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리로 접근하는 광주 구도심 재생](4)서울로 7017 건축·문화 옷 입은 폐고가도로, 시민 휴식공간 탈바꿈 서울=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
| 2017년 09월 10일(일) 2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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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폴리’는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건축예술 프로젝트다. 건축을 통해 낙후된 지역에 새 옷을 입히고 그 위에 문화를 더해 지역민과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 중이다. 광주폴리 외에도 우리나라 곳곳에는 건축과 문화를 통해 시민 공간으로 탈바꿈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45년간 고가도로로 사용되다 최근 시민 산책로로 변신한 ‘서울로 7017’이 대표적인 사례다.
◇안전성 문제로 차량 운행 통제
현재 ‘서울로 7017’로 탈바꿈한 서울역 고가도로는 1960-1970년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대변하는 도로였다. 인구 급증에 따라 발생한 교통난을 타개하기 위해 서울역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형태로 설계된 1970년대 서울의 상징적 구조물이었다.
20여년간 활용되던 고가도로는 1990년대 말부터 하중에 따른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시는 정기적인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 진단을 통해 매년 보수공사를 진행해왔는데, 2006년 심각한 안전문제 제기로 차량운행을 전면 통제하기에 이르렀다. 안전등급 D를 받고 최종 철거 수순을 밟기까지 8년이 흘렀다. 그러던 중 노후된 건축을 바로 철거하기 보다는 새로운 공간으로 꾸미자는 의견이 속속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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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고가도로의 안전성 문제가 하중 때문이라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길이 아닌 사람길로 바꾸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서울의 관문인 서울역 주변에 활력을 불어넣고 남대문시장·명동·남산과 서울역 서쪽을 사람길로 연결하도록 했다. 특히 서울 중림동, 회현역 등 낙후된 지역을 고가공원으로 만들어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자는 취지에서다.
2014년 고가차도 활용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해 2015년 시민과의 협의를 거쳤다. 2016년 네덜란드 건축가 위니 마스가 건축 디자인을 맡아 공사를 진행했으며 지난 5월20일 시민에게 문을 열었다. ‘서울로 7017’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1970년 만들어진 고가도로가 2017년 사람이 다니는 길 17개로 다시 태어난다’는 뜻에서다.
지난달 찾은 서울로 7017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야외로 나온 직장인들의 산책로로 활용되고 있었다. 서울로 7017은 회현역 5번 출구에서 시작해 1.24㎞의 보행로가 이어지는 고가공원인데 17개의 보행공간을 비롯, 18개의 편의시설과 시민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 공원을 따라 여러 회사 건물이 밀집해 있어 낮에는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한 후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밤에는 가족·친구·연인들이 산책을 즐기는 공원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서울역 인근 도로와 건물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도 활용된다.
◇교육·전시 등 한자리에
특히 이 곳은 단순히 걷기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보행로를 따라 심어진 식물들이 눈에 띈다. 무궁화, 목련 등 화려한 꽃나무부터 담쟁이, 부레옥잠 등 다양한 식물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울로 곳곳에 놓인 원형 화분은 50과 228종 2만4천85주의 수목이 식재돼 있어 어린이들이 쉽게 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증한 ‘박원순 나무’도 만나볼 수 있다.
서울로 7017 운영단은 식물 ‘과’ 이름에 따라 길마다 가나다순으로 배치하고 자연지반 구간인 만리동, 퇴계로에는 키 큰나무 도시숲을 조성했다.
어린이들이 연극을 볼 수 있는 담쟁이 극장, 네이버문화재단과 협업한 서울로 전시관 등도 마련했다. 담쟁이극장에선 스케줄에 따라 연극을 볼 수 있으며 서울로 전시관에선 상설전시가 열린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족욕장에선 혹서기에 얼음 이벤트를 하고 주말에는 수많은 공연예술인들이 야외에서 자유롭게 공연을 할 수 있는 버스킹 장소로도 활용된다.
또한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호기심화분’이 눈길을 끈다. ‘호기심화분-들려요’에선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화분 속을 비추는 유리로 눈을 대면 식물이 보이는 ‘보여요’, AR 체험을 할 수 있는 ‘신비해요’ 등이 있다.
◇건축·사람 어우러진 문화공간 의미
이처럼 서울로 7017은 사람과 문화, 건축과 주변 경관이 어우러진 공간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당초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시민 활용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우려를 딛고 시민과 관광객들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로에 가면 매일 다양한 문화 행사와 프로젝트를 쉽게 무료로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서울로와 이어지는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매출 증가 혜택도 누리게 됐다. 차가 지나다니던 공간에서 사람이 드나드는 공간으로 바뀌다 보니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서울로는 건축으로 도심을 재생한다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고 있다. 건축물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교육·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점은 광주가 주목할 대목이다.
광주폴리는 건축물이 세워진 후 구체적인 기능을 하지는 않는다. ‘폴리’의 기본적 존재 이유인 ‘장식적 구조물’이라는 목표만 달성한 것이다.
‘사람과 상생하는 건축물’이란 점에서 서울로는 광주폴리에게 시사점을 제공한다. 광주폴리가 단순 건축물에 지나지 않고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방안으로 점차 외연을 확장해 나가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서울=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서울=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