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신문 제4기 창조클럽 중국 문화탐방 (하) 新관광명소 고북수진과 사마대장성 ‘진시황의 꿈’ 사마대장성서 호연지기를 키우다

2017년 09월 27일(수) 19:15

해외문화답사에 나선 광주매일신문 제4기 창조클럽 아카데미 원우들이 최근 들어 인기 관광지로 떠오른 고북수진에 도착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탁한 공기로 악명 높은 중국의 수도 베이징을 떠나 최근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른 고북수진으로 떠나는 창조클럽 아카데미 원우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그치지 않았다. 북경에서 고북수진으로 달려가는 차 안에서 원우들은 차례로 자신의 인생 역정(人生歷程)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다들 성공한 CEO로서, 광주지역 경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원우들이 과거 어려웠던 시절을 극복하고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할 때는 박수로 격려했다. 또, 지금까지는 전혀 몰랐던 재능과 끼를 발산하는 원우에게는 환호로 답했다. 버스 안은 원우들이 내뿜은 에너지로 가득했다. 북경에서 오늘의 목적지인 고북수진까지 가는 2시간이 너무나 짧았다.

수향마을인 고북수진의 풍경. 중국에서 의도적으로 개발한 관광지다.

사마대장성, 가장 아름다운 만리장성

박수치며 웃고 즐기는 사이 우리 앞에 고풍스런 전통 민속마을이 떡하니 나타났다. 아기자기한 석조와 목조가옥 사이사이에 맑은 개천이 흐르고, 곳곳엔 돌다리가 놓여 있어 신비롭다.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온 느낌이다.

2010년부터 조성을 시작해 2014년 10월 문을 연 고북수진이다. W-Town으로도 불리는 이 곳은 베이징 근교에서 최근들어 가장 인기있는 관광명소로 각광받는 지역이다. ‘W-Town’은 Water Town의 약자다. 말 그대로 수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마을이라는 의미다.

우리는 이 곳에서 하룻밤을 묵을 예정이기에, 마을 구경에 앞서 마을 뒤편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사마대장성(司馬台長城)을 올라가기로 했다. 중국에 왔다면, 반드시 밟아봐야 하는 곳이 만리장성(萬里長城)아닌가.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만리장성 구간은 ‘팔달령장성’인데, 베이징 시민들이 가장 아름다운 장성으로 추천하는 곳은 바로 이곳 사마대장성이다. 영국 타임지는 ‘전 세계에서 꼭 가 봐야 할 25곳 관광지’ 중 첫 번째로 사마대장성을 꼽기도 했다. 그런데, 그 곳 사마대장성이 민속마을 고북수진의 뒷 산이다.

만리장성은 진나라의 강력한 통일제국체제가 낳은 상징적 산물이다. 춘추전국시대에 지어지기 시작한 장성은 2천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명나라 때를 기준으로 연장 길이는 약 2천700㎞이며, 동쪽 산해관(山海關)에서 서쪽 가욕관(嘉膳?까지 동서로 길게 뻗어 있다. 이에 중간에 갈라져 나온 지선들까지 합치면 총 길이가 약 6천259㎞에 이른다. 2009년 중국의 국가문물국은 동쪽 끝을 단동의 후산장성으로 지정하며 연장 길이가 8천851㎞라고 발표했다.

사마대장성을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마을에서부터 땀 뻘뻘 흘리며 한발 두발 걸어서 올라가는 방법이고, 다른 방법은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다. 마을 끝 산 중턱에서 케이블카가 정상 바로 밑까지 왕복하고 있다. 편한 방법을 선택한 원우들은 케이블카에서 내린 뒤 가파른 계단을 15분 정도 걸었다. 제법 숨이 가빠오고 다리가 뻑적지근할 즈음 눈앞에 바로 장관이 펼쳐진다. 만리장성의 한 구간인 사마대장성 8관문이 우리를 맞이했다.

지구의 인공건축물 가운데 우주에서도 보인다는 만리장성 중 가장 아름다운 장성으로 꼽히는 사마대장성의 웅장한 모습. 민속마을인 고북수진을 배경처럼 감싸고 있는 뒷 산이기도 하다.

