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거울 앞에 서면 임종숙 시

2017년 10월 09일(월) 18:37

아집과 집착의 눈빛과
교만과 무지의 목살이 있다

그놈의 뒷모습이 있다

용마루 현수곡선 같은
눈썹 너머로
번득이는 배신의 칼날이 있다

그래도 거울 속에는 늘

먹선과 추선이 일치하듯
배신과 관용이 오버랩 된
내 옆모습이 있다


<해설> 서정주의 대표시 ‘국화 옆에서’가 연상되는 작품이다. 거울에 자기 얼굴을 비춰보면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이 드러난다. 거친 세파속에서 나도 모르게 치켜뜬 눈빛, 권위의식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목덜미, 때로는 누군가로부터 등뒤에서 베어진 칼날의 상처가 뚜렷히 새겨져 있다. 그러나 지나온 날들의 그 흔적들도 이제는 추억일 뿐이다. 무서리 속에 피어나는 한 송이 국화꽃처럼 화해와 용서하는 모습이 거울속에 나타나길 바라는 게 시인의 마음이다.

<약력> 보성 출생, 월간 문예사조(1999)로 등단, 광주문협, 전남문협, 광주전남시협,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문협 정책개발위원, 광주시교육청 중등교육국장,광주여고 교장 역임, 시집 ‘하비가 걸어준 민들레 꽃’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