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의 사주칼럼] 만족(滿足)

2017년 09월 27일(수) 19:06

80세가 넘어서 병석에 누운 노부(老父)를 부양하는 딸은 한숨을 쉬면서 상담을 했다.

“아버지는 평생 구두쇠소리를 들으면서도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고 여행한번 안가고 좋은 옷 하나 안사 입던 분이었어요. 그렇게 돈을 모아서 부자 소리를 들었지만 돌아가신 엄마에게도 호강 한 번 안 시켜주고 자식들인 저희에게도 냉정하셨죠. 당연히 주변에도 베풀지 않으셔서 항상 혼자 다니셨어요. 그런 아버지가 모으신 돈을 아파트 부지를 사신다면서 투자했는데 큰 사기를 당하신 거예요”라고 했다.

그렇게도 독하게 돈을 모으면서도 나름대로 자신의 몸은 잘 챙겨서 나이보다는 훨씬 건강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가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겼던 전 재산을 인생의 막바지에 투자사기를 당했다.

결국 그는 그 충격으로 쓰러져서 하반신 마비가 돼 이제는 혼자 힘으로는 걷지도 못한 신세가 됐다.

워낙 인심을 얻지 못하고 덕(德)을 베풀지 못했기에 그는 치료비는커녕 하루하루 끼니를 딸이 아니면 누가 챙겨줄 사람도 없어서 말년을 비참하게 보내고 있었다.

딸은 말했다. “사실, 아버지는 이번에 투자하신 돈을 그대로 죽을 때까지 쓰라고 해도 절대 못쓰실 분이에요. 무슨 생각으로 투자를 했는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도 돈을 모았는지 저는 지금도 도무지 이해가 안가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9장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잡고서 그것을 가득 채우려 함은 그만두니만 못하고, 헤아려 가며 더욱 날카롭게 해 보지만 오래 보존할 수가 없다. 금과 옥으로 집안을 가득 채워도 지킬 수가 없나니, 부귀하면 교만해져서 스스로 허물을 남기게 된다. 공(功)을 이루면 몸이 물러나는 것. 이것이 하늘의 도이다.”

노자가 말하는 ‘잡고서 그것을 가득 채우려 함은’이란 무슨 뜻일까?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지고도 또 채우고 또 다른 것을 가지려 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이란 누구나 더 많은 것을 원하지만 도대체 얼마만큼 채우면 스스로 만족하게 될까?

그렇게 가득 채우면 다시는 더 채우고 싶은 불만족이 사라지는 것일까? 과연 만족이란 것이 어떤 물질적인 것이 채워짐으로써 완전하게 풍족함이 느껴지는 것일까?

노자는 채워서 만족하려는 마음의 허망함을 깨닫고 욕심과 욕망을 내려놓을 때 문득 이미 부족하지 않고 마음 안에 행복할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삶의 모든 순간 속에서 분별없이 있는 그대로를 사는 것, 즉 ‘현재’를 제대로 사는 것에 행복의 진리가 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