사마대장성은 16세기 중반(1568년) 명나라 시대에 만들어졌다. 총 길이 5.4㎞로 동쪽의 망경루에서 서쪽의 후천구까지 이른다. 가장 높은 망루는 해발 1천m에 달한다. 망루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더할 나위 없는 절경이 펼쳐진다. 양쪽으로 산등성이를 따라 성벽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 장관을 배경으로 원우들은 추억담기에 여념이 없다.

가쁜 숨도 고르고, 이마의 땀도 식히면서 중국에서 전해지는 ‘不到長城非好漢’이라는 유명한 격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만리장성에 가보지 않으면 호한(의협심이 강한 사람)이 될 수 없다’라는 말의 뜻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고북수진, 전통 민속마을로 떠나는 시간여행

사마대장성에서 호연지기를 체험한 뒤 이제는 고북수진을 즐기기로 했다.

사실 이 마을은 원래 있었던 것이 아니다. 이 곳의 지방정부인 밀운현과 부동산개발업체가 맘 먹고 거액을 투자해 산과 물, 만리장성이 조화를 이룬 ‘종합레저타운’으로 개발한 것이다.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관광지가 탄생한 셈이다.

마을의 배경은 절강성의 대표적인 수향마을인 우전을 재현했다고 한다. 가옥, 돌다리, 표지판 등 입구 풍경부터 옛 중국의 전통을 살렸다는 것이다. ‘물의 마을’을 표방해서인지 곳곳에 크고 작은 물길이 조성돼 있다. 여기에다 만리장성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손꼽히는 사마대장성이 마을 뒤편에 딱 버티고 서서 동네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

마을이라고 해서 시골의 작은 동네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총면적이 9㎢에 이르는데, 이는 여의도 면적(2.9㎢)의 3배 수준이다. 마을 입구에서 끝까지 편도 길이만 2㎞가 넘는다.

우리는 먼저 여유롭게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골목 골목 발길 닿는 대로 걸어갔다. 잘 다듬어진 물길을 따라 양쪽으로 거리가 정돈돼 있고 목조와 석조건물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이들 건물들은 객잔과 상점·음식점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하나하나 개성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상점은 모두 예쁜 토기작품이나 가지각색의 색채로 염색한 스카프, 각종 그림작품을 전시해 놓은 갤러리에다 중국 전통의 만두나 호떡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팔고 있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아기자기하다. 한 곳도 허투루 지나칠 수가 없었다. 다람쥐마을이라고도 불린다는데, 그래서인지 곳곳에 다람쥐 벽화와 캐릭터가 많았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작품이 됐다.

이 마을에서는 중국 전통 염색집 ‘영순염방’과 술도가 ‘사마소소주방’이 대표적인 명소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영순염방은 온갖 화려한 색깔로 염색한 천들이 야외의 높은 장대에 걸려 있기에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곳에서는 꽃무늬 본뜨기, 염색, 말리기 등 수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 선조들의 기술을 그대로 적용하는 염색 전 과정을 볼 수 있다. 사마소소주방에는 거대한 술 항아리가 수십 개 진열돼 있다. 큰 항아리 한 통 무게만 무려 500㎏이란다. 소주방에서는 중국 전통 방식으로 술을 제조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술지게미로 만든 요리 체험도 가능하다.

마을 중심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족욕을 즐기는 노천온천이 눈길을 끌었다.

여유롭게 산책하다 보니 어느 새 하루 해가 저물었다.

고북수진의 밤은 더욱 아름답다. 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중앙광장에서는 중국의 전통연극인 ‘경극’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흥이 난 원우들은 손에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여행자의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낮에 올랐던 사마대장성의 긴 행렬이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사마대장성 구간구간마다 밝은 조명을 켜놓아 신비로운 느낌마저 준다. 마치 거대한 용 한 마리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형상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고, 역사적 유물에 현대적 생명력을 불어 넣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는 중국 관광의 현장을 확인하는 하루였다.

/베이징=이경수 기획실장 kspen@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