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의 봄과 케미포비아 조영관 |
| 2017년 09월 24일(일) 1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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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55년 전인 1962년 미국 해양생물학자인 레이첼 카슨은 그의 저서 ‘침묵의 봄’을 통해 무분별한 DDT 사용 문제를 경고했다. 새 생명이 움트는 봄이 돌아왔지만, 곤충은 찾아볼 수 없고 생명의 상징인 새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죽음의 세상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이 책은 불개미 떼를 없애기 위해서 사용한 DDT가 오히려 자연의 질서를 파괴해 결국 인간도 피해를 본다는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내용이다.
전후 세대인 필자는 영화를 통해서 한국전쟁 당시 이를 없애기 위해 하얀 DDT 가루를 머리와 옷에 뿌린 장면을 여러 번 본 기억이 있다. DDT는 무려 73년 전인 1939년에 스위스 화학자 폴 뮐러에 의해 개발되어 농작물 해충은 물론 이, 벼룩 등을 박멸하는 데도 효과적이고, 발진티푸스와 페스트 등의 전염병으로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한 인류에게 구원의 손길이었다. DDT만큼 값싸고 효과적인 살충제는 없었기 때문에 뮐러는 이 공로로 1948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기적의 살충제’는 잘 분해되지 않고, 반감기가 최소 15년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먹이사슬로 인한 생물 간의 농축으로 사람뿐만 아니라 사용장소와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북극곰에서도 검출되어 ‘죽음의 살충제’로 지금은 ‘금지 농약의 대명사’가 되었다.
‘침묵의 봄’은 환경윤리를 제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는데, 미국은 1969년에 ‘국가환경정책법’을 제정하였고, 전 세계적으로 환경윤리의 중요성을 일깨워 지구의 날 제정의 계기가 되었으며, 지속가능한 개발을 기본원칙으로 담은 ‘1992 리우 선언’까지 이끌어 내는 동력이 되었다.
이처럼 살충제는 개발 당시에는 탁월한 효과가 인정되지만, 장기간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또한, 일시적으로 해충을 없애고 겉보기 좋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는 있지만 수십 년 잔류 되는 농약과 유해화학물질의 피해로 인한 비용과 사회적 충격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
이번 계란에서의 살충제 검출을 계기로 모든 농수축산물의 생산과정에서부터 소비단계까지의 먹거리 관리체계를 정비해야 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특히 농약에 노출이 우려되는 농업, 식품, 물관리 분야 등에 대해서는 제도적 장치를 다시 한번 재정비하고 생산단계에서는 가능한 한 친환경적인 재배 방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식량자원을 위해 불가피하게 살충제를 사용하여야 할 경우는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서 최소한의 양을 적정한 시기에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확고한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또한, 농약이 검출된 농산물이 불법으로 유통되지 못하도록 적극적인 감시를 위해 인력과 장비를 보강하여 부적합 농축산물이 소비자에게 유통되지 않도록 24시간 감시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최근에 일어난 생리대에서의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검출과 계란에서의 살충제 검출은 가습기로부터 시작된 일련의 화학물질의 검출 등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생활용품 중에도 유해물질이 들어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소위 화학물질 공포증이라는 ‘케미포비아(chemical-Fobia)’ 현상을 증가시키고 있다.
그러나 케미포비아에서 멈춰서는 안 되고,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친환경적인 먹거리 사회분위기가 조성되도록 가정에서도 광주시의회에서 조례로 제정한 녹색식생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온실가스도 줄이는 효과를 누렸으면 한다. 화학약품에 대한 공포보다는 최대한 친환경적이고 화학물질이 첨가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려는 ‘노케미(No-chemical)족’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해충을 없애기 위해 무분별한 살충제 남용은 곧 우리 모두를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할 비극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55년 전 한 학자의 ‘침묵의 봄 경고’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 모두가 친환경적인 생활에 동참하여 봄의 교향악인 새소리를 사시사철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