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여전히 법조인의 지위에서 정준호 법무법인 평우 대표변호사

2017년 09월 10일(일) 18:57

변호사라는 직업을 설명하는 단어로 자주 사용되는 말이 ‘면기난부(免飢難富)’이다. 한승헌 전 감사원장께서도 자주 사용하신 말로 알려져 있는데, 변호사는 ‘굶지는 않겠지만 부자가 되기도 어렵다’는 말이라고 한다.

학창시절 멋모르고 육법전서에 매진하던 그 시절에는 듣기 어려운 말이었는데,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나서 사법연수원에서는 일주일에 1번 꼴로 자주 듣는 말이 되었다. 경제적으로 하루라도 빨리 독립하고 싶어서 택한 직업이고 힘들었던 과정을 거친 사람들에게는 마냥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었다.

실제로 사법연수생 시절, 로스쿨 제도의 정착을 앞두고 왜 대다수가 변호사가 되는 사법연수생들에게 공무원으로서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지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당시 한달에 100만원을 약간 넘는 수준의 급여가 제공되었는데, 위와 같은 논란속에서 상당수의 사법연수생들은 급여를 받지 않을테니 서면보조업무 또는 학원강의 등 겸직의 기회를 보장해달라는 취지의 요구를 한 적이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높은 수준의 소득을 기대하고 변호사라는 직업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법조계를 얼룩지게 한 ‘정운호 사건’에서 한 변호사가 100여채 가까운 오피스텔을 보유한 것으로 논란이 되었던 것이나 최근 거액의 주식투자로 인해 낙마한 모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세간의 시선은 돈많은 변호사를 달갑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아니 10년전 기준으로 무려 600억원이 넘는 소득을 신고한 김영무 변호사의 뉴스에는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았던 여론을 고려하면, 수임료 이외에 투자소득을 얻고 있는 변호사에게 부정적이라는 말이 더 정확한 것 같다.

판검사와 다르게 능력에 따라서 자유롭게 돈을 벌어도 되는 직업인 변호사의 투자소득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부자가 되어야 비로소 변호사로서 성공한 것이라는 의미 대신 ‘굶지는 않되 부자가 못되더라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단어가 어떻게 변호사라는 직업을 설명하게 된 것일까?

흔히 ‘법조삼륜’이라는 말로 판사와 검사 이외에 변호사도 법조인의 한 축으로 인정을 해주고 있다. 강한 공직자윤리가 적용되고 매년 재산이 공개되는 판사와 검사와 달리 사적인 영역에서도 자유롭게 부를 축적할 기회가 있고 공직자윤리보다는 다소 약한 변호사윤리가 적용되는 변호사를 법조인의 한 축으로 인정해주는 것을 보면 한 때 ‘신분’으로 변호사를 평가해주던 시절이 있었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수임료 소득만으로는 부족하여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를 하는 변호사들은 어쩌면 법조인의 신분 대신 원하는 만큼의 부를 택하고 싶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변호사는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으면 판검사로 선발이 가능하고 특히 대법관과 헌법재판관도 될 수 있는 여전한 법조인이다. 그렇기에 판검사들과 같은 수준의 공직자윤리가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변호사윤리가 강요되어야 마땅하다. 아무렇지 않게 부를 축적해도 되는 분위기가 일반화된다면 사법개혁의 중요한 명분인 ‘법조일원화’ 역시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많은 변호사들이 장관 등 임명직에 진출하는 현실에서 비록 자신이 임명을 예상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일정부분 공직에도 뜻이 있는 변호사라면 공직자윤리 수준으로 스스로를 관리하는 것이 맞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는 ‘우리는 모두 같은 흙탕물 속에 빠져있다’는 유명 구절이 나온다. 카뮈는 ‘이방인’ 이후 집필한 ‘전락’이라는 소설에서 변호사인 주인공 클라망스가 여인의 자살을 방관한 죄책감에 스스로를 자각하고 판사로 변신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흙탕물과 같은 자본시장과 소송전에서 대리인으로 역할하는 변호사들이겠지만, 언제든지 자각을 하고 공직으로 떳떳하게 임명될 수 있는 여지는 스스로에게 남겨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