월 21일 국회에서 ‘자동차보험 한방진료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가 열렸는데, 보험연구원 사전 배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자동차보험으로 보장한 한의 보험 환자 수는 48만명에서 2016년 72만명으로 50.7% 증가하여, 같은 기간 한의 진료비 역시 2,722억원에서 4,598억원으로 68.9% 증가하였다. 이는 한의 치료를 받은 자동차보험 환자 수뿐만 아니라 1인당 한의 진료비 증가에 따른 것이라는 게 보험연구원의 분석으로, “2016년 기준 자동차보험 한의 진료비의 48%를 차지하는 한의 비급여 진료비는 2014년부터 연평균 34% 증가해 1인당 한의 진료비 증가를 견인했다”고 밝히며, 한의 진료비의 증가세를 주도하는 한의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진료수가와 인정기준을 구체적으로 표준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2015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의 의료 이용 및 한약 소비실태 조사’ 결과 국민의 67.1%가 한의 의료기관 외래진료에서, 82.8%가 한의원 및 한방병원 입원진료에 만족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아 교통사고 환자의 한의 진료비 증가의 원인이 보험연구원의 비급여 진료비 증가가 원인이라는 주장과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최근 “막연하게 확인되지 않은 의료쇼핑과 과잉진료 등을 자동차보험 한의 의료비 증가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실제 원인은 한의의료기관이 교통사고 시 주로 발생하는 근골격계 및 결합조직 질환 치료에 특화되어 국민의 한의 의료기관 이용 증가로 한의치료에 대한 환자의 높은 만족, 치료 효과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 자동차보험 한의진료비 증가”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보험 연구원이 언급한 한의 비급여 행위별 진료수가의 표준화는 국민보건 향상을 위해 필요한 절차이기도 하다. 그동안 자동차보험의 한의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진료수가가 정해지지 않아 한의 의료기관에서 비용산정목록표 및 산출근거자료를 직접 작성해 제출해야 하는 행정적인 불편함은 물론 동일한 의료기술행위에 대해 의료기관별로 수가가 다른 문제, 산정한 수가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의 마찰을 빚는 등 다양한 불편함과 문제들이 발생해 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국회와 보험업계 등의 지적에 따라 행정예고를 통해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해 왔지만, 보건단체와의 갈등으로 자동차보험 한의물리요법 수가 신설은 지금까지 지연돼 왔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자동차보험진료수가 한의물리요법의 진료수가 및 산정기준 알림’을 통해 경피전기자극요법(TENS), 경근간섭저주파요법(ICT), 경추와 골반의 견인, 추나요법, 도인운동요법, 근건이완수기요법 등 한방 물리요법에 대한 진료수가와 산정기준을 공지하는 한편 오는 9월11일 진료분부터 이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의 의료기관에서는 교통사고와 관련된 환자가 내원시 협진을 통한 영상의학적 검사와 진찰 결과 치료목적의 침, 첩약과 약침을 처방하며, 환자 진료기록부에 관련 내용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한의 물리요법에 대한 진료수가가 신설되어 교통사고 후 후유증 및 수술적 처치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들이 추가적으로 경제적 부담없이 양질의 다양한 한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한의 진료의 특성상 국민 건강 보험에서 첩약, 약침치료, 추나치료 등 비급여 항목의 수가가 요양기관별로 다양하므로 건강보험에서도 수가의 표준화와 더불어 한의 물리요법에 대한 보험급여 확대도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져 한의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