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의 사주칼럼] 상(象)

2017년 10월 18일(수) 18:43

역학(易學)이라는 학문이 이제는 많이 일반화 돼서 명리학(命理學) 강좌나 책도 수없이 나와 있다. 그런데 필자는 ‘도대체 어떤 선생이 쓴 책이 제일 좋은지 누구한테 배워야 제대로 배울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에 대한 답변은 모두 방법은 다르지만 하나의 진리를 말하기에 ‘자신의 인연대로 배우라는 것’이다. 또한 배운 것을 실전을 통해서 확인해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상(象)은 상징을 뜻한다. 한비자(韓非子)에 상(象)의 의미에 대한 유래가 있다. 당시 중국 사람들은 살아있는 코끼리를 보고 싶어 했으나, 중원에는 코끼리가 살지 않아 남방의 코끼리뼈를 가지고와 살아있는 코끼리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래서 코끼리의 모습은 여러 가지 형태로 그려졌다. 코끼리뼈를 바라보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모습의 코끼리로 상상됐기 때문이다. 마치 시(時)처럼 상(象)을 바라보는 자마다 저마다 자신만의 가슴과 눈높이로 이해하고 노래한다.

역(易)은 변치 않는 자연과 인간의 진리를 전하기 위해 상(象)을 선택했다. 역은 음(--)과 양(―)이라는 상징부호를 벽돌로 삼아 지은 거대한 집과 같다. 역(易)이 상(象)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진리가 인간의 언어에 의해 훼손됨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노자는 “무형지장(無形之狀)이요, 무물지상(無物之象)이다”라는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진리의 도(道)를 설명했다.

중국 명나라 말기의 시인 우웨이예(吳偉業)도 그의 시(詩)에 “황제가 글자를 만들어 놓고는 근심을 한 나머지 밤새 울었다”고 했다. 글이 발달할수록 본질의 진리와 멀어지게 됨을 간파한 것이다. 장자(莊子) 역시 인간의 글과 말은 고기를 잡는 그물과 같다고 했다. 고기를 잡기 위해서 그물은 필요하지만 그 그물은 나라마다 민족마다 다르고 같은 종류의 그물이라도 쓰는 방법에 따라 고기를 잡는 양과 질은 달라진다.

그래서 역(易)은 인간의 언어가 아닌 상(象)을 통해 진리를 펼친다. 오늘날 우리가 공부하는 주역(周易)이라는 학문은 문왕(文王)과 주공(周公), 공자(孔子) 등을 위시한 성인(聖人)들이 역(易)의 상(象)을 보고 자신들의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노래한 시와 같다.

시(時)가 단 하나의 표현으로 설명할 수 없듯이 역(易)도 한 문장으로 해석될 수 없다. 공부한 사람들의 역량과 지력, 경험에 의해서 각자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