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발포 명령, 군 상부 지시였다니…

2017년 10월 16일(월) 18:37

전두환 회고록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자신을 ‘광주사태 치유 위한 씻김굿의 제물’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출판과 배포를 금지해달라는 5·18기념재단 등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으며, 유통이 중단된 상태였다.

최근 전씨 측이 총 3권 가운데 1권만 문제가 된 33곳을 삭제해 재출간했다. 5·18재단은 법원 명령을 무시한 심각한 도전으로 보고 위법성에 관한 법률 조언을 받아 추가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5·18을 왜곡한 전두환 회고록이 다시 유통에 들어간 가운데, 당시 계엄군의 발포가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의한 자위권 차원이 아니라 군 상부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문건이 발견돼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당 손금주(나주·화순) 의원이 국군기무사령부 비공개 문건 열람을 통해 확인한 바, 집단 발포가 있었던 5월 21일 저녁 작성된 505 보안부대 보고서 상에 2군사령부의 명으로 저녁 7시를 기해 호남고속도로 경계병들에게 전남에서 오는 폭도로 확인되면 즉각 발포하도록 지시가 있었다.

손 의원은 “발포 명령은 없었고, 발포는 군의 자위권 확보를 위해서였다는 전두환의 말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1980년 5월 9일 국방부가 해병 1사단 2개 연대 소요 진압부대 투입을 승인했고, 실제 17일 밤 해병 2개 연대가 부대이동을 실시, 2군사령부로 배속돼 해군까지 5·18 진압 훈련에 차출됐다. 공군 전투기 출격 대기 명령 의혹까지, 사실상 육·해·공 전군이 동원된 셈이다.

손 의원은 불가피한 경우 생명에 지장이 없도록 사격을 허용한 자위권 발동을 내린 다음 날인 23일, 군은 반항하면 사살하라는 또 다른 명령을 내린 문건도 발견했다며, 계엄사령관의 자위권 발동 지침을 무시해도 되는 별도의 지휘 라인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5·18 당시 계엄군 헬기 사격과 전투기 출격 대기 의혹 등을 조사하는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또한 8천여쪽, 25권짜리 기무사령부 자료를 확보해 분석중이라고 하니, 37년간 숨겨진 발포명령자의 실체가 금명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군 상부 지시에 의한 발포가 공식 확인되면서 미완의 진실규명에 더욱 다가서고 있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두환 회고록은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기가 막힐 일이다. 참으로 진정어린 참회를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회고록 재출간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