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기업 기 살리자] (3)향토기업의 역할과 기능 고용·농가소득 ‘쑥쑥’ 지역경제 효자 ‘톡톡’ 직원 320여명 광주·전남출신…작년 인건비만 168억 자회사 ‘님과함께’ 설립, 경력단절여성에 일자리 제공 장성복분자·쌀 등 연간 80억 구매…공헌 활동도 활발 최권범 기자 coolguy@kjdaily.com

2017년 09월 18일(월) 19:17

(사진위좌)보해양조는 직원의 80%를 광주·전남 지역민 출신으로 선발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채용된 보해양조 신입사원들이 교육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위우)보해양조 대표 상품인 보해 복분자는 장성 등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자란 복분자로 생산된다. (사진아래좌)해남 보해 매실농원은 매년 600톤의 매실을 수확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아래우)보해양조는 지난 2월 화재로 피해를 입은 여수 수산물 시장 상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건어물세트 3천600만원어치를 구매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존재다. 동시에 인재를 찾아 키워야 할 책임도 갖고 있다. 기업가와 기업이 가진 재산은 살아 움직일 때 제 가치를 발휘한다.”

보해양조 창업주인 故 임광행 회장은 생전에 임직원들을 향해 자신의 경영철학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임 회장은 기업이 경영활동을 할 때 직원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 지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특히 소비자들이 울고 웃을 때 찾는 것이 술인만큼 주류회사는 더욱 그래야 한다고 역설했다.

보해양조는 지난 1950년 목포시 대안동에 터를 잡았다. 이후로 67년이 지나도록 보해양조는 목포 본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제품을 만드는 생산본부는 풍부한 수량과 좋은 수질을 찾아 목포에서 장성으로 지난 1991년 이전했다. 본사와 생산본부가 각각 목포와 장성에 있는 보해는 사실상 호남에 뿌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뿌리가 튼튼하지 않은 나무는 건강할 수 없듯 광주·전남 지역경기가 활성화될 때 보해 역시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광주·전남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향토기업 보해는 창업 당시부터 현재까지 지역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보해가 지역경제에 가장 기여하는 바는 고용창출이다. 올해 8월 기준 보해 직원은 400여명이다. 잎새주와 복분자, 보해 골드와 부라더 소다 등 주류제품을 만드는 보해양조, 매실바람과 데뷔 등 매실음료를 만드는 보해식품, 보해가 만드는 모든 제품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보해중앙연구소, 해남 매실농원을 관리하는 보해농원까지 2000년대 중반 보해와 관련된 업체가 수도권에서 장성으로 이전하고 보해양조로 통합됐다.

이후 광주·전남 출신 직원들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보해양조에 따르면 전체 직원 중 80%에 육박하는 320여명이 광주·전남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해양조는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대구, 제주, 원주 등 전국에 12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직원 대부분은 광주·전남지역 출신이다.

보해양조가 지역에서 기업활동을 하면서 직접 창출한 일자리만 해도 수백여 개. 이들에게 지난 한해 지급된 인건비만해도 168억원에 달한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했을 때 광주·전남에만 1천300여 가구가 보해양조에서 일하며 삶을 꾸려가고 있다는 뜻이다.

상대적으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이들을 위한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보해양조 자회사인 ‘님과함께’가 대표적인 사례다. ‘님과함께’는 광주·전남지역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16년 3월 설립됐다. 전직 회사원, 식당 종업원, 간호사로 일했지만 출산과 육아를 겪으며 일할 기회를 잃었던 이들을 위한 시도였다. 단순히 일자리 개수를 늘리는 것에만 치중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들을 위한 기회까지 마련한 것이다. 현재는 38명의 사원들이 ‘님과함께’에 소속돼 소비자들에게 보해와 보해양조 제품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와 함께 해남에서 운영 중인 보해 매실농원에서도 매년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지난 1979년 조성된 보해 매실농원은 14만평에 1만4천여 그루의 매실나무가 자라고 있다. 보해는 매년 이곳에서 600톤의 매실을 수확한다. 매실 수확철인 6월이면 지역민 70여명이 40여일간 작업에 동참한다. 인근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일이 적은 시기에 매실수확에 동참하고 수입에도 보탬이 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호남은 수도권과 영남 등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적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기업 보해가 만드는 일자리는 ‘가뭄의 단비’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보해양조는 ‘농도(農道) 전남’의 농가소득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보해는 대표 상품인 ‘보해 복분자주’와 ‘순희 막걸리’를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로 만든다. 지난 2004년 출시된 후 복분자주의 대명사가 된 보해 복분자주는 전남과 전북지역에서 재배한 복분자로 생산된다. 장성 등 연간 700톤이 넘는 물량을 구매하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70억원에 육박한다.

순희 막걸리의 경우 생산본부가 있는 장성에서 출하된 쌀로 만든다. 한해 평균적으로 구입하는 규모는 400톤 정도다. 농가 한 곳당 0.9톤을 재배한다고 가정했을 때 820농가가 보해양조에 쌀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집행되는 금액은 한해 평균 10억원이 넘는다.

보해양조 구매팀 최성용 팀장은 “생산단가를 낮추려면 값싼 수입 농산물을 써야 하지만 지역농가와 상생하기 위해 광주·전남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사용한다”며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깨끗하고 맛있는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보해는 더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해양조는 지역에서 고용창출과 농업소득 증대 같은 간접적인 방안 이외에 직접적인 공헌활동도 병행 중이다.

보해양조는 지난 1월 화재로 피해를 입은 여수 수산시장 상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수산물 세트 3천630만원어치를 구매했다. 설 대목을 앞두고 갑작스런 화마에 큰 피해를 입은 여수지역 상인들을 응원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지난 8월에는 북구 평화의 소녀상 건립 지원금 200만원을 추진위원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광주·목포·순천·전주에서 활동하는 젊은잎새 봉사단이 지역의 경로당과 육아원을 매월 두 차례씩 방문하며 생필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공익적인 목적으로 사용된 비용이 지난 한 해에만 84억6천800만원에 이른다. 더불어 주류제품을 판매하면서 납부하는 국세와 지방세를 합친 금액은 연 평균 1천억원에 달한다.

보해양조 오명호 영업센터장은 “보해양조 제품이 팔릴수록 더 많은 세금을 지역에 내기 때문에 잎새주 등 지역기업이 만드는 제품을 구매하는 게 지역을 살리는 지름길이다”며 “지역기업이 성장해야 지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최권범 기자 coolguy@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