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로 접근하는 광주 구도심 재생](5)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포항 워터폴리 갤러리가 된 도시·바다 어우러진 폴리 ‘주목’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 2005년 이후 140여점 소개 포항 워터폴리 해안가 관광 포인트 따라 설치 명소화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7년 09월 25일(월) 20:14

광주폴리와 유사하게 지속성을 갖고 운영 중인 공공예술 사업 사례로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APAP)와 포항 워터폴리(Water Folly)가 관심을 모은다. 사진은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 작품 중 하나인 태국 작가 리크리트 티라바니트의 ‘티하우스’(왼쪽)와 네덜란드 유명 건축가그룹 MVRDV가 설치한 ‘안양 예술공원 전망대’. /안양 APAP 제공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건축과 문화를 통해 구도심을 재생하는 ‘광주폴리’와 같은 프로젝트는 전국에도 다양한 사례가 있다. 그 중에서도 광주폴리처럼 연속성을 지니고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 포항시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 포항 워터폴리가 눈길을 끈다.

◇도시 전체가 건축 갤러리로

먼저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APAP·Anyang Public Art Project)는 광주폴리와 가장 유사한 형태의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

‘안양’이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지형·문화·역사 등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고, 도시 곳곳에서 미술·조각·건축·영상·디자인·퍼포먼스 등 다양한 공공예술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국내 유일 공공예술트리엔날레로, 시민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도시 자체를 하나의 갤러리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2005년 개최된 첫 회 이래로 공공예술을 안양의 도시환경에 맞게 풀어내고 있다.

포항 해안가 일대를 따라 설치된 ‘송도해수욕장 워터폴리’

광주폴리와 들어맞는 부분은 작품들이 도시에 남는다는 것이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5회의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총 140여점의 작품들을 소개해 왔으며, 현재는 80여점의 작품이 안양 곳곳에 남아있다.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의 시작은 ‘유원지 개발사업’이었다. 안양시 만안구 내 무허가 건물이 난립하던 ‘안양유원지’를 시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1회 예술감독이었던 이영철 계원예술대 교수는 ‘공공예술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건축에 기반을 둔 시민 문화공간’을 제안했다. 조형적 공원에 예술적 개념을 대입해 도시 전체에서 예술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도록 한 것이다.

2005년 첫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안양유원지’는 ‘안양 예술공원’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안양 예술공원은 그렇게 이 프로젝트의 거점으로 자리잡았다.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의 거점이자 사무실로도 활용되는 ‘안양 파빌리온’을 중심으로 인근에는 50여점의 수준 높은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안양 파빌리온 내 2천여권의 책들로 둘러싸인 벽은 최화정 작가의 ‘무문관’(無門關)이라는 작품이며 안양 예술공원의 전망대는 네덜란드의 유명 건축가그룹인 MVRDV가 작업했다.

영일대해수욕장 워터폴리’. /포항시 도시재생과 제공

공원 인근이 아니더라도 안양 시내 곳곳에 많은 설치작품들이 산재해 있다. 김성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예술감독이 지난 2회 프로젝트 예술감독을 맡아 태국 작가 리크리트 티라바니트와 함께 설치한 45도 기울어진 한국 전통가옥 ‘티하우스’가 눈길을 끈다.

애초 시작이 안양유원지 개발사업이었지만,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는 회를 거듭할수록 시민과 소통하는 문화예술 프로젝트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평일 3회, 주말 2회 등 정기적인 투어 프로그램 이외에도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나이트 투어, 영어 해설 투어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프로젝트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물놀이’, ‘재즈나이트’, ‘여름영화 패키지’, ‘스케이트파크’ 등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소통해 왔다. 안양 예술공원 인근에 위치한 김중업박물관과 연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축 해설 프로그램 ‘건축 탐구생활’ 등을 운영하며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해안가 전망대 역할 톡톡

그런가 하면, 최근 첫선을 보인 포항 ‘워터폴리’(Water Folly)도 관심을 모은다.

포항시청에서 직접 추진한 워터폴리는 광주폴리,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에서 보여줬던 예술적 건축물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다만, 해안가 일대에 설치된 폴리라는 점에서 국내 유일 사례로 꼽힌다.

포항시는 포항 운하, 죽도시장, 동빈부두, 영일대해수욕장, 중앙상가 실개천거리 등의 관광자원을 연결한 관광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워터폴리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해안 경관과 어우러진 독특한 폴리를 설치함으로써 새로운 관광자원을 확보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2015년부터 사업 추진에 들어가 지난 5월 마침내 ‘송도해수욕장 폴리’, ‘영일대해수욕장 폴리’를 공개한 바 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형산강부터 여남동 해안변 일대 주요 관광 포인트에 워터폴리 8개 설치를 목표로 한다.

현상공모를 통해 건축사를 선정했으며, 바다 경관을 가장 잘 볼 수 있도록 하는 공모작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먼저 공개된 송도해수욕장 폴리는 동해바다를 향하는 갈매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폴리 건축물을 통해 땅과 하늘, 바다를 연결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계단을 따라 이 폴리에 올라서면 바다와 철강 산업단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밤에 이곳에 오면 산업단지의 조명이 멋지게 펼쳐져 야경을 감상하는 명소로 활용되고 있다.

영일대해수욕장 폴리는 고래를 형상으로 한다. 바다 위에서 영일만을 조망할 수 있으며, 고래 등 부분에 위치한 공간에 소공연장을 만들고 시민들이 모래바닥에서 자유롭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음표 모양으로 마련된 공간은 시민 쉼터로 활용된다.

현재까지는 이 2개의 작품이 공개됐으며, 형산강 폴리가 준공 중이다. 형산강 폴리는 투명 유리 외관의 전구 모양으로 제작되며, 바다를 전망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앞으로 5개의 작품이 제작될 예정이며, 전망대나 공연장 이외에도 유람선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매표소, 관광 안내소 등의 기능을 가진 워터폴리를 제작할 방침이다. 시민과 관광객에게 여러 기능과 특색의 폴리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건축예술 알리고 경제 발전 기여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의 사례를 보면, ‘도시 전체가 건축 갤러리’라는 콘셉트로 3년마다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사업을 주기적으로 이끌어오면서 누구나 공원을 드나들면 건축예술이 어떤 것인지, 시민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도록 했다.

포항 워터폴리는 시민에게 공개한지 4개월여가 채 안됐음에도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해수욕장, 시장과 활어 회 센터 등 다수의 상업 단지가 모여 있는 공간에 워터폴리가 들어서면서 인근 매출도 덩달아 상승했다. 특히 바다 전망대이자 공연장, 쉼터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안양과 포항의 사례 모두 ‘건축으로 도심재생’이라는 소기의 성과는 달성했지만, 각 작품의 난해함을 시민들에게 인식시키는 데에는 한계에 부딪혀 있다.

이에 대해 권종철 안양 APAP 작품 보존가는 “스토리를 가진 작품을 교육, 설명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일회성이 아닌 긴 호흡으로 건축·공공예술에 대해 시민에게 인식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창수 포항시청 도시재생과 경관디자인팀장은 “단순히 전시·관광에 치중한 워터폴리 보다는 실용적인 건축물로 시민에게 다가갈 것”이라며 “포항 곳곳에 다양한 워터폴리를 통해 친숙한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